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집 살이…개혁신당 최고위 따로 개최

허은아, 직무 정지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천하람 “허은아 당 복귀 불가능”

[일요신문] 개혁신당이 1월 마지막 날인 31일 허은아 당대표 지도부와 친이준석계 지도부로 나뉘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눈길을 끈다.

허은아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가 31일 각각 다른 장소에서 최고위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 대표는 3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투표는 절차적인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 오히려 당원 당규를 위반한 것은 이준석 의원 측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그들의 온라인 투표 신청을 반려했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시 사설 업체에 당원 명부를 넘기면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투표를 강행했다. 정당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준석계 지도부는 지난 24~25일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를 시행했다. 당원소환제는 당 대표 등 당직자가 당헌·당규 등을 위반해 당의 위신을 해치거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당원들이 소환해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개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으뜸당원 3분의 1 이상의 투표 참여와 유효 투표의 과반수 찬성이면 당원소환(해임)을 확정된다.

허 대표 당원소환 투표 결과 으뜸당원 2만 1694명이 참여해 1만 9943명(91.93%)이 찬성, 1751명(8.07%)이 반대했다. 함께 진행된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의 당원소환 투표 결과도 찬성 2만 140명(92.84%), 반대 1554명(7.16%)으로 나왔다. 이준석계 지도부는 26일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최고위에서 허 대표의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허 대표는 당원소환 투표는 불법이라며 법원에 직무 정지 의결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허 대표는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는 특정 정치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개혁신당은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정당이지 특정인의 대선 캠프가 아니다”라며 “설 연휴 기간 이준석 의원이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개혁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준석계 지도부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민주적인 절차로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인되었다. 가처분 등 후속 절차는 일부 남아 있지만 조속하게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이 2025년 새해에는 하루빨리 당내 내홍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국민께 미래를 여는, 진정으로 개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 세력이 되겠다. 지난 대선보다는 나은 선택지를 국민께 제공할 수 있는 정치 집단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85%가 넘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참여로 또 90%가 넘는 당원들의 찬성으로 당원 소환이 결정됐다”며 “허은아 전 당 대표가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박찬웅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