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대전 주민규 등 품으며 야망 표출…‘준우승 돌풍’ 강원 미래 위한 투자…‘몰락한 명가’ 전북 부활할까
#울산·서울이 '우승 후보'
울산은 이전까지 40년 넘는 K리그 역사에서 단 1회밖에 없었던 리그 4연패에 성공했다. 시즌 중 홍명보 감독이 갑작스레 팀을 떠나며 혼란이 예상됐으나 김판곤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다. 이번 시즌은 준비 단계부터 팀을 이끌며 자신의 색깔을 더 짙게 입힐 전망이다.
울산은 화려한 선수단을 보유한 리그 내 '가장 비싼 팀'이었다. 지난 연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가장 많은 연봉을 지출한 팀이 울산이었다. 하지만 다년간 우승 전력을 유지하며 가장 선수단 연령대가 높은 팀이기도 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울산의 과제는 젊은 피 수혈이었다. 수년간 팀의 성공을 이끌어 온 베테랑들인 조수혁, 주민규, 임종은, 윤일록, 이명재 등이 팀을 떠났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이희균, 이재익, 박민서, 허율 등으로 채웠다. 기존 자원보다 5~6세가량 어린 선수들이다. 이외에도 강상우, 이진현 등 굵직한 자원들을 데려오며 5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주민규의 이적은 놀라움을 안겼다. 최근 4년 연속 K리그1에서 두 자릿수 골을 달성했다. 득점왕 경험도 다수다. 성실한 자기관리로 향후 활약도 예상된다. 하지만 울산과의 동행은 2024시즌으로 마무리됐다. 공격 진영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원하는 김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이적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대항마로는 FC 서울이 첫손에 꼽힌다. 2024시즌 4위를 기록, 오랜만에 리그 상위권에 올랐다. 초반 부진만 아니었다면 더 높은 순위를 노릴 수도 있었다.
서울은 이적시장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연달아 품으며 주목받았다. 전북 현대로부터 문선민, 김진수를 연이어 데려왔다. 이에 더해 지난 시즌 리그 11골 6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정승원까지 영입했다. 기존 기성용, 제시 린가드, 김주성 등 스타 군단에 무게감을 더했다.
서울의 남은 과제는 최전방 보강이다. 지난 시즌 14골을 넣은 일류첸코와 작별했다. 그의 빈자리는 외국인 선수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적시장 ‘큰손’은 대전
대전 하나시티즌은 2024년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즌 초부터 부진이 지속돼 감독을 교체했다. 황선홍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황 감독은 앞서 올림픽 예선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기에 불안감이 있었으나 결국 궤도에 올라서며 다소 여유 있게 강등권과 멀어졌다. 경기력만큼은 순위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하위권에서 시즌을 마무리한 구단은 대개 차기 시즌 목표로 '파이널A(6위 이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3~4위 이내)'을 내건다. 하지만 '부자 구단' 대전은 포부가 달랐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24시즌 최종전이 끝나고 팬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우승을 향해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외쳤다.
이 같은 구단주의 말이 공염불로 돌아가지는 않는 모양새다. 대전은 국가대표 공격수이자 K리그 최고 골잡이로 통하는 주민규를 품으며 놀라움을 안겼다. 이에 더해 국내 수위급 수비수 하창래, 이적시장에서 뜨거운 매물로 통하던 측면 공격수 정재희, 독일에서 활약하던 박규현을 연이어 영입했다.
2024시즌 리그 준우승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 FC의 행보에도 눈길이 쏠렸다. 도민구단인 강원은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쓰는 구단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주목받은 이유는 지난여름 적지 않은 수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성' 양민혁을 토트넘 홋스퍼로 보내며 약 60억 원 내외의 이적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원 구단은 양민혁으로 벌어 들인 금액을 일단 아끼는 모양새다. 이적료 수익으로 함박 웃음을 짓던 김병지 대표이사는 다수의 신인들을 선발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홍철, 윤일록, 김민준, 강윤구 등 타 팀에서 데려온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금액이 투자된 영입은 아니다.
#몰락한 명문, 전북은 살아날까
2025시즌 K리그1의 화두 중 하나는 전북의 부활 여부다. 전북은 2000년대 말부터 리그를 지배한 구단이다. 2009년 창단 첫 우승을 시작으로 리그 트로피만 9회 들어 올렸다. 2017년부터는 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5연패를 달성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전북 천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23시즌부터다.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2년부터 하락세가 시작되는 듯했으나 당시에는 리그 2위, FA컵 우승이라는 성과가 있었다. 결국 김상식 감독은 2023시즌 중도에 팀을 떠나야 했고 구단은 전임 조세 모라이스(포르투갈)에 이어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23시즌을 4위로 수습한 전북은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시즌 전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진 순위는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두현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했으나 결국 구단 역사상 최초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른 끝에 가까스로 1부리그에 생존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전북은 다시 한 번 외국인 감독을 선택했다. 우루과이 출신 거스 포옛 감독이 부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국내 무대에서 역대 가장 높은 이름값으로 꼽힐 만한 지도자다. 감독 경력에서 큰 트로피는 없지만 세계 최상위 무대에서 경쟁을 펼친 바 있다. 2024년 여름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수년 동안 내리막을 걸으며 적극적으로 선수 영입에 나섰던 전북은 이번엔 비교적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베테랑 수비수 김영빈을 강원으로부터 데려온 것을 제외하면 굵직한 영입은 없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송범근이 일본에서 돌아왔으나 기존 주전 자원 김준홍 이탈에 대한 보강이다.
반면 방출 명단은 화려하다. 팀의 주장까지 맡았던 김진수를 서울로 보냈다. 문선민, 정우재, 구자룡, 이재익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선수단 채우기보다는 비우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전북의 순위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전북은 선수가 부족해서 성적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일부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내부 분위기를 다지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면서 "지난 시즌 중 내부 인사와 시스템 등에 변화가 있었다. 감독과 코치진도 달라졌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 전북은 최소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이적시장 종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분명 전북에 추가 영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