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 부상 틈타 빅리그 데뷔 “많은 이들이 반겨줬다”

5월 6일 김혜성은 빅리그 콜업 후 처음으로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 2루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로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된다.
지난 1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LA 다저스와 3+2년 총액 2200만 달러(약 305억 원) 계약을 맺은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시작했지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김혜성은 코메츠 소속으로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2(115타수 29안타) 5홈런 19타점 22득점 1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98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다저스의 토미 에드먼이 발목 부상으로 IL(부상자명단)에 오르자, 다저스는 5월 4일 김혜성을 빅리그로 승격시키게 된다.
5월 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혜성은 처음 빅리그 콜업 소식을 듣게 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처음 콜업 소식을 듣게 됐을 때 정말 기뻤다. 아무래도 (빅리그로) 오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더 기뻤던 것 같다. 그동안 콜업과 관련해서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시기상 팀이 필요하면 부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즉 바꾸고 있는 타격폼과 야구하는데 더 집중했다.”
김혜성이 다저스 팀에 합류 후 여러 선수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김혜성의 빅리그 콜업을 축하해줬는데 특히 오타니 쇼헤이는 게시물에다 직접 김혜성을 환영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말 많은 선수들이 나를 반겨줬다. 특히 일본 선수들이 더 반가워했고, 다 잘 대해줬다. 나는 SNS를 잘 안하는 편인데 감사한 마음에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정후도 바로 연락해서 축하한다고 말했다. 정후 외에 모든 친구들, 지인들이 연락해줘서 정말 감사했다.”
김혜성은 올 시즌 종종 이정후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말한다. 이정후가 부상에서 복귀 후 성공적인 시즌을 치르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는 속내도 덧붙인다.
“정후한테 항상 아프지만 말라고, 너무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인터뷰 때마다 말했듯이 이정후는 부상만 없으면 항상 잘하는 선수이고 정후가 야구장에서 보이는 플레이에 팬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 이정후는 이정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성 형은 자주 연락을 주셨다. 아픈 데 없냐고, 잘 준비하고 있으면 분명 (빅리그 콜업의) 기회가 올 거라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성 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인데 형을 떠올리면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없다.”
트리플A 팀에서 5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김혜성에게 가장 기억나는 홈런에 대해 묻자 김혜성은 “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라고 답한다.
김혜성은 4월 13일 텍사스주 라운드록 델 다이아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운드록 익스프레스(텍사스 산하)와의 원정 경기에서 2회와 4회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13일 뿐만 아니라 전날인 12에는 라운드록 선발로 나선 한국계 투수 데인 더닝을 상대로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때려 트리플A 첫 홈런을 기록했다. 스스로 ‘홈런형 타자’가 아니라고 말했던 김혜성은 당시 2경기 연속 홈런과 이틀 사이 3홈런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트리플A에 있는 동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중견수, 유격수, 2루수를 번갈아 가며 맡았는데 덕분에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수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김혜성에게 처음으로 경험하는 메이저리그 구장인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 파크가 어떤지를 물었다. 김혜성은 “전광판 크기나 야구장 규모가 정말 엄청난 것 같다”고 감탄했다.
“빅리그 콜업된 첫날 9회말에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막상 경기하다 보면 다른 건 신경 안 쓰는 편이라 야구만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 나간 경기에서 팀이 이겨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면서 들어갈 수 있었고, 그런 좋은 기회를 줘서 정말 행복했다. 지금은 토미 에드먼의 부상으로 내가 대신 올라온 터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걸 걱정하기 보다 그냥 후회 없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혜성은 인터뷰 말미에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에 살짝 감정을 담아냈다.
“미국 팬들만 보다가 한국 팬들이 마이너리그 야구장을 찾아오셔서 “김혜성 선수”라고 부르면 굉장히 반갑고 감사하다.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뛰었을 때 들었던 팬들의 함성과 응원 소리가 안 들리는데 (때론 팬들이) 굉장히 그립고 보고 싶더라. 거리가 멀지만 (중계) 화면 속에서라도 날 보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 전세기를 통해 마이애미로 이동한 김혜성은 5월 6일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9번타자 2루수로 마이애미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해 만점 활약을 펼쳤다.
마이애미 선발은 2022년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 빅리그 콜업 후 세 경기만에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김혜성은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샌디 알칸타라를 상대로 깔끔한 좌전 안타를 터트렸고, 2루 도루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 쇼헤이가 김혜성의 활약을 화끈한 홈런으로 화답하며 김혜성과 함께 홈을 밟았다. 오타니 쇼헤이는 더그아웃에서 자신의 홈런보다 김혜성의 활약을 더 축하하며 기쁨을 나눴다.
김혜성은 6회 2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타일러 필립스를 상대로 0-2 카운트에서 3구째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가볍게 건드려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로 2루 주자 앤디 파헤스를 불러들이면서 첫 타점을 기록했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첫 선발 경기에서 멀티히트에 타점과 도루, 득점까지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고, 경기 후 수훈 선수로 뽑혀 인터뷰에 나섰다.
김혜성은 현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저스는 강한 팀이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오늘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5회 안타가 나온 상황에 대해 “선두타자로 나갔기 때문에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후 홈런은 오타니가 쳤는데 나한테 더 많은 축하를 해줘 정말 기분 좋았다”고 대답했다.
김혜성은 이번 빅리그 콜업이 부상 중인 토미 에드먼을 대신해 기회를 받은 거라 토미 에드먼이 복귀할 경우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만 했다. 그럼에도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김혜성이 빅리그 첫 선발 경기에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쳤고, 로버츠 감독은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6일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현지 기자들에게 7일 마이애미전에 김혜성이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다고 밝혔다. 중견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6일 경기 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기 때문이다. 향후 검진 결과에 따라 부상자명단 등재 여부가 정해지겠지만 김혜성에게는 중요한 상황이 주어진 셈이다. 만약 에르난데스의 부상이 길어진다면 김혜성은 계속 메이저리그에 남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그가 빅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생존 경쟁을 벌여 나갈 수 있을까.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짝 웃는 김혜성의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