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박병원, 박완수, 임태희, 신성범, 윤상현 등…대선캠프 주요 보직 인선도 리스트 만들어 전달
검찰이 2024년 11월 작성한 수사보고서가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됐다. 일요신문은 2021년 6월 26일부터 2023년 4월까지의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 대화 가운데 명 씨가 인선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보이는 부분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명 씨는 대통령 후보자 경선 시절 윤 대통령의 일정 일부를 미리 받아보고 선거 전략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뿐만 아니라 국면마다 인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김 여사에게 추천한 인물: 박병원, 최명길, 신성범, 임태희, 허영
김 여사와 명 씨의 인연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사보고서에 기재된 두 사람의 첫 대화는 2021년 6월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한 2021년 7월에는 거의 매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경선 전략을 짰다.
2021년 7월이 되자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선거대책위원 후원회장 등 인선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 해 7월 16일 김 여사는 명 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의 프로필을 보내며 “이 사람 후원회장으로 어떠냐. 이권과 연결도 안 되어 있다고 한다”며 명 씨 의견을 물었다. 다음 날 황 전 대사는 윤 캠프 후원회장으로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명 씨는 박병원 전 경제수석의 프로필과 연락처를 보내며 “한국경영자총협회명예회장”이라고 소개했다. 김 여사는 전달하겠다고 했다. 박 전 수석은 윤 대통령 당선 후 2022년 7월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으로 선임됐다.
명 씨는 공보담당으로 최명길 전 의원과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했다. 특히 신성범 의원에 대해선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필요하시면 말씀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신 의원의 경우 명 씨와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신 의원은 언론을 통해 “명 씨와는 21대 총선 당시 처음 만났다”며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정치적 감각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다. 레귤러(표준적인) 출신들이 갖지 못한 창의력이 있어 보였다”고 밝혔다.
그래서 인지 신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가 한창 논란이던 지난 11월에는 명 씨의 경남 창원시 자택에 쌀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이번 일이 터지기 전에 명 씨가 지나가는 말로 쌀 사먹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해서 쌀을 몇 번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2021년 7월 17일부터 19일까지는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갔다.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물어본 임태희는 초기에 중책을 맡기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카카오톡 대화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임 교육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후 임 교육감은 윤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 총괄상황본부장에 임명됐고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특별고문직도 맡았다.
극우 세력인 전광훈 목사의 최측근도 명 씨의 추천 인사 명단에 올랐다. 명 씨는 2021년 9월 6일 김 여사에게 뉴스 기사 링크를 보낸 후 강연재 변호사(전 국민혁명당 대변인)의 정치 이력 텍스트도 함께 전송했다. 강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에 속했던 인물이다.
명 씨는 주요 활동 무대인 창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 명 씨는 김 여사에게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과 협의하여 ‘공정과 개혁 경남본부’를 만들었다”며 관련 계획안을 보냈다. 이어 허영 전 창원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을 언급하며 “허영 공동대표는 안상수 시장의 최측근으로 윤 총장 지지자 2000명을 모집했다.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인재영업위원회 부위원장직엔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가 임명됐다.
김 여사도 필요할 때마다 명 씨에게 조언을 구했다.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9월 1일 김 여사는 제3자에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를 명 씨에게 전달했다. ‘오늘 국민의힘 윤기찬, 김경안 선관위원이 경선 룰 수정안을 적극 돕기로 했다. 두 사람에게 전화 한 통 해주면 더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여사는 이것을 복사해 명 씨에게 보내며 “전화해야 하나. 의견 달라”고 했다.
자문은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계속됐다. 2022년 11월 24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사태파악은 이미 다 했으니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 달라”고 했다. 그러자 명 씨는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의사조율과 전투력 그리고 언론플레이에 능한 의원들을 포진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정점식, 배현진, 송언석”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물: 박완수, 이철우, 최응식
명 씨가 직접 윤 대통령에게 인사를 추천한 사실도 수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2021년 7월 31일 오전 윤 대통령에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집무실 주소를 알려준 명 씨는 같은 날 저녁 윤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메시지를 보내며 박완수 경남지사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박 지사는) 지난 (2020년) 4‧15 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초선의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경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윤한홍 의원과는 라이벌 관계다. 전화 드리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매우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8월 1일 오전 명 씨에게 “전화했다. 반가워하신다”는 답장을 보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명 씨가 추천한 인사를 탐탁지 않게 여긴 정황도 보였다. 2021년 9월 13일에서 16일 사이에 나눈 대화를 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의원들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라며 “박완수 의원은 측근인 도의원에게 11월 5일까지는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믿을 수 없는 친구”라고 했다.
이에 명 씨는 경남지역 의원들의 윤 후보 지지 여부라는 내용의 문건 내용을 대통령에게 전송했다. 여기에는 박완수, 윤한홍, 정점식, 김태호, 강기윤, 서일준 등 6명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유보나 타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명 씨는 그러면서 “진주 중앙시장 방문 때 윤한홍 의원을 시켜 조규일(진주시장)과 강민국(의원)을 꼭 안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예”라고 답했다.
2021년 9월 8일부터 9일 사이에는 최응식 당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의 명함과 이철우 경북지사 연락처를 전송했다. 3시간 후 윤 대통령은 “전화했다”고 응답했다. 엿새 뒤인 2021년 9월 15일 윤 대통령은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외기노련)은 2022년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다. 명 씨는 선거캠프의 주요 보직 인선에도 의견을 냈다. 2021년 9월 19일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캠프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 1명을 거론했다. 명 씨가 보낸 메시지 내용은 “총괄공동본부장 1. 주호영 5선 국회의원 2. 윤상현 4선 국회의원 3. 김태호 3선 국회의원 4. 나경원 전 4선 국회의원, 비서실장 박완수 2선 국회의원(4‧15총선 때 국민의힘 사무총장으로 전국 정치지형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명 씨가 1번으로 언급한 주호영 의원은 캠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나 의원은 캠프직을 고사했으나 2번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에, 3번이었던 김태호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결과적으로 명 씨가 추천한 5명의 인물 중 3명이 캠프의 주요 보직에 임명된 셈이다.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에는 안철수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도 적극 나섰다. 명 씨는 윤 대통령에게 “최진석 교수(당시 상임선대위원장)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최 교수가 나눈 대화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전송했다.
이와 관련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명 씨가 수많은 메신저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명 씨가 두 캠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은 맞으나 큰 영향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정권교체나 단일화에 메신저가 개입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지만 메신저 한 명이 단일화라는 크고 복잡한 일을 기획하거나 집행 등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메신저는 딱 메신저만큼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단일화를 이끌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말까지도 협상과 결렬을 반복하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2022년 3월 3일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두고 안 후보가 조건 없는 단일화 의지를 밝히면서 극적으로 이뤄졌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