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누워서 자기 목을 졸랐나
▲ 스미다 미요코(체포 후 모습) - 출처 산케이신문 |
12월12일 오전 6시 10분. 효고현 경찰본부 유치장 3층을 순찰하던 여경이 다른 여성수감자 2명과 함께 입감돼 잠을 자던 스미다가 갑자기 숨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미다는 이불을 목까지 덮었는데 목에 수감 시 입고 있던 검정 긴 소매 티셔츠가 둘러져 있었다. 철창 밖에서 스미다를 관찰한 여경은 1층으로 가서 상관한테 보고했다.
11분이 지난 6시 21분. 경찰 3명은 스미다가 수감된 방에 드디어 들어갔다. 스미다는 목에 매듭을 지어 두른 티셔츠가 다소 느슨해진 상태였는데 여전히 숨을 쉬지 않았다. 한동안 스미다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하던 경찰은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오전 7시 15분. 병원에서 스미다는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스미다의 죽음으로부터 닷새가 지난 17일 경찰 측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스미다는 구속 후 줄곧 우울증약과 수면제를 복용했고 수사를 받으면서 4차례나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경찰은 스미다를 특별요주의자로 간주해 통상 1시간에 4번인 순찰을 6번으로 늘렸다.
그런데 스미다가 사망 전 살아 있음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시각은 오전 5시 40분이다. 순찰기록에 따르면 이 시간에 스미다는 배까지 이불을 덮고 얼굴은 이불 밖으로 드러낸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말한 대로 1시간에 6번 순찰을 했다면 10분마다 한 번꼴로 순찰해야 하는데 무려 30분이나 공백이 생긴 것이다.
▲ 스미다가 수감돼 있던 효고 현 경찰본부. |
그 후 경찰은 “유치장 수감자 관리매뉴얼대로 대응한 것뿐”이라면서도 “자살을 막을 수 없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부검결과를 발표했다. 스미다의 법의학적 사인은 질식사. 사망추정시각은 12일 오전 0~6시경으로 눈에 띄는 외상과 골절도 없으며 남이 목이 조른 흔적도 없다는 게 결론이다. 하지만 자살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첫째 아무리 극악범이라고는 하지만 60대 할머니가 누워서 티셔츠 소매를 목에 둘러 스스로 조여매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있냐는 점이다. 체포 직후 몰골이 초췌한 스미다의 사진을 본 일본의 네티즌들은 스미다가 과연 죽을 수 있을 만큼 스스로 목을 조르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순찰여경이 스미다의 죽음을 상부에 보고하러 간 6시 10분부터 21분까지 문제의 11분 동안 유치장을 감시하는 직원은 없었다. 이 때문에 한 네티즌은 만약 당시 스미다가 죽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누군가 몰래 들어와 스미다를 죽일 시간이 충분히 된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공범이 범죄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스미다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치장 안팎에 감시카메라가 없어 이 주장은 꽤 지지를 받고 있다.
▲ 니혼TV에서 스미다의 자살 당시 상황을 보여준 그래픽 영상 캡처. |
둘째 누워서 자기 목을 스스로 졸라 죽는 자살방식은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단 점이다. 이는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산케이신문>과 인터뷰한 검시관 출신의 한 전문가는 “이런 자살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누워서 끈 같은 묶는 도구를 이용하여 스스로 목을 조를 경우 어느 정도 목이 조여지면 의식이 없어지는데 이때 몸에 힘이 빠진다. 그러면 목에 묶었던 게 다소 풀리기 마련이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신하여 저산소 뇌손상을 입고 뇌사를 할 수는 있어도 급사할 수는 없다.
반면 한 법의학자는 매듭을 단단히 잘만 만들면 누워서도 얼마든지 자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의식을 잃은 후에도 매듭이 풀어지지 않도록 묶으면, 서서 고정된 곳에 목을 맬 때 체중으로 목을 압박하는 것과 같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스미다의 수용실 입구.사진출처=FNN뉴스 |
셋째 스미다와 함께 수감된 적이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미다는 도저히 자살을 앞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여성자신>은 스미다와 같은 유치장에 2주간 수감됐다가 풀려난 한 여성을 인터뷰한 바 있다. 이 여성은 스미다가 유치장에서 혼잣말로 “이상하다, 왜 지금 붙잡혔지”, “더러운 경찰들”이라고 내뱉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고 한다. 또한 경찰관에게 “당장 변호사를 불러라” 고함치며 호령도 했다고. 그런가하면 하루는 스미다가 “잠이 안 온다”며 다른 여성 수감자와 대화를 하자 했는데 그 여성이 “귀찮다”고 피했다. 그러자 스미다는 모두가 곤히 자는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서 자고 있는 그 여성의 얼굴을 한참 무섭게 째려보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여성은 유치장에서 나오고 나서 비로소 스미다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한다.
연쇄살인의 주범인 스미다가 죽었으니 공범 일당의 범죄행각을 입증하기가 어려워졌다. 한 달 넘게 진행됐던 조사에서 스미다는 “내가 나쁘다”며 범죄를 인정하는 듯 진술했지만 정작 진술서에는 단 한 번도 서명을 한 적이 없다.
한편 ‘네토우요(인터넷 우익)’를 중심으로 스미다가 실은 일본인이 아니라 재일교포란 뜬소문이 떠돌고 있다. <주간프라이데이>에 따르면 스미다가 수하로 삼아 살인을 교사했던 사촌조카는 재일교포다. 하지만 스미다는 일본인이다. 사촌조카는 스미다의 사촌오빠가 전 부인의 아들을 양자로 들인 것이기 때문에 스미다와 사촌조카는 직접적 혈연관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우익들은 “스미다의 타인에 대한 공격성과 돈에 대한 집착, 폐쇄적인 성격을 보면 스미다가 바퀴벌레와 같은 재일교포임이 틀림없다”며 재일교포를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