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과표집’ vs ‘중도층 이동’ 의견 엇갈려…박근혜 탄핵 때와 확연히 달라 “경각심 가져야”
#‘안티 이재명’ 현상
1월 20일 민주당은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여조특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 및 탄핵심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하자 이에 대응하는 당내 기구를 꾸렸다.
여조특위는 여론조사 왜곡·조작 여부를 검증하고, 여론조작 의심이 있다고 판단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의뢰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위원장은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이연희 김영환 이강일 황정아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앞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1월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가 나오면서 편향성 논란이 시작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여론조사도 속출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찬성 여론이 높았던 만큼 이례적인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은 ‘보수층의 과표집’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 평가절하하고, 여론조사 기관이 편향적으로 조사했다며 선관위에 이의신청하는 등 강력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선관위는 KOPRA 여론조사에 대한 민주당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른바 ‘3대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역전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월 16~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46.5%로 민주당(39.0%)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를 묻는 조사에서는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은 48.6%,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46.2%로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리얼미터는 “양당 지지도 차이는 지난해 7월 셋째 주 이후 6개월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며 “국민의힘 지지율은 5주 연속 상승했고, 40% 중반대 회복은 약 11개월 만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약 5개월 만에 40% 선이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의 1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9%, 민주당 지지율이 36%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1월 셋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5%, 민주당은 33%였다. 한국갤럽과 NBS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국갤럽은 “양대 정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의 비등한 구도로 되돌아갔다”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진영 간 대립이 한층 격화한 가운데 기존 지지층을 향한 대통령과 여당의 거듭된 메시지도 그와 같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비상계엄 이후 현재까지의 정당 양상은 8년 전 탄핵 정국과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 결집만으론 지금의 정당 지지율을 설명할 수 없다. 중도층이 합류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가만히만 있어도 탄핵안 통과할 때 지지율을 유지했겠지만,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인한 대선 조급증 때문에 하루하루가 다르게 지지율 악화되면서 역전당한 것”이라며 “대통령 대행 탄핵 및 고발, 카카오톡 검열 논란, 공수처 수사권·영장 논란 등 민주당 자충수와 실책이 끊임없다. 국민의힘이 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일요신문 여론조사] ‘윤석열 탄핵’ 찬성 51.8% vs 반대 46% 오차범위 내 응답).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탄핵과 분리해서 사실상 조기 대선 국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대선으로 인식하니까 ‘안티 이재명’ 현상이 여론조사에 나타나서 정당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것”이라며 “특정 성향 사람이 과표집돼서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는 객관적이지만, 보수층이 여론조사 응답에 초결집하면서 여론을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특정한 성향 사람이 들어오지 않고는 김문수 장관이 보수 주자 중 대통령 지지율 1위로 올라설 수 없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여론조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월 20일 민주당 상임고문단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 “점령군, 개선군 같은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된다”며 “여론조사 관련해서 복합적이긴 하지만 겸허히 받아들이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1월 17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능력이 없어 보이고, 무책임하고, 혹은 (상대를) 거칠게 조롱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이동하게 만든 게 있다”며 “애초 보수의 결집은 ‘지금 대선이구나’ 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지지율) 크로스가 날 정도면 이는 반드시 중도층이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뜻밖 돌풍 왜? 강경 보수층 여론조사 강하게 응답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로 독주하고 있지만 3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사 및 탄핵심판 스케줄이 계속되고 있다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는 사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보수 진영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김 장관은 2024년 12월까지 대선 여론조사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인 만큼 여러 해석이 뒤를 잇는다.
앞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김문수 장관은 7%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31%) 바로 뒤를 이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6%)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6%) 오세훈 서울시장(4%),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2%) 등으로 조사됐다. NBS에선 김 장관은 13%로 이 대표(2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8% 오세훈 서울시장 6%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5% 등의 순이었다.
1월 20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판이했고, 보수 과표집 등 원인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도 의아한 것은 국민의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김문수 장관인 것이다 여론 추이도 해석하기 참 어렵지만, 김 장관이 1위인 것도 해석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강성 보수층의 입장을 대변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2024년 12월 5일 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어려움에 처했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2024년 12월 11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국회에서 허리를 굽혀 사과했으나, 김 장관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12월 31일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김 장관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나온다. 이는 보수 중에서도 극우 세력이 결집한 수치로 읽힌다. 그들이 지지했던 윤 대통령이 사실상 탄핵 위기를 맞자 그 대안으로 김 장관을 택한 것 같다”면서 “확장성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는 만큼, 대선주자로까지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0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보수 유튜버들의 영향을 받아서 강경 지지층들이 여론조사에 강하게 응답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문수 장관 부각 등 여러 가지 증거 자료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야당은 위기감을 가져야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재명 대표에게도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하는 게 흐름이 지금 확실히 보인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