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하이’ 기록한 2024시즌 “삼겹살 대신 소고기 먹을 수 있다”
덕분에 올 시즌 손주영은 무려 300%의 연봉 인상률을 보이며 1억 7200만 원을 받고 마운드에 오른다. 손주영의 인상률은 올해 팀 내 재계약 대상자 중 최고의 수치다.
비시즌 동안 매일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해 구슬땀을 흘리며 2025년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는 손주영을 만나 그의 지난 야구 인생을 풀어봤다.
손주영을 만났을 때만 해도 그의 연봉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처음으로 연봉 인상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고, 에이전트를 통해 구단과의 연봉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손주영의 활약상을 고려하면 연봉 1억 원은 가뿐히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전에는 연봉 5000만 원, 6000만 원만 돼도 한 달에 얼마가 들어오고, 그 돈으로 월세 내도 조금 여유롭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한테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건 엄청난 일이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 먹을 수 있고, 삼겹살 대신 소고기도 먹을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연봉 많이 받는 선배님들 보면서 동기부여가 된 적도 많았다. 후배들에게 베풀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멋있어 보이더라. 연봉 1억 원 넘는 거에 만족하지 않고 야구를 더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손주영의 기대대로 LG 구단은 1월 21일 2025년 재계약 대상 39명과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선발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뛴 손주영은 인상률 300%로 종전의 4300만 원에서 1억 2900만 원이 인상된 1억 7200만 원에 재계약했다.
손주영은 2024년 자신이 올린 성적표를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할 때 ‘85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선발 투수로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은 경우를 의미) 횟수가 부족하다고 답한다. 손주영은 11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포함해 28경기 144⅔이닝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9 112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원태인(삼성)에 이어 국내 선발 투수 중 2위에 해당 된다.
“지난해 전반기 때 16차례 선발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거둔 게 4차례밖에 안 된다. 당시 80이닝 정도 소화한 상태라 규정 이닝은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다. 후반기에 보완이 됐지만 전반기 때 조금 더 긴 이닝을 소화했더라면 팀에 도움이 됐겠다 싶어 85점 정도 주고 싶다.”
2023년까지의 손주영은 22경기에 등판해 2승을 거뒀다. 그랬던 그가 지난 한 시즌에 9승을 달성한 변화의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스테미너가 꾸준한 덕분에 경기 내용의 기복이 크지 않았다. 무조건 5이닝 이상은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5선발 자리를 버텼다. (박)동원 형과의 호흡도 좋았다. 동원 형의 조언 덕분에 변화구를 늘렸고, 포크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면서 후반기에 실력이 확 늘었다. 포크볼 효과를 톡톡히 봤다. 몸이 아프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프로 입단 후 6시즌 만에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터라 몸 관리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손주영의 경기 운영을 보면 1, 2회보다 3회부터 구위가 살아나는 걸 알 수 있다. 경기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다 3회 이후 구속과 구위가 좋아지면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는 특징이 있다.
“선발 투수다 보니 1회부터 전력 피칭을 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체력 안배를 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 위기가 닥치면 엄청 집중하는 편이고 구속도 확 올라간다. 그래서 가끔 코치님들이 농담 삼아 불펜에서 50개 정도는 던지고 올라가라고 말씀하신다.”
손주영은 191㎝의 큰 신장에서 내리꽂는 140㎞/h 후반대의 빠른 직구로 타자를 윽박 지르는 스타일이다. 염경엽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모든 것이 아쉽지만 손주영 하나는 건졌다”라고 말할 정도로 손주영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4년이 손주영에게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면 그전까지만 해도 손주영은 선수 생활의 위기를 반복해 겪었다. 아무리 노력해서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에 다른 직업을 고려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경찰 공무원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고, 건설 현장에서 기술을 배워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상상만 해봤다. 물류 배송 일도 찾아봤었다. 내가 야구를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몸은 건강하니 몸을 혹사해도 돈 좀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부모님을 떠올리니까 도저히 야구를 그만둘 수 없겠더라. 어려운 형편에 아들 야구 시킨다고 고생 많이 하셨는데 여기서 그만두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야구에 집중했다.”
2024년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 했던 손주영으로선 이전 야구를 그만두려 했던 상황들이 추억으로 남았지만 만약 그때 진짜 그만뒀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손주영도 이 이야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손주영은 어렸을 때부터 투수 김광현을 좋아했다. 2007년부터 야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던 그는 김광현의 투구폼을 따라 해보기도 했고, 자신의 휴대폰 배경 화면에 김광현 사진을 저장해뒀을 정도로 닮고 싶은 투수였다고 설명한다.
“프로 선수가 된 뒤 김광현 선배님을 직접 뵙고 유니폼에 사인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내 등번호가 29번인데 김광현 선배님 등번호를 따라한 것이다. 그분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을 때는 속으로 ‘대박’을 외치며 선배님 경기를 다 챙겨봤다. 나한테 김광현 선배님은 연예인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선배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옛날 SK 시절 이야기나 슬라이더 던지는 법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볼 것 같다.”
인터뷰 말미에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2023년 7월의 손주영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 손주영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주영아, 너 그때 야구 그만뒀으면 평생 후회했을 거야”라며 “야구 계속하길 정말 잘했다”라고 대답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