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투어 진행 50대 돌연사, 행사 지역마다 화재·탈옥 등 사건사고…“저주 시작” “소문 불과” 분분
무더운 여름철이면 공포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특히 인형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는 일상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인형을 소재로 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더 오싹하게 느껴진다. 악령이 깃든 인형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영화로는 ‘사탄의 인형’ ‘메간’ ‘컨저링’ ‘애나벨’ 등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컨저링’과 ‘애나벨’에 영감을 준 실제 인형인 ‘애나벨의 저주’가 실제 발생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미국 전역을 돌면서 ‘애나벨 인형 투어’를 진행하고 있던 댄 리베라(54)가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 행사를 마친 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당장 투어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건강했던 리베라가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사한 것이 불길한 징조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과연 리베라는 ‘애나벨’의 저주로 죽임을 당한 걸까.

지난 5월부터 미국 전역을 돌며 악령이 깃든(?) ‘애나벨’ 인형을 전시하는 ‘데블스 온 더 런’ 투어를 이끌던 리베라는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단체인 ‘뉴잉글랜드 심령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었다. 이 전시는 가는 곳마다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으며, 게티즈버그에서 3일 동안 열린 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리베라는 이 투어를 공포물 팬들 사이에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혔다. 초자연적 현상을 조사하는 라이언 대니얼 뷰엘과 함께 제작한 틱톡 영상은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고, 이 영상 속에는 ‘애나벨’ 인형을 데리고 미국 전역을 순회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인형의 저주가 미칠 수 있다는 불길한 마음에 투어를 거부하는 곳도 있었다.
리베라가 사망한 날은 7월 13일이었다. 하지만 해당일 ‘게티즈버그 군인 고아원’에서 열린 행사를 방문한 사람들은 리베라에게서 아무런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리베라는 행사 내내 활기찬 모습이었으며,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여유롭게 행동했다.
리베라는 그 자리에서 방문객들에게 나무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는 ‘애나벨’ 인형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인형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상자를 제작했다고도 덧붙였다. 가령 상자에는 성삼위를 상징하는 세 개의 십자가를 새겼으며, 나무에는 성수를 스며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애나벨’과 관련된 거짓된 소문을 바로잡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가령 ‘애나벨’을 이 지역에서 처음 공개했던 날 하필 펜실베이니아주 전역에서 911 긴급 경보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일부 휴대전화의 알림이 울린 데 대해 “애나벨 인형과는 전혀 무관한다”고 못 박았다.

