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 보존·정비 사업으로 소실된 국가유산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
이번 복원 사업은 국가유산 디지털 대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돼, 고양시의 역사적 유산을 새롭게 조명하고, 보존하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북한산성 행궁 디지털 복원 자료는 현재 고양시가 추진 중인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외 홍보 자료로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 조선 외교와 방어의 상징,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
벽제관은 덕양구 고양동에 위치했던 조선시대의 대표 객관으로, 1467년에 처음 건립됐다. 조선과 중국 간의 외교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유적은 의주길 초입에 자리하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으로 소실돼 터만 남았으며 1965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북한산성 행궁은 덕양구 북한산에 위치했던 왕실 유적이다. 조선의 수도 한양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북한산성 내에 지어진 궁궐이다. 왕과 왕비가 생활하는 내전, 왕과 신하들이 함께 집무를 보는 외전 등 총 129칸 규모로 지어졌다. 북한산성 행궁은 산성이 축성된 다음해인 1712년 건축됐고, 1893년 수리 기록에 따르면 20세기 말까지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1915년 대홍수로 매몰된 후 터만 남았으며, 2007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 '벽제관', '북한산성 행궁' 보수·정비 사업 지속 추진
고양시는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의 원형 복원을 위해 학술적 고증과 발굴 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벽제관은 1998년 첫 발굴조사로 전반적인 현황이 파악됐으나, 학술적 고증자료 부족으로 복원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2018년 국가유산청과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며 복원이 본격화됐다.
시는 지난 2021년 벽제관 영역 중 미조사 구역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를 실시했고, 담장과 부속 건물 유구 등을 새롭게 발견했다. 하지만 벽제관 영역을 점유한 도로나 인접한 사유지 등 문제로 원형 복원을 단기간에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산성 행궁은 20세기 초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발굴 자료를 기반으로 모든 건축물의 고증을 완료했다. 2019년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한 후 복원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현재 위치의 특성상 건축 유구 정비를 중심으로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 3D 디지털 기술로 국가유산 원형 복원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 디지털 복원은 국가유산청의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23년 9월부터 추진됐다. 시는 그동안 확보한 고지도, 사진, 발굴조사 보고서 등 자료와 함께 문화유산위원 등 각계 전문가의 고증과 검토를 거쳐 고양의 대표 유적을 3D 디지털 기술로 복원했다.
벽제관은 입구였던 삼문을 시작으로 중심 건물 정청과 좌우에 연결된 익헌, 삼문과 정청을 연결해 주는 보도인 월대와 담장 등 벽제관의 영역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부속 건물인 육각정까지도 재현했다. 또 조선시대 당시 식생을 반영하여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벽제관 모습도 담았다.
북한산성 행궁은 1808년에 편찬된 '만기요람(萬機要覽)'에 근거해 129칸 모습을 모두 재현했다. 내부에는 내전, 행각, 내문, 수라간 등이 있고, 외부에는 외전, 중문, 행각, 월랑, 외문 등 전체적인 모습이 담겼다. 또 계단과 단청 등 세부적 형태와 함께 북한산성 행궁의 사계절 모습을 구현했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국가유산을 단순히 디지털로 기록하고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문화유산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복원된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은 고양사이버역사박물관과 유적지의 대형 키오스크를 통해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