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량·거래량 적은 종목 작전세력 먹잇감 우려…‘배당 지급’ ETF 등 매력적 대안도 영향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한화우’ 상장폐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9월 장외매수를 통해 한화우 25만 2191주를 취득했다. 취득한 한화우 주식은 지난해 12월 19일 소각됐다. 한화그룹이 한화우 상장폐지 작업에 돌입한 이유는 ‘거래량 감소’ 탓이 크다. ‘한화우’는 지난해 1~6월까지 거래량이 2000건을 넘지 못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월평균 거래량 상장 최소 요건인 1만 주를 반기(6개월)에 걸쳐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삼양홀딩스우와 일양약품우도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우선주의 낮은 거래량은 이들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 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우선주 113개 종목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 1668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 전체 하루 평균 거래량 31만 6299주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거래량이 100만 주를 넘는 우선주는 한 개도 없었다. 10만 주를 넘는 종목도 삼성전자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우, 대원전선우, 3개 종목에 불과했다. 하루 거래량 1만 주를 넘지 못한 종목은 93개에 달했으며, 거래량이 가장 낮았던 우선주는 ‘넥센우’로 단 1주 만 거래됐다.
우선주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안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우선주는 통상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이익배당 우선순위가 높다. 회사가 적자여도 우선주 보유 주주에게는 배당금을 줘야 할 수도 있기에 배당을 우선순위에 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절대 배당금액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 않거나 같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3분기 배당금액은 361원으로 같았다. 물론 우선주는 통상적으로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다. 이 때문에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시가배당률’이 보통주보다 높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의 3분기 기준 시가배당률 차이는 0.1%에 불과하다. 한화와 한화우는 지난해 시가 배당률이 2.9%, 2.5%로 오히려 보통주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차라리 배당금이나 시가배당률이 높은 다른 종목을 찾는 것이 투자자들에게는 더 이득일 수 있다. SK그룹을 보면 SK와 SK우의 반기 기준 시가배당률은 1.0%와 1.2%였지만 그룹 내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시가배당률은 1.6%였다. 주가도 SK와 SK우는 지난해 하반기 하락세였지만, SK텔레콤은 상승세였다.
ETF도 안정적인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되고 있다. 2020년 1월 2일 기준 종목명에 ‘배당’이 포함된 ETF는 25개였으나 2024년 기준으로는 47개로 늘었다. 이들의 전체 시가총액도 같은 기준 1조 2613억 원에서 7조 698억 원으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47개 종목의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하루 평균 거래량은 17만 3494주로 같은 기준 우선주의 하루 평균 거래량보다 8배 더 많았다.
우선주 거래량 감소는 최근 경기 침체와 정부 정책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증권학회장)는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주주 환원 정책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우선주보다 보통주 주주들을 향한 것이었다. 보통주보다 우선주를 선택할 요인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게다가 투자자들의 관심도를 굳이 순서로 매기자면 우선주는 보통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주가가 높아졌을 때 그 대안으로 찾는 종목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전체가 침체했기에 보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보통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니 우선주도 외면받았던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우선주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우선주는 보통주 대비 배당 부담이 있고, 주주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장된 161개 우선주 중 71개가 2000년 이전에 상장됐으며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각 18개, 19개 기업이 우선주를 상장하면서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새로 상장한 우선주(8개)보다 상장을 폐지한 우선주(12개)가 더 많다.
인기가 감소한 우선주들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지난달(12월) 30일 기준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우선주는 △삼양홀딩스우 △일양약품우 △태영건설우다. 월평균 거래량이 1만 주 미만인 상황이 1년 연속(2반기) 이어지면 기업은 우선주 상장을 폐지해야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상장폐지 우선주는 12곳으로 집계됐다.
우선주들은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우선주는 발행량과 거래량이 적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주가를 띄우기 용이해서다. 2020년 삼성중공업우가 10영업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상장된 우선주 중에서도 31개 종목이 시가총액 100억 원을 넘지 못해 가격 급등락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상장폐지까지 결정된 우선주들은 정리매매 기간에도 가격 급등락 현상이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을 손실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 정리매매 기간은 상장폐지 전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제도다. 정리매매 기간엔 가격제한폭(±30%)을 적용받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더 크다. 게다가 정리매매는 30분 동안 호가를 접수한 뒤 한꺼번에 주문을 체결하는 방식이기에 투자자들이 대처하기가 더 어렵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모가 큰 기업은 우선주 이외에 다른 여러 가지 자금 조달 수단들이 많기에 우선주를 통한 자금 조달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기업들의 우선주 물량과 거래량이 너무 적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장을 폐지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기업이 상장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면 유통 물량 확보 대책을 마련하도록 금융당국이 더 세심하게 유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