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소수자 반대 “일본인 먼저” 메시지 통해…자민당 이시바 퇴진론 속 다카이치 등 차기 총재 거론

#해외 언론 “일본 정치 혼란” 우려
자민당 참패에는 국민민주당과 참정당의 약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민주당은 기존 4석에서 17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렸고, 참정당은 기존 1석에서 무려 14석을 획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로써 참정당은 단독 법안 제출도 가능해졌다.
해외 주요 언론들도 이번 선거 결과에 주목했다. 각국 언론은 ‘일본 여당 과반 붕괴’ ‘이시바 총리 최대 위기’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영국 BBC는 “과거에도 일본 참의원 선거의 참패는 세 차례 총리 사임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결과가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켜 일본 정국의 불투명성을 더욱 키웠다”고 우려했다. 향후 이시바 총리의 퇴진, 연립 정권 확대, 정권 교체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생 우익 정당인 ‘참정당’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AP통신은 “물가상승과 임금 정체에 대한 불만이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며 “일본인 퍼스트(일본인 우선주의)를 강조한 참정당이 의석수를 대폭 늘리며 최대 승리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참정당의 약진을 두고 “독일의 극우 독일대안당(AfD), 영국의 극우 리폼UK(영국개혁) 등 서방 세계에서 확산 중인 극우 포퓰리즘이 일본에도 뿌리내릴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차기 총재 ‘다카이치 대망론’ 급부상
이시바 총리의 퇴진론이 거세지면서 자민당 차기 총재를 둘러싼 경쟁 구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64),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44),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4) 등이 거론된다. 먼저 고이즈미 농림상은 ‘쌀값 폭등’ 문제를 비축미 방출 정책으로 완화해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아직 40대 중반으로 총재직에는 이르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고이즈미 총재가 탄생해 자민당이 ‘회춘’할 경우 중진 의원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농담 섞인 견제도 나온다.

자민당은 중·참의원 모두 과반을 잃어 향후 국정 운영에서는 야당과의 조율이 불가피해졌다. 국민민주당은 정책별로 자민당과 연립할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경제 정책 면에서는 다카이치와 일정 부분 접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자민당 내 ‘비둘기파(온건파) 정권’을 선호하는 만큼 아베 전 총리의 성향을 이어받은 다카이치와는 정치적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 ‘새로운 선택지’ 향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누적되면서 일본 유권자들의 표심은 ‘새로운 선택지’를 향했다. 교도통신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40세 미만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는 신생정당에 표를 던졌다”고 한다. 젊은 층은 자민당뿐만 아니라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조차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인식하며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창당 5년밖에 되지 않은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다.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2020년 창당한 참정당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백신 음모론, 반이민 정서 등 자극적인 메시지로 온라인 지지층을 확대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는 자위권 강화, 출산 장려를 위한 파격적 지원책, 소비세 단계적 폐지 등 대중 불만이 큰 의제를 선별해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외국인보다 일본인을 먼저”라는 구호, 이른바 ‘일본인 퍼스트’는 일부 유권자의 정서와 맞물리며 단숨에 파급력을 키웠다. 세부 공약을 보면 ‘외국인 부동산 매입 제한’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을 내걸었다.

#“일본판 극우 포퓰리즘” 비판도
참정당의 약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해외 언론은 참정당을 “일본판 극우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가미야 대표를 “일본의 트럼프”에 비유했다. 실제로 이민자·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발언, 백신 반대 및 음모론적 주장 등은 선동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국내에서도 “혐오를 정치 자산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기존 보수 정당과 달리 정책 검증이나 국정운영 능력보다는 감정적 호소에 치우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편, 자민당이 대패했음에도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뚜렷한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입헌민주당은 기존과 같은 2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우치야마 유 도쿄대 교수는 “이론상 야당이 힘을 합치면 여당을 압박할 수 있지만, 야권 분열과 다당화 속에 결속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교수도 “원래라면 정권 교체가 일어날 상황이지만, 입헌민주당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가 차기 총리로 부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