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서기관으로 김건희 관련 업무 등 담당 알려져…계엄 후 공직 떠나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대표로 취임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A 씨는 행안부 ‘늘공’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근무했다”면서 “기술서기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무실 재배치 업체 관리, 시설담당, 김건희 씨 관련 업무 등을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A 씨는) 상당히 깐깐한 공무원으로 행안부 예산을 대통령실로 끌어다 쓴 주요 실무자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었다”면서 “그의 죽음이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으면서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를 비롯한 국민의힘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보 등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3월부터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합류했다. 그가 맡았던 기술서기관은 문재인 정부엔 없었던 보직이었다. 대통령실 살림살이에서 시설 분야를 담당하는 보직이었다고 한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불거졌다. 12월 14일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가 의결했다. 대통령실 ‘대탈출 러시’가 본격화했다. A 씨는 12월 15일 이후 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월 31일 A 씨는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 다시 등장했다. 취재에 따르면, A 씨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R 사 등기상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표이사 취임 네 달 만인 2025년 4월 3일 A 씨는 첫 공식 행보에 나섰다. R 사가 개최한 세미나에 얼굴을 비춘 것이다.

A 씨는 “행정안전부 5급 사무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뒤 한 번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대통령실에서 3급 행정관까지 승진했다”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여러분께 건강과 행복, 경제적 여유를 드리는 데 쏟아 붓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A 씨는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30위권 진입이 1차 목표”라면서 “5년 안에 1000명 이상 리더사업자와 100만 명 글로벌 누적 회원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A 씨가 뛰어든 ‘네트워크 마케팅’ 분야는 이른바 ‘다단계’라고 불리는 업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1월 ‘2023년도 4분기 다단계 판매업자 주요 정보 변경사항’을 통해 신규등록 업체 6건을 명시했다. 6개 신규등록 업체 중 R 사가 있었다.
R 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A 씨는 2025년 5월 14일 게재된 온라인 매체 인터뷰를 통해 “R 사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여러 대표 사업자님들의 권유를 통해 함께 힘을 모아보고 싶어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씨는 “취임 후 시간이 진짜 빠르게 지났다”면서 “할 일이 산적해 있었지만, 가장 먼저 공들인 것은 제품 분석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매체 인터뷰를 통해 기업 비전을 제시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7월 10일경, A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전히 R 사 등기 및 홈페이지상 대표이사는 A 씨로 명시돼 있었다.
일요신문은 7월 28일 서울시 강남구 소재 R 사를 직접 찾았다. R 사 관계자는 “듣기로는 대표님께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A 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도 현재 멘탈이 붕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A 씨가 대표로 취임한 경위와 관련해 R 사 관계자는 “잘 모른다”고 했다. 최근 A 씨가 수사를 받거나 한 일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런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도 했다.

R 사 관계자에 따르면, A 씨가 대통령실에 재직했던 것을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취임 후 받은 화분 하나가 전부였다. 대통령실 행정관 B 씨가 보낸 화분이 사무실에 놓여 있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A 씨 갑작스런 사망과 관련해 부검이 요청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정치권에선 그가 세상을 떠난 정확한 원인과 배경을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문이 돌아, 상당히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A 씨가 공직을 떠난 뒤 행적과 세상을 떠난 원인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