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정재관 방산진 최병로 등 윤 정부에서 승승장구…공사 30기 강구영 KAI 대표와는 ‘합참 인연’ 눈길

2017년 8월 8일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첫 대장 인사를 통해 공군사관학교 30기 정경두 합참의장이 취임했다. 육사 38기와 임관연도가 같은 인물이었다. 당시 육사 39기인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이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됐다. 이 인사에 따라 육사 37·38·39기가 모두 군복을 벗었다.
김용현 전 장관은 육사 38기 중 진급 선두주자로 꼽혔다. 2016년 9월 김 전 장관은 대장 진급 1순위로 거론됐다. 합참 작전본부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맡고 있었기에 김 전 장관이 별 네 개를 다는 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대장 인사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중장 3차 진급자였던 육사 38기 동기생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대장으로 진급했고, 김 전 장관은 진급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11월 김 전 장관은 전역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면서 ‘비운의 기수’ 육사 38기가 정치 일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김 전 장관이 있었다. 2021년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외교안보 정책자문단에 합류한 김 전 장관은 대선 이후 국방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과 인연이 깊은 군 출신 인사들이 방산업계 주요 업체에 배치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1월 ‘방산업계 투자 큰손’인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육사 38기 출신 정재관 예비역 준장이 취임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엠플러스자산운용, 한국캐피탈, 공우ENC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2024년 기준 약 18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직은 군 관련 인사 중에서도 요직으로 꼽힌다. 정재관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합참 군사지원본부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 협력단장 등을 거친 뒤 전역했다. 전역 이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국방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직은 통상 예비역 소장에서 중장급 인사가 배치되는 자리로 알려져 있었다.
예비역 준장이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건 정 이사장이 최초인 것으로 전해진다. ‘파격 인사’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정 이사장은 윤석열 대선캠프 국방정책자문단인 ‘8인회’ 핵심 멤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주도하며, 핵심 실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방산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원(국정원)에도 육사 38기를 중용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던 인물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으로 배치했다. 김승연 특별보좌관이다.
2022년 1월 대법원 형사1부는 김 특보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징역 6월과 자격정지 6월 판결을 확정했다. 국고에 납입해야 할 자금을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이비슨 사업’과 ‘연어 사업’에 활용했다는 혐의였다. 김 특보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형사1부 담당 대법관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었다.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가 김규현 전 국정원장 후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육사 38기 ‘3김’이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이 중 한 명이 김승연 특보다. 나머지 두 명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김옥채 주요코하마 총영사다. 김 총영사는 1988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 뒤 1993년부터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강 대표는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직을 수행할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둘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도 안보분야 공동위원장으로 합을 맞춘 바 있다.
제20대 대선 당시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 영남본부장이었던 강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하는 피켓을 들고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9월 강 대표는 KAI에 둥지를 틀었다. 그와 함께 유세를 나갔던 국정원 출신 황 아무개 씨는 KAI 윤리경영실장(상무급)에 선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 대표가 KAI에 취임한 뒤 윤석열 정부 보은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강 대표가 단행한 사내 내부 인사에서도 공군 낙하산 인사 논란이 뜨거운 감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 취임 이후 KAI가 우주산업 관련 수주전에서 연전연패하며 리더십 논란이 부각되기도 했다.
2024년 9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강구영 KAI 대표에 대한 연임 전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강 대표가 사실상 김 전 장관 핵심 측근으로 알려지면서였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대선이 끝나면 승리한 쪽 캠프에 있던 전직 군 관계자들이 군 관련 보직에 배치되는 것은 있어왔던 일”이라면서 “핵심 보직뿐 아니라, 군인공제회 산하 업체라든지 군 골프장 사장 자리까지도 대선 캠프 출신들로 채워진다”고 했다.
김 소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안보 라인’ 핵심이었기 때문에 주요 보직 인사에 김 전 장관 측근들이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