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로 자사주 지급,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용 지적…대신 “주식 지급 당국 권장, 자사주 매입해 주가 하락 막아”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임직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이연지급 했다. 지급 대상 임직원에게 보통주 46만 1695주가 돌아갔다. 주당 처분가액은 1만 6584원으로 총 76억 5690만 원 규모다. 대신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전체 자사주의 3.4%가 상여로 지급됐다.
지배주주 일가이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양홍석 부회장과 이어룡 회장도 각각 보통주 9만 9850주, 6만 2203주의 자사주를 받았다. 양홍석 부회장의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10.68%로 증가했다. 이어룡 회장은 2.79%로 늘어났다.
대신증권은 수년간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상여 제도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오르는 데다, 우호 지분이 될 수 있는 임원들이 수혜를 크게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임직원들에게 상여로 지급된 주식 수는 기존 유통물량의 1.21% 수준이다.
대신증권의 지배주주 지배력은 취약하다. 이어룡 회장과 그의 아들 양홍석 부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지난해 12월 말 보통주 기준 17.43% 수준이다. 유통물량을 기준으로 보면 23.28%다. 통상 30%가 넘어야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주는 모양새다. 대신증권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임직원에게 상여로 지급되는 자사주보다 많은 자사주를 매입하기 때문에 자사주는 쌓여가고 있다.
대신증권이 확보한 자사주는 2015년 기준 860만 4183주에서 2024년 12월 말 1277만 7438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 발행 보통주 가운데 자사주 비중은 16.9%에서 25.1%로 증가했다. 그만큼 유통 주식도 감소했다.
유통 주식의 감소는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대신증권의 보통주는 2015년 1만 6000원까지 상승했지만 10년이 지난 7일 종가 기준 1만 5910원으로 되레 하락했다. 물론 이 기간 경쟁 증권사의 주가가 대체로 하락했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이 기간 유상증자를 통해 외연이 확대되면서 지분 가치 희석이 발생했다는 뚜렷한 하락 요인이 있었다.
대신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증권사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회사로 꼽힌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대신증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4배 수준이다. 통상 PBR 1배 이하는 저평가 회사로 분류할 수 있다. PBR 1배 이하는 회사의 지분의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낮아서다. 대신증권의 PBR은 경쟁사인 △키움증권 0.59배 △삼성증권 0.56배 △NH투자증권 0.58배 △미래에셋증권 0.42배에 비해 낮다.
이 때문에 대신증권 경영진의 주가 부양 의지를 의심받기도 한다. 경영진이자 지배주주인 양홍석 부회장이 지배력 약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주가가 오를수록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지분 매입비용이 증가한다. 양홍석 부회장이 어머니인 이어룡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을 때도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증여세 비용이 더욱 커진다.
한 기관 투자자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을 꼭 경영자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도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약한 회사의 경우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진행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권장사항이기도 하다”이라며 주가와 관련해서는 “대신증권의 주가 흐름이 업계 평균보다 크게 부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증권은 주주가치를 위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시가배당률을 적용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주주권익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서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의 목소리이기도 했다”면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하락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