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공여 통한 무리한 사업수주 보증 부메랑 가능성, 공제회 지원도 힘들어…공우이엔씨 “사실무근”
공우이엔씨는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관리, 예식장, 사우나, 헬스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공우이엔씨는 2001년 대구시 소재 국우터널관리소를 인수했다. 2002년엔 인천 문학터널을 인수했다. 2003년엔 공우개발사업소와 제일종합이 통합되면서 공우이엔씨가 창설됐다. 2007년 상무대, 충성대 체력단련장사업소 운영을 시작하며 군 골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08년엔 신길골프연습장 운영을 시작했다.
2012년엔 법인 전환이 이뤄졌다. 공우이엔씨는 국방시설 전담관리, 임대형 민자사업인 BTL 사업, 웨딩사업, 군 골프장 사업, 한강변 주차장 및 매점운영 등을 영위하고 있다. 공우이엔씨는 군 관련 독점사업권을 다수 보유하며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군인공제회 핵심 자회사로 꼽힌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공우이엔씨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숨겨왔던 자금난의 실체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핵심 사업이 중단되거나, 진행 중인 사업이 계속 실패하면서 이미 리스크가 다 터져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공우이엔씨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관리만으로 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때부터 공우이엔씨는 각종 사업에서 수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공여를 기반으로 하는, 박리다매 형식 사업수주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막대한 지급보증을 약속하며 신규 사업을 수주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신용공여를 통한 무리한 사업확장이 자금난 리스크 출발점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사업 모델의 경우 하나의 사업만 잘못되더라도 줄줄이 지급 보증을 해야 하는 도미노와 같은 구조”라면서 “리스크가 터질 경우 아무리 유동성이 좋은 회사여도 자금줄이 꽉 막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우이엔씨는 임대형민간투자사업(BTL)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운영출자자로 총 43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공우이엔씨는 SPC 차입금에 대한 연대보증 및 운영자금에 대한 보충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사업 43건에 대한 SPC 차입약정액은 2조 4870억 5240만 원 규모이고, SPC 차입금 잔액은 1조 3352억 8641만 원 규모다. 연대보증 규모만 조 단위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는 BTL 관련 SPC 운영출자자로 19건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당시 차입금 연대보증 관련 SPC 차입약정액은 1조 5621만 1783만 원 규모, 차입금 잔액은 1조 799억 539만 원 규모였다. 2년 사이 SPC 차임금 연대보증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BTL 관련 SPC 운영출자 보증은 대부분 공공사업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자금난과는 무관한 요소로 보이긴 한다.
문제는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 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목 대부분이 민간사업으로, 민간금융사를 상대로 보증을 선 내역이다.
책임운영 및 원리금상환 명목 보증을 선 사업 3건 보증액은 850억 원 규모, 책임준공 및 책임운영 관련 사업 2건에 대한 보증액은 543억 원 규모다. 자금보충의무와 관련한 사업 1건에 대한 보증액은 223억 원 규모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시설관리용역 사업 하자보수의무 보증 규모는 461억 1056만 원 규모로 나타났다. 시설관리용역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1616억 원 규모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 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 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 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2023년 감사보고서엔 “추가 우발채무 가능성이 존재하나 당기말 현재 그 금액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익명 제보자에 따르면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 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 5280만 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 2986만 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우이엔씨가 소유하고 있는 사옥 건물 부동산등기부상 가압류와 근저당 규모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신길동 소재 공우이엔씨 사옥엔 모회사인 군인공제회 480억 원, 하나은행 120억 원 등 총 600억 원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이 부동산엔 37억 1700만 원 가압류도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사업 보증과 관련한 가압류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등기부상 명시되지 않은 가압류 대기 건도 존재한다는 후문이다.
공우이엔씨 내부에선 군인공제회 추가 지원이 없다면, 자금난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군인공제회가 ‘밑 빠진 독’이 돼 버린 공우이엔씨에 금전적인 지원을 할 경우 ‘배임 리스크’가 있는 까닭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 제보자는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월 17일 일요신문은 공우이엔씨를 방문해 자금난 의혹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 공우이엔씨 측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라면서 “회사 세부 사정과 관련해선 언론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