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당했다” 주장, 모르는 학생에도 범행 의아…평소 벽 보고 ‘죽어라’ 외치는 등 기이한 행동도
#“따돌림 당했다” 갑자기 망치 휘둘러
상해 혐의로 체포된 유 씨는 2023년 3월 유학비자로 일본에 입국했다. 현재 호세이대 사회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사건은 1월 10일 오후 3시 40분경, 호세이대 다마캠퍼스의 한 강의실에서 일어났다. 이날은 ‘일본경제론’ 강의가 진행 중이었고, 약 100명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는 수업 시작 후 10분 뒤 갑자기 일어나 강의실 뒤쪽으로 걸어가더니 학생 8명을 연달아 망치로 때렸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머리와 이마, 팔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몇 명은 머리에서 피를 흘려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다행히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당시 강의실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무언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유 씨와 깜짝 놀라 대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 씨는 범행 이후 경비원에 붙잡히자 “괜찮다. 아무 일도 아니다”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범행 시작 후 제압까지는 2분가량 걸렸고, 유 씨는 곧바로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유 씨는 “사건 당일 아침 다른 교실에 있던 망치를 상의 주머니에 넣고 들어왔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평소 따돌림을 당해서 우습게 보였을 것”이라며 “같은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망치로) 때리는 것밖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진술했다. “집단 괴롭힘을 그만두게 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다만 경찰은 유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관계자 증언 등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피해자들의 진술을 청취한 결과, 두 명의 학생은 “유 씨와 같은 수업을 들어 자기소개를 하는 등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이”라고 언급했고, 일부 피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몇 달 전에도 유 씨가 학생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라는 증언이 나와 경찰이 조사 중이다.
#사건 두 달 전에도 소동이…
후지TV에 따르면, 사건 두 달 전에도 유 씨와 학생들 사이에 소동이 있었다. 한 학생은 “유 씨가 페트병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옆 사람에게 화를 내던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아무 관계가 없는 농구를 하던 남학생을 (유 씨가) 때린 적도 있다”고 한다. 반면, 한 동급생은 “강의 중 다른 학생이 시끄럽게 하면 주의를 주는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유 씨를 기억하기도 했다.
평소 “유 씨가 벽이나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죽어라’ ‘바보’ 등의 폭언을 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한다. 한 동급생은 “수업 도중 유 씨가 갑자기 ‘매화’ ‘벚꽃’을 외친다든지 엉뚱한 언행을 해 놀랄 때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유 씨가 유학생 교류회를 포함해 특정 누군가와 함께 있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유 씨의 기행이 언론에 보도되자 현지에서는 “대학생들의 마음건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우스이 마후미 니가타세이료대 교수는 “학생의 기행 자체가 위법이나 규칙 위반은 아니라서 학교에서 단속할 수도 없고 설교도 효과가 없다. 유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며 “이러한 경우 개별 상담이 필요해 보인다.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비극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다치가와 히로카즈 쓰쿠바대 정신의학 교수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혼잣말을 하고 이유 없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믿는다면 심리적 케어가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 대학에서는 학생의 정신 건강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담자가 학생 수천 명당 한 명 꼴로 매우 적고, 특히 사립대의 경우 보건관리센터가 없는 곳도 있다”고 현황을 알렸다. 그는 “대학의 상담창구나 보건관리 직원의 확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용의자 얼굴 공개 두고 설왕설래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언론 보도 차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계 중국 전문 매체 ‘레코드차이나’는 “일본 언론들은 용의자 유 씨의 얼굴과 나이, 이름 등 신상을 공개했지만, 한국에서는 유 씨의 이름을 이니셜로 보도하고 기사에 실린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비교했다. 레코드차이나는 “이러한 이유로 종종 한국에서는 ‘피해자 인권보다 범죄자 인권을 지키는 나라’ 등의 댓글이 관련 기사에 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매체 ‘슈에이샤온라인’은 “유 씨가 호송될 때의 모습이 TV 뉴스에 나온 것을 두고 한국에서는 ‘일본 언론이 유 씨의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라는 지적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상당한 강력사건이 아니면 용의자의 풀네임이나 얼굴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살인사건도 아닌 사건으로 공개하는 것을 NG로 여기는 것 같다”라는 설명을 이어갔다. 참고로 일본 언론계에서는 범죄 혐의가 있는 용의자의 실명 및 얼굴을 그대로 밝히는 게 원칙이다.
‘슈에이샤온라인’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 내 혐한 여론’을 우려하는 기사가 한국에 보도되는 등 비교적 크게 다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살폈다. 매체는 “개중엔 ‘용의자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게 아니냐’라는 단편적인 추측도 나왔지만,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며 이런 주장을 나무라는 한국 네티즌도 있었다”고 썼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