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국대 감독 맡아 승부사의 삶 잠시 내려놔…이창호·유창혁·야마시타 꺾고 월드챔피언십 정상에
[일요신문] ‘시니어 초년병’이자 7년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헌신했던 ‘돌아온 승부사’ 목진석 9단이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자신의 첫 세계대회 정상 등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목진석 9단. 시니어 대회 첫 우승과 함께 통산 우승 횟수는 5회가 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목진석 9단은 7일 전라남도 신안군 라마다프라자호텔&씨원리조트에서 열린 제6회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의 강자 야마시타 게이고 9단에게 23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우승 상금 3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길었던 공백과 그 상대에 있다. 목 9단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은 2015년 GS칼텍스배 이후 무려 10년 2개월 만이다.
그 사이 그는 2016년 12월부터 7년간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후배들을 위해 헌신하며 승부사로서의 삶을 잠시 내려놓았다. 1980년생으로 올해 처음 시니어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그에게 이번 대회는 새로운 바둑 인생의 서막을 여는 무대였고, 그는 완벽한 신고식을 치렀다.
결승 상대는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 9단. 두 기사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제1회 농심신라면배 개막전에서 만나 목 9단이 승리한 이후 처음 성사된 재회였다. 호방하고 독창적인 기풍으로 서로 닮았다는 평을 듣는 두 기사는 세월이 흘러 시니어 무대의 최정상에서 다시 마주했다.
특히 목진석 9단은 야마시타 9단에 대한 남다른 호감과 존경심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목 9단은 유창혁 9단과의 준결승전을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야마시타 9단은 기풍도 저와 비슷해서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던 기사였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모 바둑 사이트에서 제 아이디를 ‘야맛있다(야마시타의 발음을 재치 있게 바꾼 표현)’라고 지었을 정도였다. 그런 좋아하는 기사와 오랜만에 오른 결승에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고 밝힌 바 있다.
목진석 9단(왼쪽)과 일본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의 결승전 대국. 두 기사간의 통산 두 번째 대결이자 25년 만의 재회였다. 1999년 12월 1회 농심신라면배 개막전에서 목진석이 불계승한 바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1978년생으로 1980년생인 목진석 9단보다 두 살 위인 야마시타 9단은 단순히 흘러간 강자가 아니다. 야마시타 9단은 2000년대 초반 일본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장쉬, 다카오 신지, 하네 나오키 9단과 더불어서 헤이세이(平成) 사천왕으로 불리는 기사다. 이 ‘헤이세이 4천왕’ 중 야마시타는 유일하게 일본 최고 권위의 기전인 기성(棋聖)전과 명인전 양대 리그 본선에서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 현역 최강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기에 더욱 값졌다.
결승 대국은 치열했다. 돌을 가려 백을 잡은 목 9단은 초반 행마가 다소 불안했지만, 끈질기게 버티며 국면을 주도했다. 중앙 전투에서 야마시타 9단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타개에 성공했고, 이후 상대의 실수를 틈타 승기를 잡았다. 막판 위기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시간 48분의 혈투 끝에 항서를 받아냈다.
목 9단은 우승 후 “첫 출전에 우승까지 하게 되어 정말 기쁘고, 특히 가족과 함께 와서 그 기쁨이 배가되는 것 같다”며 “10년 전 GS칼텍스배에서 우승한 후 울먹인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울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쾌한 소감을 남겼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목 9단은 16강에서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 8강에서 ‘돌부처’ 이창호 9단을 연파했고, 4강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유창혁 9단과 316수까지 가는 혈전 끝에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강자들을 차례로 꺾으며 일궈낸 우승이라 그 의미를 더했다.
제6회 월드 바둑 챔피언십은 만 45세(1980년 이전 출생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국 7명, 중국 2명, 일본 2명, 중화타이베이 1명, 미주·유럽·오세아니아·동남아시아에서 각각 1명씩 출전했다.
전라남도와 신안군이 후원한 제6회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상금은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 4강 800만 원, 8강 400만 원, 16강 200만 원이다.
[승부처 돋보기] 제6회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전
흑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일본) 백 목진석 9단(한국) 234수 끝, 백 불계승
장면도1[장면도1] 상대의 의도를 거스르다
미세한 국면. 하지만 흑1·3은 무리. 우변에서 중앙으로 뻗어 나온 백 전체를 위협하는 의미가 있지만, 그냥 하변을 받아두는 게 정수였다. 백4에는 흑5로 대응한다는 것이 야마시타의 생각이었지만 백6이 놓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변화도[변화도] 야마시타의 구상
흑1에 백2로 받아준다면 다시 흑3을 활용한 다음 5로 받겠다는 것이 야마시타의 구상이다. 이 그림은 백이 무겁다.
변화도1[변화도1] 하변을 돌파
장면도에 이어 흑1·3으로 끊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백4·6이 선수인 점에 유의해야 한다. 흑7이 불가피할 때 백8이면 하변 돌파는 필연이다.
장면도2[장면도2] 졌으면 패착
백이 우세한 장면. 흑이 ▲로 좌하 흑의 삶을 돌봤을 때 백1이 대국에서 졌다면 패착이 되었을 수. 흑은 어떻게 뒀어야 했을까.
정해도[정해도] 초읽기 속 해프닝
즉각 흑1로 끊었으면 백이 곤란했다. 백2·4로 몸부림쳐도 흑5면 만사휴의. 어떻게 변화해도 백이 살 길은 없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백도 이를 보지 못하고 2로 넘는 바람에 초읽기 속 해프닝이 됐다. 장면도2의 백1은 본도 1의 곳에 이었어야 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