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약 1년 만에 김선형·허훈 등 농구계 대표 스타들과 줄줄이 계약…“선수들과 교감하며 보람 느껴”

한 변호사는 현재도 로펌 ‘법정’의 대표 변호사로 업무 수행을 하고 있다. 공익법무관으로 서울고등검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근무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도 일했다. 약 1년 전 에이전시를 본격 시작하며 CEO이자 변호사가 됐다. 그는 자연스럽게 에이전트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선수 생활이라기엔 민망하지만 학생 시절 운동부 생활을 짧게 했고 육상 선수로도 활동했다. 대학 때도 법학과 사회체육학을 복수전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프로야구 표준계약서를 심사했고 김앤장에서는 스포츠·엔터 분야 자문을 오래 맡았다. 내 취향을 돌아 봤을 때도 '스포츠 팬'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있었던 에이전시를 본격 시작하게 됐다."
한 변호사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많은 행운이 따랐다"고 말한다.
"대학생 때 아무래도 미국이 스포츠 법률이 발달돼 있으니까 그곳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이 됐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법적 자격증으로 가지고 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취지이지 않나. 그래서 한국에 남아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법무관 시절, 김앤장에 있을 때 운 좋게 관련 분야 일을 맡았다. 마침 국내에서도 에이전트 제도가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제도적으로나 시기적으로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키플레이어 에이전시에는 농구선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양한 종목 중 왜 농구에 중점을 둔 이유는 뭘까. 그는 "우선 제가 좋아한다. 농구부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 갔다가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일이 있는데 회사 내부에서 ‘리액션을 줄이라’는 피드백을 받을 정도(웃음)"라면서 "김앤장을 나온 이유도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해보자는 마음에서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역을 먼저 하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현역 농구 선수로부터 고민을 들을 기회가 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에어컨 리그에서 키플레이어 에이전시는 '대박'을 냈다. 2025-2026시즌 KBL 연봉 공동 1위(8억 원)는 김선형과 허훈이다. 이들은 소속팀은 다르지만 키플레이어 에이전시에서 함께한다. 지난 시즌 연봉 9000만 원에서 3억 2000만 원으로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이근휘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이번 여름 FA 계약을 체결했다. WKBL에서도 키플레이 에이전시 소속 신지현, 강유림 등이 FA 계약을 맺었다. 이들 외에도 강이슬(KB), 박무빈(현대모비스), 오재현(SK), 이소희(BNK) 등 스타플레이어가 다수 포진했다.
한 변호사는 프로농구 에이전트로서 첫 에어컨 리그를 돌아보며 "이제 첫걸음인데 만족, 불만족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존재를 알렸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좋은 계약이 있었는데, 좋은 선수들과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번 여름 KBL F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는 단연 김선형이었다. 2011년 서울 SK에 입단해 15년 동안 활약한 팀의 상징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FA 자격 취득 이후 수원 KT로 팀을 옮기며 화제를 모았다. 소속 에이전시 대표인 한 변호사에게 김선형의 계약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한 협상이나 연봉 조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커리어의 후반부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방향성을 재정의하는 일에 가까웠다고 본다. 선수가 어떤 팀 컬러 안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며 어떤 식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을 지를 논의했다. 단지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아닌 선수 삶과 정체성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재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가 경계하는 것은 에이전트 개인이 두드러지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동안 내 생각을 밝히는 것을 자제해왔다. 소셜미디어도 계정만 있고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 말이나 행동이 선수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이 많았다"며 "사실 이 인터뷰도 선수가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키플레이어 에이전시는 창립 약 1년 만에 국내 농구계 대표격 선수들과 줄줄이 계약했다. 대표 한정무 변호사는 "앞으로도 계약이 예정된 선수들이 있다. 농구 외 종목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에이전시를 급격히 성장시킨 비결을 물었다. 그는 "우리가 유독 특별한 것은 없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시즌 중에 운동을 하는 환경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연봉 협상 외에도 세금 구조, 보장 조항, 부가 수익 구조, 커리어 말미 설계까지 중장기적 로드맵을 함께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FA 계약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큰 연봉 인상폭을 기록한 이근휘를 좋은 예로 들었다. "이근휘 선수는 성장 가능성과 현재 시점의 지표를 반영해 계약에 성공했다. 구단의 기대와 우리 설계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며 "우리는 '지금 당장 가장 많이 받는 것'보다 '3~5년 동안 어떻게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어떤 포지션을 차지할 것인지'를 중심에 둔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만족감만 줄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제도에 대한 부작용을 꼬집기도 한다. 한 변호사는 "당연히 타당한 지적이라면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선수, 구단, 에이전시가 서로 생소함에서 오는 시행착오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도 내부에서 스스로를 평가하고 안 된 부분은 수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굵직한 이름값의 선수들을 다수 보유했으나 회사 설립은 불과 1년 남짓 지났을 뿐이다. 응당 규모 확장을 꾀하는 시점이다. 다만 모든 선수와 계약을 맺을 수는 없는 현실에 키플레이어 에이전시가 원하는 유형의 선수를 물었다.
"먼저 에이전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선수를 만난다. 만나서 '에이전트가 필요한가요'라고 물어보는 선수는 우리가 굳이 설득하지 않으려 한다. 제도의 취지를 공감하는 선수인 점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우리와 교감할 수 있는 선수다. 단순히 일 년에 한 번 연봉 협상 때만 우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시즌 중 경기 전후, 훈련 전후로도 수시로 소통한다. 교감이 안 된다면 일을 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당연히 운동 능력이다. 퍼포먼스가 좋고 성적이 나오는 선수여야 우리도 전략을 만들 수 있다."

그는 e스포츠와 소속 선수 문현준(닉네임 오너, T1 소속)과의 활동을 그 예로 들었다. 키플레이어 에이전시는 e스포츠 분야에서 선수 대리인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문현준 선수는 경기 외에도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팬과 연결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다방면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구단, 협회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콘텐츠 판매 대리를 하고 있어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에이전트가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정무 변호사에게 에이전트로의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법조인 동료가 있다면 추천 여부를 물었다. 그는 미소를 띠며 "주마등처럼 여러 장면들이 스쳐가기는 한다(웃음). 결론적으로 추천은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앤장에서 나오던 당시 사업을 하겠다니까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웃음). 하지만 결국은 선수와 함께 여러 과정을 거치며 함께 걸었다는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보람으로 남는다. 내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당연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