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커브길 등 포함된 21km 코스, 20팀 참가해 6개 로봇 완주…자율 주행 알고리즘 적용 향후 과제

이번 마라톤 코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 설계됐다. 코스를 본 참가자들은 ‘악마급’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6개의 좌회전, 8개의 우회전 코스를 만들어 로봇의 운동 알고리즘을 테스트했다. 21km구간 동안 평지, 오르막길 등 다양한 도로 상황을 만들어 로봇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시험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베이징 경제개발구 관리위원회의 부주임 량량은 “출전하면 승리, 완주하면 영웅이다. 출전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대단한 도전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로봇이 실험실을 나서면서 일반 대중에게 실제 발전 수준을 알리게 됐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창업 및 연구 분위기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챔피언 톈궁은 신장 180cm, 몸무게 52kg으로 제작됐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최고기술책임자 탕젠은 “마라톤 경기를 완주했다는 것은 가혹한 시험을 견뎌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체 구조 설계, 배터리 문제, 방열 시스템 등 여러 측면을 극한으로 검증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완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규모 적용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상하이 줘이더 로봇 유한회사가 만든 ‘워리어 2’호는 톈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회사 창립자이자 상하이 공과대학 교수인 리칭두는 “긴장이 많이 됐지만 재미있었다.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의 성능 검증이었다”고 말했다. 리칭두가 가장 강조한 것은 배터리였다.
주행 거리는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문제 중 하나다. 리칭두는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고 정해진 거리를 끝까지 달릴 수 있는지가 이번 마라톤 참가의 이유였다”고 했다. 워리어 2는 다른 로봇과 달리 몸무게가 30kg에 불과하다. 로봇을 경량화해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완주를 한 톈궁이나 워리어 2 역시 중간에 넘어지거나 방향을 잘 못 잡아서 제작자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었다. 1위로 달리던 톈궁이 갑자기 넘어져서 마치 레슬링을 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마라톤 대회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리칭두는 “배터리 때문에 생긴 일이고 종종 발생한다”면서 “이게 바로 마라톤 대회가 필요한 이유다. 현장에서 많이 넘어지고 고장 날수록 실험실에선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로봇이 마라톤을 안정적으로 완주하게 되면 산업 부문은 물론 가정에도 진입할 수 있는 견고한 기초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했다.
탕젠은 “1894년 프랑스에서 처음 자동차 경주가 열렸을 때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 경기가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문가들은 이때 발견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자동차 산업의 출발이었다”라고 했다.
선전 로봇기술 유한회사는 칭화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만든 ‘과보’를 시합에 내보냈다. 과보는 전시장 해설자로 활약하고 있던 로봇이었다. 과보는 예상을 깨고 완주, 모두를 놀라게 했다. 회사 CEO(최고경영자) 창린은 “과보의 높은 안정성과 개발 가치를 검증했다. 산학협력 모델이 성공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면서 “칭화대뿐 아니라 여러 대학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회에 참가한 로봇 전문가들이 배터리와 함께 입을 모아 언급한 이슈는 자율 주행이다. 마라톤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미리 입력된 코스에 맞춰 주행을 한다. 탕젠은 “다른 업계에선 자율 주행이 이미 널리 펴져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렇지 않다. 관절이 많아서 이를 제어하는 건 전혀 다른 단계”라고 했다.
창린 역시 “자율 주행 알고리즘을 로봇에 직접 적용하는 건 매우 힘들다. 계획된 궤적을 정확히 따르는 것 외에 스스로 판단해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난제”라고 했다. 창린은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력을 모으고 있으며, 올해 안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몇몇 커뮤니티 등에선 마라톤을 하는 로봇을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조만간 로봇이 인간을 대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탕젠은 “로봇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인간과의 공존”이라면서 “문명 진보의 본질은 반복적이며 과중한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의 역사”라고 했다.
당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에 대해 인간의 생명 안전에 위협이 되는 임무를 맡고, 노동력을 보완하며, 번거롭고 반복적인 다양한 작업을 완수해 사회 전체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규정한다.
리칭두는 “인간과 로봇이 융합되는 미래를 상상한다”면서 “인간은 미래에 두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는 인간을 위해 일하고, 하나는 인간의 삶을 돌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칭두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 로봇의 체력과 성능은 우수해졌다. 여기에 AI(인공지능) 능력을 더하면 점점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