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농구’ SK 선두 올라서…외국인 선수 오누아쿠·버튼 ‘좌충우돌’ 고양 때 아닌 ‘폭행 논란’
#우승 후보의 추락
시즌 개막 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구단은 원주 DB와 부산 KCC였다. 이들은 각각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본 팀들이었다. 이렇다 할 전력 손실 없이 외국인 선수진만을 교체한 채 이번 시즌도 우승을 노렸다. DB는 리그 개막 이전 컵대회에서 우승컵을 가져가며 야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뚜껑을 연 현재, 이들은 현재 각각 6위와 7위로 힘겨운 플레이오프 진출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예상과는 동떨어진 위치다. 순위만큼이나 이들의 부진의 이유 역시 유사하다.
양 팀 모두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DB는 핵심자원 김종규가 개막 5경기 만에 쓰러졌다. 10월 27일을 마지막으로 3개월 가까이 코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더해 강상재 마저 12월 말부터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KCC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허웅-최준용-송교창-이승현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이 가동된 것은 이번 시즌 두 경기에 불과하다. 특히 송교창은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준용 역시 출전 기록이 들쑥날쑥하다. 이승현 홀로 전 경기에 나서며 팀을 지탱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부상으로 허덕이는 이들은 외국인 선수의 활약으로도 속앓이를 했다. 당초 외국인 선수진의 강력함을 기대해왔기에 당혹감은 더했다. DB는 개막과 동시에 1옵션 치나노 오누아쿠의 태도 논란이 벌어졌다. 컵대회 우승까지는 성실한 플레이로 MVP를 받았으나 리그 개막 이후 다른 선수가 됐다. 경기 중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가 하면 독단적인 모습으로 팀플레이를 저하시 켰다. 오누아쿠의 '기행'에 DB는 시즌 초반 최하위를 전전했으나 김주성 감독의 면담 등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팀 순위도 소폭 올라갔다.
KCC 역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KBL 역대 최대 임팩트'로 불리는 디온테 버튼과의 계약으로 화제를 낳은 바 있었다. 앞서 2017-2018시즌 KBL 외국인 선수 MVP를 수상하고 NBA 무대까지 밟은 자원이었다. 하지만 영입 효과는 고개를 젓게 했다. 들쑥날쑥한 활약이 문제였다. 때론 40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폭발력을 보여주면서도 30분 가까이 코트에 서면서도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치는 날도 있었다. 일부에선 의욕을 문제로 삼기도 했다. 결국 버튼은 지난 10일 트레이드 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선두에는 서울 SK가 지키고 있다. SK는 이번 시즌 또 하나의 화두 중 하나인 판정 논란을 스피드 농구를 통해 극복하는 모양새다. 애매한 판정이 일어나기 전에 빠르게 공격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선두 질주에 나서고 있다.
주포 김선형의 부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SK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9년 등장 당시부터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던 워니는 갑작스레 이번 시즌 종료 이후 은퇴를 천명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즌 워니는 득점 1위, 리바운드 1위 등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구설 끊이지 않았던 고양
고양은 최근 지속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연고지다. 2021-2022시즌이 끝나고 오리온이 갑작스레 구단을 매각했다. 어렵사리 데이원자산운용이 인수했으나 시즌 중 임금 체불까지 일어나며 한 시즌 만에 '데이원'이라는 이름은 다시 사라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수장 역을 맡던 허재 전 대표는 KBL 사무국으로부터 제명 징계를 당했다.
소노 그룹의 인수 이후 팀은 안정을 찾는 듯했다. '고양 소노'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임하는 두 번째 시즌, 적극적인 투자로 선수단 보강까지 이뤄졌다. 리그 개막 이후 4연승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다.
하지만 2라운드 일정을 갓 시작한 시점, 때 아닌 팀 내 폭행 논란이 일어났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 하프타임에 김승기 감독이 선수들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보드판 지우개를 던지고 젖은 수건을 휘둘러 선수가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김승기 감독은 자진 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났다.
사건 사고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폭행 사태에 피해자였던 김민욱은 곧장 학폭 논란에 휘말렸다. 과거 대학 재학 시절 후배들을 폭행했다는 제보가 이어진 것이다. 구단은 계약해지를 요구했으나 김민욱 측은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승기 감독 사퇴 이후 선임된 신임 김태술 감독이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6년 만에 끝낸 허웅-허훈 천하
지난 수년 동안 리그 인기를 이끌어온 인물은 허웅-허훈 형제였다. 이들은 리그 MVP(허훈)를 차지하고, 팀의 우승(허웅)을 이끄는 등 실력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연예 기획사에 소속될 만큼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도 주목받았다.
이에 장기간 올스타전 팬투표 1위를 두 형제가 양분해왔다. 형제 중 한 명이 1위를 차지하면 나머지 한 명이 2위에 오르는 때도 많았다. 허훈은 2020년과 2021년, 허웅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허웅의 경우 앞서 2016년과 2017년에도 팬투표 1위에 오른 바 있다. 시즌 종료 이후 진행되는 KBL 시상식에서 인기상은 허웅이 독식해왔다. 2019-2020시즌부터 5시즌 연속 허웅이 트로피를 휩쓸어갔다. 인기상 역시 올스타와 마찬가지로 100% 팬투표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한결 같았던 KBL 내 '팬심'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24년 12월 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팬투표에서 1위에 오른 인물은 창원 LG의 유기상이었다.
유기상은 지난 시즌 신인상을 수상한 젊은 자원이다. 데뷔 시즌 3점슛 95개를 넣으며 역대 신인 최다 3점슛을 기록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올스타 1위' 유기상의 뒤는 안양 정관장 변준형, 고양 소노 이정현이 이었다. 물론 허웅-허훈 형제가 팬들로부터 잊힌 것은 아니다. 허훈은 4위, 허웅은 5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허훈은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것, 허웅은 지난 비시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점이 득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