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한 회장, 장남 윤상현 부회장 상대로 소송…‘장녀 윤여원 승계’ 둘러싼 가족간 갈등 본격화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5월 30일 장남인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2월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주식 230만 주를 돌려받기 위해서다. 2018년 맺은 3자간 경영합의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현재 윤 부회장의 콜마홀딩스 지분은 31.75%다.
앞서 윤동한 회장은 2018년 9월 윤상현 부회장과 장녀인 윤여원 콜마BNH 대표와 함께 콜마BNH의 향후 지배구조와 관련한 3자간 경영합의를 체결했다. 윤 회장은 아들에게 화장품(한국콜마)과 의약품(HK이노엔) 사업을, 딸에게 건강기능식품(콜마BNH) 사업을 맡기는 것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하는 내용의 경영합의를 2018년 맺고, 2019년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윤동한 회장 측에 따르면 2018년 경영합의에는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통한 그룹 운영을 맡는 대신, 윤 부회장은 동생인 윤여원 대표가 ‘콜마BNH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또는 협조하거나, 콜마홀딩스로 하여금 지원 또는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콜마BNH 지분은 콜마홀딩스가 44.63%, 윤여원 대표가 7.72%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콜마BNH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윤상현 부회장이 경영진 교체 요구에 나섰고 갈등이 불거졌다. 윤동한 회장이 딸의 손을 들어주며 중재에 나섰으나 윤 부회장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결국 가족 간 소송으로 이어졌다. 윤 회장 측은 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서 권한을 남용해 합의된 승계구조의 일반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를 알았다면 해당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증여된 주식이 조건을 수반한 ‘부담부 증여’인지, 아니면 조건 없는 ‘단순 증여’인지 여부다. 윤동한 회장 측과 콜마BNH 측은 경영 합의를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콜마홀딩스 측은 별도의 단순 증여 계약서를 근거로 ‘조건 없는 증여’였다고 반박했다. 특히 2019년 윤동한 회장이 대국민 사과 후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게 되면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증여였기 때문에 경영 합의와는 별개라는 것이 윤상현 부회장 측 입장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가족 간 합의라도 주주들끼리 경영권을 갖고 서면으로 합의했다면 이는 주주 간 계약에 해당하고, 그 내용을 따라야 한다. 다만 경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증여한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손해배상으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증여 계약 당시 조건이 명시됐고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증여를 취소하고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윤상현 부회장 측 주장대로 증여 계약서에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면 이미 증여한 주식을 다시 반환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버지가 주식을 반환받는다고 해도 결국 딸과 사위에게 물려줄 가능성은 낮지 않겠나”라며 “말을 안 듣는 아들이 괘씸하다고 느껴서 취한 제스처에 가깝다고 본다. 끝까지 법적 분쟁을 이어가기보다는 가족 간 합의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저희 측은 부담부 증여가 아니라 단순증여라는 입장이다. 자회사인 콜마BNH의 경우 올해 1분기에도 실적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고 영업이익은 60% 이상 급감해 경영 간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라며 “흔들림 없이 콜마BNH의 경영을 쇄신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소상하게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법원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 18일 윤동한 회장의 주식 반환 청구 소송 소식이 전해진 직후, 콜마홀딩스 주가는 약 30% 급등해 1만 5950원에 마감했다. 이튿날인 6월 19일에는 1만 7440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6월 20일에는 1만 6730원으로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소송이 알려지기 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콜마홀딩스와 콜마BNH가 모두 시장에 공개된 상장사임에도 오너 일가 중심의 사적 결정이 기업 지배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창업주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고수하면서 주주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윤동한 회장이 ‘내 기업이니 내 뜻대로 해라’는 식인데, 콜마그룹을 마치 개인 구멍가게처럼 취급하고 있는 모습이 비상식적이다. 기업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안 그래도 상법 개정이 한창 이슈인 와중에 일반 주주 이익을 아예 무시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난센스다”라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회장이 딸에게 승계를 해주고 싶지만 콜마홀딩스가 들고 있는 지분을 직접 줄 수 없으니까 아들과 경영합의를 맺는 편법을 쓴 것이다. 아들이 콜마홀딩스 최대주주니까 그 회사 자산을 이용해 딸에게 경영권을 넘기려 한 셈”이라며 “콜마홀딩스 주주 입장에서 보면 회장 딸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회사 자산이 활용되는 것이고,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콜마BNH 주주들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면으로 각자 합의한 내용이 있고 쟁점과 요건이 명확하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릴 만한 분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매듭지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