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여준석·이현중 합류로 전력 상승…아시아컵 넘어 올림픽 조준

황금세대라는 수식어는 단순 결과만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4경기 가운데 3경기가 매진이 됐고, 현장에서 판매한 대표팀 유니폼은 예상 매출을 하루 만에 넘어섰다. 황금세대의 등장에 팬들까지 적극 호응한 것이다. 선수들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앨리웁 덩크까지 구사하며 단순 승리를 넘어 '쇼타임'까지 챙기며 응원에 화답했다.
대표팀 전력이 급상승하고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여준석(시애틀대), 이현중(일라와라 호크스)의 합류가 크게 작용했다. 꾸준히 해외 무대에서 NBA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이례적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동안 해외 일정 등으로 여건이 맞지 않았으나 이번 여름 전격 대표팀을 선택했다.

3년 전 대표팀에 소집돼 있던 여준석은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급하게 팀을 떠났다. 곤자가대학에서 활약하다 최근에는 시애틀대 편입을 결정했다.
이현중은 2019년부터 해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데이비슨 대학에서 3년을 뛴 뒤 NBA 드래프트에 지원했지만 선택을 받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NBA 하부리그인 G리그와 서머리그, 호주, 일본 등지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를 이어갔으나 국내 팬들의 시야에서는 멀어졌다. 그렇기에 이번 대표팀 소집은 이들의 활약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여준석과 이현중은 자신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를 증명했다. 여준석은 강점으로 꼽히는 여전한 신체 능력을 자랑했다. 일본과 카타르의 귀화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골밑 경쟁력을 선보였다. 이에 더해 외곽슛에서도 발전한 모습으로 팀의 연승에 기여했다.
NBA 서머리그 합류를 마다하고 대표팀을 선택한 이현중은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예리한 3점슛은 여전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4경기 평균 26분 출전, 21.3득점)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허슬 플레이에서도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리바운드마저 경기당 평균 10개를 잡아냈다. 일본을 상대로 공을 지키려 슬라이딩을 한 이후 곧장 코트 반대편으로 달려가 스틸을 해내는 모습은 팬들에게 감동까지 안겼다.

2024년 11월에만 해도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도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던 대표팀이다. 여준석과 이현중이 합류하자 전력은 급상승했다. 하지만 단 두 명의 활약만으로 팀이 강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현 대표팀이 황금세대로 불리는 배경에는 가드 이정현(소노)의 존재감도 적지 않다. 'KBL 넘버원'으로 평가받는 이정현이다. 2023-2024시즌 평균 22.8득점으로 2008년 방성윤 이후 처음으로 국내선수로서 평균 득점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직전 시즌 부상 등의 여파로 득점 수치는 떨어졌으나 국내선수 득점 1위 자리는 지켜냈다.
이정현은 여준석, 이현중과 함께 이번 평가전 4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출전하며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높은 3점슛 성공률을 보이면서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올렸다. 자신이 중심이 돼 경기를 이끄는 것이 익숙하지만 원투펀치에 이은 '3옵션' 역할 역시 잘할 수 있음을 선보였다.
2024-2025 KBL 챔피언결정전 창원 LG 우승의 주역 양준석과 유기상도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기상은 길지 않은 출전 시간에도 득점을 뽑아내는 폭발력을 보여 '조커'로서 가치를 증명했다. 리딩 능력을 갖춘 양준석은 출전할 경우 이정현이 2번 포지션을 맡는 방식으로 대표팀의 유기적인 운영에 도움을 줬다.
김종규(정관장)와 이승현(현대모비스), 베테랑들의 활약에도 박수가 쏟아졌다. 가드와 포워드 포지션에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을 보였으나 결국 이들의 활약에 날개를 달기 위해선 빅맨 포지션에 이들 베테랑이 필요했다. '언더사이즈 빅맨' 이승현은 일본과 카타르 귀화 선수들을 상대로도 여전한 경쟁력을 선보였다. 김종규는 지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투혼을 보였다. 일본을 상대로 슛 페이크 이후 투핸드 덩크를 꽂는 장면은 평가전 4연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아시아컵 바라보는 대표팀
이번 평가전 4연전의 목적은 다가오는 아시아컵 대비였다. 대회는 다가오는 8월 5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다. 대표팀은 호주, 레바논, 카타르와 조별리그 A조에 편성됐다. 6일 호주전을 시작으로 대표팀 일정이 시작된다. 여준석, 이현중이 합류하며 대표팀의 전력이 강해졌으나 이번 대회 조편성은 '죽음의 조'로 불린다. 호성적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호주와 레바논은 2022년 열린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에 나란히 오른 바 있다. 호주는 2017년 아시아 지역으로 편입한 이후 두 번의 아시아컵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87위 카타르는 같은 조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 대표팀(53위)보다 세계랭킹이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대로 평가받는다. 카타르는 2027 FIBA 농구 월드컵 개최를 확정 지었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해 귀화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평가전 2차전에 출전한 NBA 출신 브랜든 굿윈은 23분 만에 23득점을 기록하는 위용을 보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대표팀이 세계무대에서도 상위권으로 통하는 호주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목표로 하는 4강 진출을 위해서라면 레바논을 잡고 조 2위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 3위 또한 토너먼트 진출을 노려볼 수 있으나 이란 또는 일본과 같은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표팀으로선 레바논을 넘어야 목표 도달이 수월해진다. 레바논은 대회에 앞서 귀화 선수로 KBL 무대를 지배했던 디드릭 로슨을 합류시켜 전력을 강화시켰다. 대표팀에겐 골치 아픈 상대가 늘었다. 다만 아시아 최고 가드로 불리는 지난 대회 MVP 와엘 아락지가 부상으로 빠진 점은 호재다.
#황금세대의 마지막 퍼즐
한국 농구는 눈앞으로 다가온 아시아컵을 넘어 더 먼 곳을 바라본다. 농구협회는 안팎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목표로 언급한 바 있다. 대표팀은 직전 아시안게임에서 16년 만에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질타를 받았다. 올림픽은 약 30년 전인 1996년이 마지막 본선 참가다.
현 대표팀 주축을 이루는 여준석, 이정현, 이현중, 하윤기 등은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다. 이들 모두 향후 수년 동안 전성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황금세대가 찾아온 시기,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마지막 퍼즐이 필요하다. 국제 농구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귀화 선수가 현 대표팀에서 공석이다.
현재 팬들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인물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 재학 중인 재린 스티븐슨이다. 대학교 3학년 시즌을 앞두고 있는 그는 귀화혼혈선수로 KBL 무대에서 활약했고 국가대표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던 문태종의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고교 시절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고 대학리그 최상위 무대에서 뛰고 있기에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전력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장 211cm로 알려진 그가 현재 대표팀 엔트리에 합류한다면 기존 김종규(207cm)를 넘어 단숨에 최장신 선수가 된다.
이외에도 또 한 명의 귀화 선수를 영입하는 선택지도 있다. 한국 혈통을 가지고 있는 재린 스티븐슨 이외에 앞서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사례와 같이 귀화 선수 자원을 물색하는 방안이다. 서울 삼성에서 뛰던 코피 코번이 제의를 받았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추가적인 농구협회의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대표팀의 선수들 역시 귀화 선수 합류 필요성을 한 입으로 말한다. 이현중은 "라건아와 같은 선수들이 그립다"며 간접적으로 바람을 드러냈다. 베테랑 김종규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귀화 선수는 필요하다. 절대적 높이를 가진 선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재린 스티븐슨의 경우 농구협회 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쳤기에 대한체육회와 법무부의 승인 절차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