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 얻으려 대량 구매 후 폐기 잦았지만 팬들 사이 회의론…“앨범 판매량 통한 시장 확대 전략 수정해야”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서클차트에 따르면, 2024년 1월 첫째 주부터 12월 둘째 주까지 50주간 1∼400위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9267만 장이었다. 산술적으로 하루 평균 30만 장 가까이 팔렸다는 것이니 어마어마한 성적이다. 하지만 2023년 같은 기간에는 1억 1517만 장이 팔렸던 것을 고려하면 19.5%포인트 감소했다. 2023년 K-팝 시장이 최초로 ‘연간 1억 장’ 시대를 열었으나 1년 만에 그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항간에는 슈퍼스타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는다. 역대 가장 성공한 K-팝 그룹으로 꼽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2023년 연말 전원 군입대해 2024년에는 대외 활동이 없었다. 2023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이 만료된 걸그룹 블랙핑크 역시 지난해에는 개별 활동에 집중했다. ‘원투 펀치’가 사라진 것이다. 이들이 활동했더라면 1억 장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K-팝 앨범 판매량 감소는 대다수 유명 그룹이 겪는 현상이다.
방탄소년단의 공백을 메우던 그룹 세븐틴의 2024년 1∼50주 앨범 판매량은 896만 장이다. 이는 1년 전 1600만 장의 반 토막 수준이다. 스트레이 키즈 역시 2023년 1087만 장에서 2024년 588만 장으로 줄어들었다. 각 그룹들의 앨범 판매량 하향평준화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앨범 판매량 감소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글로벌 팬들이 K-팝을 싫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한다. 퍼포먼스를 앞세운 차별화 없는 콘텐츠가 반복되면서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발표한 ‘아파트’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고, 공연 시장은 오히려 확장됐다. 다수 그룹이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고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즉 수요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앨범이다. 요즘은 음원 시대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앨범을 사서 CD로 음악을 듣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각 기획사들은 USB 형태 앨범을 내놓거나, 디지털 앨범을 제작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앨범이 ‘음악을 듣는 도구’로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
이보다 각 기획사는 마케팅의 용도로 앨범을 활용한다. 요즘 K-팝 그룹 앨범은 화보집에 가깝다. CD는 ‘거들 뿐’이고, 그 안에 각 멤버들의 사진을 잔뜩 넣는다. 포토카드는 무작위로 넣는다.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손에 넣지 못한 팬들은 또 다시 같은 앨범을 구입한다. 또한 앨범 안에 팬 사인회 응모권을 넣어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상승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울러 내용물은 같지만 표지만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구매를 부추이기도 한다. 전형적인 상술이다.
그렇다면 팬덤들은 이를 모를까. 그렇지 않다. 대다수가 알면서 동참한다. 좋아하는 그룹을 지원하는 차원이다. 요즘 K-팝 그룹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는 ‘초동 판매량’이다. 앨범 발매 이후 1주간 판매량을 뜻하며, 팬덤 동원력이 높은 그룹일수록 초동 판매량이 높다. 신보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 기간에 대거 앨범을 구매해 그룹 멤버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상술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결국 소속사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앨범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며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 몰래 버린 K-팝 앨범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웃지 못 할 비판도 나온다. 더 이상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상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팬덤이 늘면서 K-팝 시장의 전체 매출 역시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2025년은 K-팝의 지속적인 성장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대거 돌아오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6월 모든 멤버가 군복무를 마친다. 블랙핑크 역시 4인조 완전체 활동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젊은 피’가 수혈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미 7인조 신인 보이그룹 킥플립을 내놨고, 2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8인조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가 출격한다. 이들의 활동은 기존 팬덤을 다시 결집시키고, 새로운 팬덤을 K-팝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K-팝 앨범 판매량 증가를 통한 시장 확대 전략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 적잖은 부작용을 낳고 있고, 앨범을 활용한 상술에 염증을 느끼는 글로벌 팬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뚜렷한 대안은 없다. 하지만 K-팝이 지속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 이상 앨범 판매량 증진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는 지적에는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