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방식 결정 임박,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공동설계·분리발주’ 의견 힘 받아…해외에선 성공사례 많아

지난해 7월 이뤄졌어야 할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이 약 8개월여 표류하면서 2030년 해군 인도를 목표로 한 KDDX 선도함 전력화는 사실상 제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KDDX 사업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등으로 인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방사청은 당초 고려하던 수의계약 결정을 보류했다. 이후 8월 말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출구전략 차원에서 ‘복수 방위산업체 지정, 공동설계, 1·2번함 동시 건조’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방사청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두 업체는 각자의 강점이 두드러진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개발하는 방안으로 KDDX를 공동으로 상세 설계하는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다.
#방위산업체 복수지정으로 상황 달라져
당시 이 방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복수의 KDDX 방위산업체로 지정해야 하는 난관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청 등과 협의 끝에 KDDX 방위산업체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복수 지정했다.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KDDX 사업자 선정을 할 경우에 또다시 업체 간 갈등과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차제에 공동설계·분리발주를 통해 K-군함 원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방사청이 두 업체의 전향적인 결정을 이끌면 가능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방산업계에서는 수의계약보다 공동설계 방안이 적시 전력화를 위한 건조 기간 단축에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의계약은 기존 로드맵대로 가기 때문에 최소한 그간 지체된 기간인 8개월여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반면 공동개발 방안은 양사가 협력을 통해 상세설계와 1·2번함을 동시 건조하기 때문에 적시 전력화에 더 적합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호주해군 호위함 사업을 보더라도 해군이 운용 중인 차기호위함을 가지고 해외시장에 나갈 경우 선진국 시장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대형화되는 최근 호위함 트렌드를 봤을 때 결국 KDDX가 향후 K-군함의 주력 수출상품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원팀이 매우 중요하다. KDDX를 공동설계·분리발주로 진행한다면 자연스럽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장보고-Ⅲ 기본설계 공동 수행한 바 있어
국내외에서는 방위산업체들이 협력해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장보고-Ⅲ 잠수함의 경우, 고난도의 중형 잠수함을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협업으로 기본설계를 진행한 바 있다. 2008년 2월부터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직원을 파견, 부산에 공동 사무실을 열고 5년간 기본설계 공동 작업을 수행했다. 해외에도 다수의 성공적인 공동개발 사례가 있다. 우선 영국 해군의 상징인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은 공동개발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영국 해군 사상 최대의 군함인 퀸 엘리자베스호 건조를 위해 1999년 BAE 시스템즈(당시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와 탈레스 그룹(당시 톰슨-CSF)을 컨소시엄 최종 후보로 선정했으나, 결국 탈레스 측 설계를 채택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2007년 에어크래프트 캐리어 얼라이언스(Aircraft Carrier Alliance)을 만들고 자국 조선소들을 원팀으로 묶어 사업권을 줬다.

이후 이 사업에 참여한 세계적인 방위산업체들이 연합해 두 대의 최신예 항모를 건조해 1번함인 퀸 엘리자베스는 2017년에 취역했고, 2번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는 2019년 12월에 취역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0년대 프랑스(Naval Group), 이탈리아(Fincantieri)가 공동 개발한 FREMM 호위함이 대표적이다. 양국뿐만 아니라 방산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과 기술 공유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 2012년 성공적으로 선도함을 건조했다.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8척씩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모델로 해외 수출에서도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이끌었다. 프랑스 주도로 2008년 모로코에 1척, 2015년 이집트에 2척을 수출했고 이탈리아 주도로는 2020년 미국 FFG-62(Constellation class) 모델로 20척, 이집트에 2척, 2021년 인도네시아에 6척을 수출했다.
#방사청, K-군함 미래위한 담대한 결단해야
이와 관련해 방위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 정부·기업 간에도 공동설계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함정 건조의 선례가 많다”며 “국내 업체 간에도 공동설계가 접근 불가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FREMM 호위함의 경우에는 해외에 대거 수출까지 할 만큼, 업체 간 시너지를 발휘했다”며 “앞으로 K-군함의 미래를 위해서 ‘원팀’ 구성이 시급하다”며 “우선 KDDX에서부터 팀워크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방사청이 담대한 결단을 해야할 때”라고 촉구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