리베라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애나벨’의 저주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원래 ‘애나벨’ 인형을 소유했던 에드와 로레인 워런 부부의 경고, 즉, “절대 애나벨을 이동시켜선 안 된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에 당장 미국 투어를 중단하고 인형을 봉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인형을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이건 진짜 저주다” “제발 그 인형을 상자에 가둬라!”고 말하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번 투어 기간 ‘애나벨’ 인형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방문하는 곳마다 수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괴담이 돌았다. 한번은 인형이 투어 도중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상자에서 탈출해 어디론가 도망쳤다는 주장이었다. 루이지애나주 화이트캐슬의 유서 깊은 ‘노토웨이 리조트’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는가 하면, 뉴올리언스 한 교도소에서는 열 명의 수감자가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애나벨’ 인형 전시 직후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주가 현실이 됐다”라고 믿기 시작했으며, 이런 공포 분위기는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눈덩이처럼 번져 나갔다.
이런 괴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리베라는 틱톡 영상을 통해 급히 진화에 나섰다. 무엇보다 투어 도중 ‘애나벨’ 인형이 사라졌다는 소문을 부인하고 나선 그는 직접 전시장으로 가서 인형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었다. 그는 라이브 영상을 통해 “여러분께 ‘애나벨’이 박물관 안에 잘 보관되어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한 그는 인형이 보관되어 있는 나무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실제 인형은 봉인된 채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었고, 인형을 가리키면서 리베라는 “보라, ‘애나벨’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형은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애나벨’은 정말 일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악령이 깃든 인형일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형처럼 사람을 해치거나 저주를 불러일으킬까. 악명 높은 ‘애나벨’ 인형의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이 인형은 본래 ‘래기디 앤’이라는 평범한 헝겊 인형이었다.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에 거주하는 도나라는 이름의 간호사가 선물로 받은 인형으로, 당시만 해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인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도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데 있었다. 인형이 집안 곳곳에 섬뜩한 손글씨 메모를 남겨 둔다거나, 혼자 걸어다닌다는 주장이었다. 심지어 남자친구를 할퀴어서 상처를 내거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현관문 앞에 서서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인형에 악령이 씌었다고 믿은 간호사와 룸메이트는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고 있던 워런 부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집에 도착한 부부는 다니엘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신부 역시 처음에는 부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워런 부부의 전기에 따르면, 다니엘 신부는 인형을 집어 들고는 “너는 그냥 헝겊 인형일 뿐이다. 아무도 해칠 수 없어”라고 외친 후 의자에 툭 던졌다. 하지만 그날 밤 신부에게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하마터면 대형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것이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신부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고 말했다.
이에 인형을 봉인하기로 결정한 워런 부부는 인형을 상대로 퇴마 의식을 진행한 뒤 유리 상자에 가두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이 인형은 유리 상자에 봉인된 채 워런 부부가 운영하는 ‘오컬트 박물관’에 보관되었다. 그럼에도 기이한 일은 끊이지 않았다. 한번은 인형을 우습게 봤던 한 방문객이 비극적인 일을 겪기도 했다. 유리 상자를 두드리며 인형을 조롱하다가 박물관에서 쫓겨난 이 남성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2016년 WTNH 방송에 출연했던 워런 부부의 사위인 토니 스페라는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소장품 가운데 아마 그 인형이 가장 위험할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한 남성은 그 인형에게 ‘어디 할 테면 해봐’라고 도발했다가 결국 죽임을 당했다. 우린 그 사고가 이 인형 때문이라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피해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위 여부는 확인이 불가한 상태다.
평생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한 워런 부부는 1952년 ‘뉴잉글랜드 심령연구소(NESPR)’를 설립했다. 그리고 ‘애미티빌 공포의 집’, ‘엔필드 폴터가이스트’ 사건, ‘애나벨’ 인형 등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조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87년 부부는 럿거스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애나벨’ 인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이 인형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채찍질’을 가해 실제 피가 나게 상처를 입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런 부부가 각각 2006년과 2019년에 세상을 떠난 후 코네티컷에 있는 NESPR 및 오컬트 박물관의 소장품 관리는 딸 주디와 사위가 맡아왔다. 하지만 이 박물관은 2019년, 지역 용도제한 문제로 더 이상 일반에게 개방되지 못했다.

심지어 ‘절대 움직여선 안 된다’라는 워런 부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을 도는 투어 행사가 열렸으며, 해당 투어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오는 10월 4일 일이노이주에서 열리는 ‘록 아일랜드 로드하우스 에소테릭 엑스포’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인형과 관련된 괴소문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텍사스주립대 종교학 조교수인 조셉 레이콕은 워런 부부의 박물관을 가리켜 “어디서든 살 수 있는 핼러윈 소품, 인형, 장난감, 책들로 가득 찬 곳”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애나벨’과 관련된 전설을 가리켜 “대중문화와 초자연적 민속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과학소설 전문 작가인 샤론 A. 힐은 워런 부부의 박물관 홍보가 영화 ‘컨저링’ 개봉과 시기를 같이한 점이 수상하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워런 부부를 둘러싼 많은 괴소문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 부부가 꾸며낸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워런 부부처럼 ‘애나벨’ 인형도 사실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애나벨’을 둘러싸고 발생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힐은 “에드 본인의 주장 외에는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 박물관 안에 있는 물건들의 유래와 출처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일축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