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누적 관객 수 지난해 동기 대비 급감…하반기에도 뚜렷한 기대작 보이지 않아
1000만 영화는 충무로 번영의 상징과도 같았다. ‘실미도’(2003)가 첫 1000만 영화 타이틀을 단 뒤 충무로는 꾸준히 그 고지를 밟았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2012년에는 ‘도둑들’(1298만 명)과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 명)가, 2013년에는 ‘7번방의 선물’(1281만 명)이 그 명맥을 이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2014년에는 지금도 역대 최고 흥행 영화인 ‘명량’(1761만 명)이 배출됐고, ‘신과 함께 1, 2’가 첫 시리즈 동반 1000만 고지를 밟았다. 그 결과 2019년에는 누적 관객 2억 2667만 명으로 충무로 최전성기를 열었다.

그 위기를 타파한 첨병은 바로 1000만 영화였다. 2년 동안 사라졌던 1000만 영화가 2022년 다시 등장했다. ‘범죄도시2’(1269만 명)가 충무로의 부활을 알렸고, 이 시리즈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충무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범죄도시3’(1068만 명), ‘범죄도시4’(1150만 명)가 배턴을 이어받았고, 여기에 ‘서울의 봄’(1185만 명), ‘파묘’(1191만 명)가 큰 힘을 보탰다. 그로 인해 2022∼2024년 연간 누적 관객은 1억 2000만 명 안팎으로 크게 회복됐다.
하지만 1000만 영화가 사라지자 충무로는 고스란히 그 충격을 받게 됐다. 올해 상반기 누적 관객 수는 4260만 명 정도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가 가장 컸던 2020, 2021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1600만 명가량 적다.
극장업계가 후퇴하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1000만 영화가 탄생했던 이유는 ‘똘똘한 한 편’을 찾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극장의 공백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신했다. 1만 원 남짓한 구독료로 한 달간 플랫폼 안에 있는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건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이런 시청 환경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1편 당 1만 5000원 안팎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영화는 ‘가성비가 좋지 않은 콘텐츠’로 분류됐다. 대신 관객은 극장이라는 큰 스크린에서 즐길 만한 영화 한 편에 몰리는 편중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1000만 영화는 주변 영화들의 부흥까지 이끌었다. 특정 영화를 보러오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다른 영화까지 관람하는 낙수 효과가 상당했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했다. 일종의 톱다운(Top down) 방식이다. 1000만 영화를 ‘텐트폴’ 영화 삼아 산업 전체가 커지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국 영화의 문제만은 아니다. 주요 외화들도 400만 고지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공개된 외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도 330만 명에 그쳤다. 사실상 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라는 소식과 더불어 톰 크루즈가 내한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무려 6년 만에 내놓은 ‘미키17’은 가까스로 3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아울러 역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로 평가받는 마블의 신작인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165만 명)의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