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종편 등 보도·시사 기능 갖춘 방송사들 ‘정권 눈치 보느라 의도적 배제’ 분석
이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만화·삽화 부문이다. 앤 텔네이스 전 WP 만평 작가가 수상했는데, 그는 자신이 속한 WP의 사주이기도 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상 앞에 절을 하고 돈 꾸러미를 바치는 만평을 그렸다가 게재를 거부당한 뒤 지난 1월 사직했다.
만화·삽화는 풍자의 영역이다. 한 컷의 그림으로 복잡한 정세를 정리하는 동시에 뼈아픈 메시지를 심는다. 그게 풍자의 힘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국에서는 정치 풍자가 사라졌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상파 등 기성 매체들은 외면한 지 오래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시작된 6월 대선을 앞두고도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SNL코리아’를 노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비롯해 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전 대표 등이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코너인 ‘지점장이 간다’에 참여했다. 김 후보가 출연했을 때는 배우 지예은이 “나 지점장인데”를 반복하면서 김 후보가 2011년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해 “나 도지사인데”라며 관등성명을 요구했던 상황을 풍자했다.
이준석 후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지원자로 등장했다. 그는 ‘동덕여대 학생들과 학식 먹기’와 ‘명태균과 명태탕 먹기’ 중 무엇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전자를 택하며 “명태균 씨와는 이미 밥을 많이 먹어 재미없고, 동덕여대 학생들은 제 앞에선 안 사나울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일종의 ‘거울 효과’라 불린다. 평소 자신의 언행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SNL코리아’는 각 후보가 과거 화제를 모으거나 논란이 됐던 언행을 똑같이 묘사하는 상황 속에 그들을 던져놓는다. “너라면 어떻겠느냐?”라고 되묻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이 과연 궁극적으로 풍자와 패러디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SNL코리아’는 ‘지점장이 간다’ 외에도 ‘맥도날드 트럼프쇼’를 편성했다. 배우 정상훈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분장하고 나와서 한국 정치인 역을 맡은 출연자들에게 이런 저런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성호와 정이랑이 각각 한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 시장으로 분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코너들은 화제를 모았고 웃음을 줬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가 담겼나?’라는 질문에 즉각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대부분 각 정치인들의 외모나 말투를 흉내 내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절묘한 성대모사를 하는 연예인들의 인지도는 분명 상승했지만, 이런 지켜본 대중이 투표할 후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게 됐는지를 놓고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마틴은 “사람들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가지면 된 것이지만 왜 대통령이 필요한지는 이해한다”면서 “독재자 외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강하고 유쾌한 사람을 추천한다”며 드러머 윌 챔피언을 가리켰다. 촌철살인 메시지와 농담이 적절히 섞인 품격 있는 풍자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보도·시사 기능을 갖춘 방송사들은 정치 풍자에 뒷전이다. 시청률 상승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심의나 재허가 등으로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방송사들이 논란이 될 만한 정치 풍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앤 텔네이스 작가의 작품 게재가 거부됐듯, 방송사들 역시 후폭풍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앤 텔네이스 작가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사직하는 것으로 본인의 소신을 지켰다. 그리고 퓰리처상은 그의 기개를 높이 샀다. 현재 한국의 방송사들은 어떨까? 과연 어떤 소신을 갖고, 또 지키고 있을까?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