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건 중 93건 저비용 ARS 조사, 정확도 관련 업계 의견 분분…일부 조사는 조작 논란 빚기도

2022년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4주간 발표된 여론조사는 총 166건이었다. 2024년 1월 여론조사 업체 등록 요건이 강화되면서 88곳 중 30곳이 퇴출당한 점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홍수는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시행된 조기 대선이라 선거기간이 짧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조기 대선이었던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4주간 발표된 여론조사는 95건이었다.
대선 여론조사 방식은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가 대세였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4주간 시행된 여론조사 148건 중 93건(62.8%)은 ARS 조사 방식이었다. 전화면접은 46건(31.1%), 인터넷조사는 9건(6.1%)이었다. ARS 조사는 전화면접조사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기계음에 응답하는 방식이라 전화면접보다 솔직한 응답이 나온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ARS 조사는 응답률이 낮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남자가 여자라고 응답하는 등 거짓말을 걸러낼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30여 곳이 속한 한국조사협회는 2014년부터 선거 여론조사에서 ARS 방식을 배제했다. 당시 한국조사협회는 “ARS 조사는 비과학적인 방법에 기반하고 있다”며 “일반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여론조사에 ARS가 활용되거나 인용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명태균 게이트로 인해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조사협회는 ARS 조사를 다시 한번 공개 비판했다. 한국조사협회는 “논란이 되는 대상은 모두 ARS를 이용한 조사”라며 “언론은 과학적이고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 요건을 갖추지 못한 ARS 등의 여론조사는 기획도, 보도도, 논평도 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공표용 선거여론조사에서는 ARS를 금지해야 한다”고 지난해 11월 입장을 냈다.
하지만 ARS 조사는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이 여론조사 업계 전체 의견은 아니다. 리얼미터, 조원씨앤아이 등 여론조사 업체 20여 곳이 속한 한국정치조사협회는 “ARS 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와 더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며 ARS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4주간 여론조사를 가장 많이 한 업체는 한국리서치(19건)이었다. 이어서 한길리서치(13건), 여론조사꽃(12건), 여론조사공정(11건) 등 순이었다. 한국리서치는 17건 중 9건은 전화면접, 8건은 인터넷조사였다. 한길리서치는 13건 모두 ARS 조사 방식이었다. 여론조사꽃은 12건 중 9건은 전화면접, 3건은 ARS 조사 방식이었다. 여론조사공정은 11건 모두 ARS 조사 방식이었다.
이번 대선 기간 여론조사는 공표 금지 기간(대선 6일 전, 5월 28일부터)을 앞두고 급증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날이었던 5월 27일 하루에만 여론조사 결과 19건이 새로 등록됐다. 5월 28일에는 8건, 5월 29일에는 1건이 등록됐다.
같은 날인 5월 27일 등록된 여론조사라고 해도 결과는 들쑥날쑥했다. 여론조사꽃이 자체적으로 5월 26일~27일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간 격차는 17.6%포인트(p)에 달했다. 응답자 50.3%는 이재명 후보를 꼽았다. 김문수 후보는 32.7%에 그쳤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50.0%, 국민의힘 32.8%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꽃은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업체다.
반면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5월 26일~27일 ARS 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격차는 0.9%p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대통령 투표’ 질문에 이재명 후보라고 응답한 사람은 43.6%, 김문수 후보는 42.7%였다. 지지 정당은 국민의힘 41.3%, 민주당 39.1%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객관적인 여론 파악이 아닌 유력 후보를 타깃으로 한 악의적인 여론 조작이다. 악의적 질문 응답지에 보수 진영 후보 6명, 진보 진영 후보 2명을 포함시켜 민주당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지목될 수밖에 없도록 구성했다”며 “여론조사를 악용한 명백한 선거 개입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난 4월 17일 반발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업체를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은 리서치민이 뉴데일리 의뢰로 5월 16일~17일 ARS 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조사를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리서치민은 ‘반이재명 개헌연대를 명분으로’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재명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하고 이재명 후보가 아닌 후보에게 응답을 유도했다”고 지난 5월 23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유리한 수치에는 침묵하고 불리한 결과에는 조사 방식과 표본을 문제 삼는 태도는 이중적 잣대”라고 지적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여론조사 신뢰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강원도민들께선 김문수 후보를 선택해 주셨다. KBS·MBC·SBS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6.6%p 뒤진다고 발표됐으나 3.4%p 차이로 승리했다”며 “출구조사 역사상 10%p라는 최악의 오류를 범했다. 다시는 정치판에 여론조사 발표라는 방식의 여론 왜곡이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6월 4일 페이스북에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