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자 출전해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려

로버츠 감독이 김혜성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건 6일보다 5일 9회 대주자로 나섰을 때다. 다저스가 애틀랜타에게 3-4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 앤디 파헤스가 내야 안타로 출루하자 로버츠 감독은 대주자로 김혜성을 내보냈다. 트리플A에서 13도루를 성공시킨 김혜성의 발을 믿은 것이다.
김혜성은 윌 스미스의 타석 때 1-1 카운트에서 애틀랜타 이글레시아스의 3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볼이 될 때 재빨리 스타트를 끊어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첫 도루를 기록한다. 이후 윌 스미스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스트라이크낫아웃 상태로 1루로 달려나가는 순간 포수 볼드윈이 머뭇거리다 1루로 송구했는데 기회를 엿보던 김혜성은 기습적으로 3루로 내달렸고, 진루에 성공하면서 엄청난 주루 센스와 과감한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상대의 허를 찌른 3루 진루. 무사 1루에서 1사 3루를 만든 김혜성의 유니폼은 순간 흙먼지로 뒤덮였다. 이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김혜성의 활약에 칭찬을 쏟아냈다.
“정말 대단했고, 흥미진진했다. 이글레시아스는 도루 잡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투수다. 그런데 김혜성이 그걸 훌륭하게 해냈다. (포수의) 1루 송구때 3루까지 간 건 엄청난 플레이였고, 그게 이후 타석 상황을 만들어줬다. 이런 게 바로 스피드가 주는 힘이고, 김혜성이 팀에 가져다줄 수 있는 장점이다.”
당시 한 기자가 “포수 볼드윈이 1루로 송구할 때 김혜성이 3루로 뛰었는데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느냐”라고 묻자 로버츠 감독은 “그저 (3루에) 잘 도착하길 바랐다”면서 “그건 본능적인 플레이였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를 치를수록 김혜성의 이런 좋은 주루 플레이를 계속 보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로버츠 감독은 한국 취재진과 별도 인터뷰를 갖고 김혜성이 마이애미 원정 경기 중 기회가 생긴다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의 예고대로 김혜성은 다음 날인 6일 마이애미전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고, 두려움 모르는 거침 없는 플레이로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선수들 모두를 사로잡았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사사키 로키도 김혜성의 데뷔 첫 안타를 축하하는 의미로 한글로 ‘축하해’라고 적은 SNS 게시물을 올렸고, 키케 에르난데스와 미겔 로하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김혜성의 첫 안타를 축하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혜성은 주변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면서 “김혜성의 이런 모습은 베테랑이 중심이 된 다저스 타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