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05% 갖고 웬 법석? “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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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문근영을 내세운 GS칼텍스 광고. | ||
GS칼텍스가 등유식별제가 섞인 경유를 판매한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유에 값싼 등유를 섞어 판 것 아니냐”라는 의심 섞인 시선까지도 보내고 있다.
게다가 GS칼텍스가 ‘실수’로 공급한 이 경유는 사상 처음으로 일선 주유소에까지 유통돼 1만 8000㎘가량이 이미 소비자에게 팔린 것으로 나타나 향후 사건 전개가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경유에서 등유식별제가 발견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 중간 유통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돼 일선 주유소에는 제품이 공급되지 않았다.
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 5월 초. GS칼텍스는 자체 검사과정에서 경유 제품에 등유식별제가 섞여 출고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등유식별제는 상대적으로 비싼 경유에 값싼 등유를 섞어서 경유로 속여 파는 것을 막기 위해 넣는 물질. 정유사에서 등유를 출고할 때 특정 화학물질과 색소를 10ppm가량 섞어 넣어 석유품질관리원 등이 조사를 할 때 경유에 등유가 섞였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식별을 위해서 넣는 물질인 등유식별제만 첨가됐다면 석유제품 품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된 GS칼텍스 측은 즉시 사태수습에 나섰다. GS칼텍스 측이 파악한 문제의 제품은 차량용으로 생산된 약 4만 8000㎘의 초저유황 경유. 승합차 100만 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분량으로, 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600억 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이었다.
GS칼텍스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비밀리에 일선 주유소를 돌며 문제의 제품을 회수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4월말에 생산된 이 제품은 이미 1만 8000㎘가량이 수십만대의 차량에 주유된 뒤였다. GS칼텍스는 부랴부랴 남은 분량을 수거했지만 문제는 곧이어 터져나왔다.
GS칼텍스에서 경유를 주유한 운전자들이 회사 홈페이지 등에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 고객 게시판에는 “GS칼텍스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었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거나 “주유 후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떨어지고 엔진소음이 심해지는 등의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는 등의 항의성 글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일이 커지자 회사 측은 공지를 내고 등유식별제가 첨가됐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GS칼텍스는 지난 10일 “자체 검사 과정에서 밸브 파손에 따라 경유에 등유 식별제가 섞여 출고된 것을 확인하고 즉시 출하를 중지하고 경유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또 “등유식별제는 유사 경유로 사용되기 쉬운 값싼 등유를 다른 석유제품과 구분하려고 등유에 첨가하는 법정 첨가제로 제품 성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석유품질검사원이 조사한 결과 기준치 이하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GS칼텍스 홈페이지에도 “등유식별제는 혼유 여부를 쉽게 판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부 업자들이 비싼 경유와 값싼 등유를 섞어 파는 것을 막기 위해 넣는 물질입니다. 혼유 식별을 위해 넣는 물질인만큼 품질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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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동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 | ||
하지만 문제는 경유에 단순히 등유식별제가 들어간 것을 넘어 아예 등유 자체가 섞였을 것이라는 의혹까지도 일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GS칼텍스 직원 등은 이번 사건에 관해 “GS칼텍스 측 발표와 행동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GS칼텍스는 등유식별제가 주유소에 공급된 4800만 리터의 경유에 섞인 26리터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비율로 계산해 보면 0.000005%수준” 이라며 “이 정도 소량이라면 품질이 나빠지는 등의 변화가 있을 리 없는데도 GS칼텍스가 굳이 주유소를 돌며 긴급 회수에 나선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혹시 등유 자체가 섞인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미 제품이 시중 주유소에까지 공급된 후에야 문제를 발견했다는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경유를 출하하기 전에 품질을 검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유통되기 시작한 후에야 검사를 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GS칼텍스의 제품검사 과정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유화업계 관계자들은 “GS칼텍스 측 말대로 등유식별제가 섞인 사소한 실수였다면 경유의 색깔이 바뀌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데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출하했다는 것은 다소 의아스럽다”며 “출하 전에 하는 샘플 검사를 생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문제의 경유가 GS칼텍스뿐 아니라 다른 정유회사들에게 팔렸음에도 이 회사들은 제품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일선 주유소에는 공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구심이 남는 부분이다.
문제의 경유는 GS칼텍스의 경쟁사인 현대오일뱅크와 SK(주)에도 팔렸다. 하지만 두 회사는 주유소로 넘기기 전 제품 이상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SK(주)는 GS칼텍스로부터 구입한 물량 전체를 반품처리하고 주유소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사들인 물량이 많지 않아 반품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주유소에 공급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GS칼텍스는 회수된 경유제품을 새로 생산된 제품과 희석해 재판매하거나 주유소 이외의 수요처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또 다른 불씨는 GS칼텍스의 경유를 취급하는 일선 주유소들의 반발이다. 주유소들은 GS칼텍스 측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내놓은 해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번 사건을 해명하면서 “석유제품에는 문제가 없으나 주유소 업자가 이를 악용해 경유와 등유를 섞어 팔아 이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GS칼텍스의 책임으로 돌릴 것을 우려해 유통된 제품을 비밀리에 긴급 회수하게 됐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제품을 공급받은 주유소들은 “하자 있는 물건을 공급한 것도 모자라 책임까지 주유소 업자에 돌리는 몰상식한 행위”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