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 특검 압수수색, ‘신 친윤’ 혁신위 인적쇄신 대상 거론…“정치 생명 유지 위해 안간힘”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친윤계는 권력의 상징과도 같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갈 길을 잃었던 국민의힘 구심점으로 윤 전 대통령을 선택한 중진 의원들이 친윤계 근간을 이뤘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고 장제원 전 의원, 이철규 의원, 이양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2022년 3월 제20대 대선과 같은 해 6월 지방선거를 치른 뒤 친윤계는 보수 진영 최대 계파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3월엔 국민의힘 새로운 당지도부가 출범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면서 새로운 친윤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당대표 취임 9개월 5일 만에 대통령실과 갈등설을 겪으며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2024년 7월 펼쳐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계는 당원들로부터 의미심장한 경고 시그널을 받았다. ‘친윤 주자’였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패했다. 2021년부터 이어져 온 ‘친윤 불패’가 깨졌다. 친윤 견제론이 당내에서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탄핵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지자 집회를 메웠다. ‘윤석열 수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상황은 친윤이 국민의힘 주류 세력임을 재확인하게 하는 지렛대가 됐다. 지지자 여론에 힘입어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의원 등이 새롭게 친윤 핵심으로 부상했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조기 대선 국면이 열렸다. 국민의힘도 대선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대선 경선에서도 친윤계는 바쁘게 움직였다. 친윤계를 더 많이 확보하는 캠프가 경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 가운데 ‘한덕수 차출론’이 국민의힘을 휘감았다.
친윤계는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낸 한덕수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추대하려고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전 총리와의 신속한 단일화’를 약속하며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승리했다. ‘김덕수론’으로 김 전 장관은 경선 중후반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단일화를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추대를 위해 뭉친 친윤계는 초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대선후보 교체 파동 국면에 돌입했다. 친윤 핵심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이 김 전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당내 바닥민심 반발이 거셌다. 전당원 투표 ARS 여론조사에서 후보 재선출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김 전 장관이 후보직을 유지하게 됐고, 한 전 총리는 대선 레이스를 마치게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원들이 반민주적인 절차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면서 “한밤 중 후보 교체 파동이 비상계엄 사태로 불거진 조기대선과 다를 게 뭐냐는 비판론이 당내에서 속출했다”고 했다.
한덕수 추대 움직임에 앞장섰던 친윤 핵심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직을 내려놨다. 또 다른 친윤 핵심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권 전 원내대표는 김문수 전 장관 유세를 따라다니며 ‘효율적인 유세’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쌍권’으로 불렸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대선 이후 잠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이철규 의원은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7월 18일 김건희 특검팀과 채해병 특검팀은 각각 권 전 원내대표 사무실과 이 의원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당시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던 ‘원조 친윤’ 장제원 전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5일 전인 3월 31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성폭력 의혹으로 3월 5일 탈당한 뒤 수사를 받던 중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양수 의원은 대선후보 교체 파동 이후 국민의힘 사무총장 직을 내려놨다. 당 실권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시쳇말로 꿀 빠는 인생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로 주목받았다. 친윤계로 분류되며 당대표직을 역임했던 김기현 의원은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를 향해 “북한 대변인 같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동혁 의원은 7월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선거 때는 도와달라고 사정하고, 선거 끝나면 내쫓고, 소금 뿌리고, 문 걸어 잠그고 얼씬도 못하게 한다”면서 “그것을 혁신으로 포장한다”고 윤 위원장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마저 절연하면 그분들(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라면서 “윤 위원장의 오발탄”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7월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정말 당과 보수를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원회로 불러 달라”고 했다. 윤 의원은 희생 각오를 부각시켰지만,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낀 모양새였다.
나경원 의원은 7월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떤 분들에게 주적은 민주당이 아니라, 동료의원과 자당 지지층인 것 같다”면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는 그만 멈추자”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송 비대위원장이 계파색이 옅었는데, 윤 전 대통령이 힘을 잃은 뒤 뒷북 친윤으로 부각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전직 국민의힘 당직자는 “말하기 쉽게 ‘친윤계’로 분류되고 있지만, 친윤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각자가 집토끼를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가운데, 각자도생 행보에 돌입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친윤 중에선 윤 전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도 토사구팽당한 이들도 있다”면서 “대선 이후에 친윤 내에서도 대우가 천차만별이었던 불확실성이 결국 윤석열 정부 몰락 단초를 제공했고, 실권을 잡았던 친윤들의 ‘심기 경호’가 몰락 속도를 높여 놨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지금 친윤계는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는 공감대 아래 뭉쳐 있는 것이다. 결국 그들의 공감대는 당권과 2026년 지방선거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니”라며 “정치 생명을 유지하려 당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성이 친윤계 단일대오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