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운명 가를 23일 주총…1.7% 캐스팅보트 쥔 노르웨이연금, 집중투표제 반대
NBIM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올린 이사후보 7명을 모두 반대하고, 영풍·MBK가 추천한 이사후보 14명 전원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연금(GPFG)을 운용하는 NBIM은 현재 고려아연 의결권주식의 1.04%(약 18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에서 3% 의결권 제한 규정으로 인해 집중투표제 표결 시에는 실제 의결권 비중이 1.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NBIM이 단순히 집중투표제 반대를 넘어 현 경영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NBIM은 이사회가 주주들의 요청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주주 제안을 회피하려 했으며, 승인 없이 주주 권리를 제한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최근 최윤범 회장이 추진한 자사주 매입과 유상증자 시도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NBIM은 자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재무성과와 주주 대우” 등을 이사진 반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청은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와 함께 가장 많은 의결권을 보유한 곳이 다.
글로벌 연기금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집중투표제 찬성 의견을 낸 반면,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NBIM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 20조 크로네(약 2500조 원)를 운용하는 NBIM은 전 세계 66개국 870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1.9%), 현대차(2.0%) 등 주요 기업들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1대 주주 영풍·MBK(46.7%)와 2대 주주 최윤범 회장 측(20.4%)의 팽팽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머지 8% 미만의 미결정 주주들의 선택이 최종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