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 동안 두 개의 악재 맞아…인바운드 시장 이어 아웃바운드 시장 휘청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은 당장 예약금 2600억 원 환불 위기를 맞아 유동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12월 29일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뒤 약 24시간 동안 이뤄진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취소만 약 6만 8000건(국내선 3만 3000여 건, 국제선은 3만 4000여 건)이나 된다.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받은 선수금(예약 과정에서 미리 결제한 항공권 값)은 무려 2606억 원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최대 규모다. 2위 티웨이항공(1843억 원)보다 763억 원이나 더 많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취소가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도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제주항공이 3월 29일 이전에 출발하는 국내선과 국제선 전 노선에 대해 ‘조건 없는 환불(취소 수수료 면제)’을 약속해 앞으로도 꾸준히 취소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도 제주항공 이용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대행 수수료까지 면제되진 않는 여행사가 상당수지만 이는 1만 원 정도 수준이다.
여행사마다 온라인(홈페이지나 앱), 유선, 이메일, 온라인 1 대 1 문의 등으로 취소 방식이 달라 예약을 취소하려면 먼저 가능한 방법을 알아봐야 한다. 유선의 경우 전화가 몰려 연결이 지연되기도 한다.
제주항공 관련 상품에 대해서는 취소뿐 아니라 항공기 변경을 비롯해 출발지와 날짜 등에 대한 변경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국가애도 기간이라 이미 진행 중이던 각종 프로모션도 중지한 상태다.
예상치 못한 제주항공 참사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시장만 치명타를 맞은 것은 아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은 이미 12·3 비상계엄 직격탄을 맞았다. 비상계엄 발령 후폭풍으로 상당수의 해외 국가들이 한국에 대한 여행 안전 수준을 ‘여행 주의’ 등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한민국을 여행위험국가로 분류한 주요 국가들도 있을 정도다.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한국을 찾으려던 해외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업계에서는 국가애도기간가 끝나면 이번 여파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보다는 후폭풍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훨씬 크다.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이다. 이 기종은 제주항공 외에도 여러 LCC에서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다른 LCC 항공권까지 여파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여파는 LCC 항공권을 사용하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도 그렇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도 방송으로 생중계됐고 며칠 동안 계속 당시 영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면서 “이에 따른 트라우마가 상당해 여행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겨우 견뎌냈는데 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