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미국발 전선업계 대호황 수혜 기대…호반산업, 인수 당시 우려 딛고 성공 투자 평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는 펀드 청산 이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한전선을 팔았는데, 공교롭게도 다른 문제 때문에 펀드 청산을 하지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대한전선도 계속 가지고 있는 건데'라는 뒤늦은 후회가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전선의 지난해 4분기 기준 수주잔고가 전년 대비 1조 2000억 원 증가해 3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 수주한 물량은 대부분 미국, 유럽, 싱가포르로 3~4년간 납품 예정이며 수익성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3조 5940억 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420억 원, 4%로 전망했다. 이민재 연구원은 “2022년 이전 수주한 프로젝트 매출이 반영되기 때문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좋은 수주 물량 매출이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전선이 내년부터 매해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선은 미래 먹거리로 해저케이블을 지목했다. 제조 가능한 업체가 소수에 불과해 이익률이 높은 반면, 친환경 에너지 바람을 타고 수요는 폭증하고 있어서다. 대한전선은 충청남도 당진항 고대부두 인근에 해저케이블 1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2022년 12월 착공했다. 또 7200억 원을 투자한 2공장 건설을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자연스레 호반산업은 입이 귀에 걸린 상황이다. 호반산업은 2021년 3월 대한전선 지분 40%를 2518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건설사 중심인 호반그룹이 전선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이 있었지만 부정적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한전선은 현재 시가총액이 2조 5000억 원대가 넘는다. 지분 40%의 가치는 1조 원이 넘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대한전선 가치는 1조 원대 중반은 된다고 봐야 한다.
호반그룹과 정반대 상황인 곳은 매각자였던 IMM이다. IMM은 2012년 7500억 원 규모로 결성한 ‘로즈골드 2호’ 펀드를 통해 대한전선을 매입했다. 당시 대한전선은 하나은행 등 채권단 자율협약 중이었는데, IMM이 3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지분율은 70.1%에 달했다.
IMM은 지분 40%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호반산업에 팔았고, 나머지 지분은 블록딜(대량매매)로 처분했다. 3000억 원을 투자해 약 7000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100% 넘는 차익을 챙긴 셈이니 표면적으로 아쉬운 것은 없다.
하지만 속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IMM은 대한전선이 더 좋아질 것을 알고 있었으나 2012년 결성한 펀드를 언젠가는 청산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대한전선을 매각했다. 사모펀드는 통상 펀드를 빠르면 5~6년, 늦어도 10년이면 청산을 추진한다. 로즈골드 2호 또한 대한전선 매각 당시 9년이나 됐기 때문에 청산을 준비해야만 했다.
대한전선그룹 오너일가 또한 최근 사석에서 짙은 아쉬움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 특수가 10년만 일찍 왔어도…”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대한전선 오너 일가는 2013년 경영권을 내놓았고, 현재 창업주 고 설경동 회장의 손자인 설윤석 부회장이 한때 대한전선의 일개 사업 부문이었던 대한광통신 하나만을 이끌고 있다.
대한전선은 두 번이나 문어발 확장을 시도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1969년 가전업 진출에 이어 1972년 오리온전기를 인수했다가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전자 계열사들을 모두 대우그룹에 넘긴 뒤 다시 전선·케이블 외길을 걸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남부터미널, 무주리조트, 필리핀 세부리조트, 캐나다 힐튼호텔 등 부동산과 트라이브랜즈(옛 쌍방울) 등에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또 한 차례 회사 문을 닫을 뻔했다. 이 때문에 2010년대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더라도 결국에는 무너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광통신은 현재 고전하고 있다. 대한광통신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광섬유의 글로벌 판매단가인데, 이 또한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판가가 하락 추세이기 때문이다. 한국IR협의회 소속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대한광통신이 2024년 영업적자 167억 원을 기록해 적자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또한 16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대한광통신은 올해 미국 전력망 사업에 진출해 재기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광통신 전력사업부 매출은 전체적인 외형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매출이 전년대비 15.6% 늘어난 740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은 광복합가공지선(OPGW)뿐인데, MV와 LV 같은 전력케이블도 수출하기 위한 인증을 진행 중이다.
다만 미국 전력 시장은 우리나라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전선회사가 노리는 영역이다. 그만큼 품질이 우수해야 하고, 신생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대한광통신에도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