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앱·외국인 채용 서비스 출시, M&A로 몸집 불리기도…경기 흐름 덜 타는 B2C 확장 움직임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비긴즈’를 최근 정식 출시했다. 비긴즈는 5월 8일 선공개 이후 2주 만에 10만 명 이상이 참여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2020년 11월 데이팅 앱 ‘블릿’을 출시했던 바 있다. 원티드랩도 2023년부터 연말마다 직장인 소개팅 프로그램 ‘연애를 원티드’를 진행하고 있다.
신사업 진출의 배경은 경기 침체로 인한 채용시장 감소 여파로 HR테크 기업들의 본업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등 투자를 받은 HR테크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 유치나 인수자를 찾기 위한 일환에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재는 채용 불황으로 인해 기존 사업이 부진하기 때문에 사업 확장을 통해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는 취지가 강해 보인다”고 밝혔다.
사람인의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2022년 1489억 원에서 2023년 1315억 원, 2024년 1284억 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22년 406억 원, 2023년 253억 원, 2024년 213억 원으로 감소세다. 사람인의 관계회사이자 명함앱 리멤버 운영사 리멤버앤컴퍼니는 2024년 매출이 684억 원으로 전년(396억 원) 대비 288억 원 증가했다. 그러나 2024년 영업손실은 마이너스(-) 42억 원으로 전년(-21억 원) 대비 배 이상 늘었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187억 원으로 전년(-103억 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원티드랩도 연간 매출이 2022년 503억 원, 2023년 397억 원, 2024년 367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8억 원, -12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잡플래닛 운영사 브레인커머스도 종속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하면 2024년 영업손실 -48억 원, 당기순손실 -42억 원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 대비 적자가 늘어났다.
HR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HR테크 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 경기가 불안해지면 실적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며 “B2C 비즈니스 모델도 어느 정도 구축한 HR테크 기업의 경우 타격을 덜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HR테크도 서비스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랜서 및 긱워커(임시노동자)를 공략하는 서비스다. 2020년 원티드랩은 프리랜서·긱워커를 프로젝트와 매칭해주는 플랫폼 ‘원티드 긱스’를 출시했다. 이어 2021년 사람인의 ‘사람인 긱’, 인크루트의 ‘뉴워커’가 연달아 나왔다.
최근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과 유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위한 채용 플랫폼도 나오고 있다. 잡코리아는 2024년 7월 국내 기업의 외국인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클릭(KLiK)’을 출시했다. 사람인도 2024년 11월 외국인 채용 서비스 ‘코메이트(KoMate)’를 선보였다. 사람인의 채용관리 솔루션 ‘리버스’, 기업의 세일즈·마케팅을 돕는 리멤버의 ‘마켓 솔루션’, 원티드랩의 '연봉예측모델' 등 B2B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HR테크 기업도 있다. 리멤버는 2023년 2월 임원급 구인구직 전문 업체 브리스캔영어쏘시에이츠의 경영권을 인수해 연봉 1억 원 이상 채용공고만 모은 ‘리멤버 블랙’을 출시하기도 했다. 잡코리아는 2024년 2월 채용관리 솔루션 기업 나인하이어를 인수했다. 잡플래닛은 2024년 10월 맨파워코리아를 인수했다. 이는 채용 플랫폼 회사가 M&A를 통해 인력 파견업에 진출한 첫 사례로 꼽힌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B2C 내지는 비 채용 분야 사업 확장도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의 HR테크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누적된 기업·유저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채용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을 출시해 왔다”며 “직업·연봉·학력 등 고객들의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B2C 진출도 수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멤버는 2023년 7월 ‘비즈니스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해 커머스 영역으로도 사업을 넓혔다. 잡코리아는 2024년 8월 디지털 명함앱 ‘눜(nooc)’을 출시해 리멤버가 주도해온 디지털 명함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사람인은 무료로 제공해왔던 인적성 검사를 2024년 8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또 2024년 12월 운세·사주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비 채용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기존에 운영해왔던 현직자와의 일대일 음성통화 서비스 ‘멘토링 매치’를 응용한 것이다.
HR테크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보류하는 상황이 속출하게 되면서 HR테크 기업들이 경기 영향을 덜 받는 B2C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B2C 관련 데이터 표본이 적지만, 리텐션(잔존율)이나 앱·사이트 이용 시간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