박근혜 검증방송 단장 사의표명 “대선방송 공정성 심각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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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대선을 2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의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 기자들은 KBS 방송에 대한 이사회와 사장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감싸기식 태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기자들의 제작거부 결정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각종 의혹을 검증해 지난 4일 방송한 KBS 대선특별기획 < 대선후보를 말한다> 편에 대해 총책임을 지고 있는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KBS 기자협회(회장 함철)는 6일 저녁 긴급 기자총회를 열어 '대선후보검증단에 대한 길환영 사장의 부당 개입을 규탄하고 대선 관련 보도의 공정성 확보와 제작자율성을 수호하기 위한 제작거부 의결'안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투표자 183명(재적 483명) 가운데 174명(95.1%)이 찬성표를 던져 압도적인 비율로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반대는 8표, 기권은 1표였다.
이에 따라 KBS 기자협회는 이날 조직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제작거부 돌입시기와 방법에 대해 비대위에 일임하기로 했다.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 돌입시기 결정을 위해 비대위 첫 회의는 이르면 7일 저녁에 열릴 전망이다. KBS 기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전면적인 제작거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6일 밤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그만큼 KBS의 대선방송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많은 기자들이 절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함 회장은 “(지난 4일 방송된 대선후보 검증방송이 편파적이라며 단장을 이사회까지 불러들여 공격한) 이사회(여당추천 이사들)와 길환영 사장의 공식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예정된 프로그램의 차질없는 방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제작거부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 보도본부 국장단 일동은 이날 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 결의를 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며 “자칫 정치권에 이용될 수 있고 국민적인 동의도 받기 어렵다. 성숙된 사고를 갖고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함 협회장은 “전혀 의미도 없고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제작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해왔다면 기자들이 이런 결정까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함 회장은 이번 KBS 대선후보 검증 방송에 대한 개입뿐 아니라 KBS 대선보도 전반을 두고 “KBS는 마지노선에 와 있으며, 우리가 제작거부를 하나 안하나 KBS 뉴스가 더 이상 나빠질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개탄했다.
대선을 불과 10여 일 정도 남겨 둔 상황에서 KBS 기자들의 '제작 거부' 결의가 막판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과 시청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