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부인 모친 명의 아파트 동결에 반발했지만…“8월 중 귀국” 언론 인터뷰 직후 기각 판결

검찰은 배 회장이 KH그룹 직원 대출금·성과급, 계열사 대출금, 외부 용역비 등을 허위로 꾸며 임의로 사용했다며 재산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은 배 회장과 사실혼 관계로 알려진 두 번째 부인 정 아무개 씨 관련 재산을 배 회장 차명 재산으로 보고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법원은 2022년 6월경부터 해외 도피 중인 배 회장에게 추징보전 인용 결정문을 전달하기 어려워 지난 3월 7일 공시송달 결정을 내렸다. 공시송달은 법원 홈페이지 등에 송달할 서류를 올리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이후 배 회장 측은 법원의 추징보전 청구 인용에 반발해 지난 4월 8일 항고장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1형사부는 배 회장이 제기한 항고를 지난 6월 26일 기각했다. 배 회장 측은 동결된 재산 중 두 번째 부인 정 씨 어머니 소유 서울 강남구 아파트 ‘논현 아펠바움’은 배 회장에게 귀속된 재산이 아니고, 아파트 매입 시점이 2019년 1월이라 범죄 수익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논현 아펠바움을 배 회장에게 귀속된 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 씨 어머니가 2019년 1월 논현 아펠바움을 39억 7000만 원에 매입하면서 배 회장에게 21억 원을 증여받았고, KH그룹 관계사 등으로부터 아파트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배 회장 두 번째 부인 정 씨는 어머니 명의 논현 아펠바움에 관해 “배 회장이 자신과 자식과 함께 살려고 매입했다. 어머니는 잠시 같이 살다가 불편해해서 다른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정 씨 어머니는 2022년~2023년경 세무조사 과정에서 13억 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배 회장에게 받은 아파트 매입 자금 21억 원 등에 대한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법원은 별다른 직업이 없는 정 씨 어머니가 13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자력으로 부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 씨 어머니는 논현 아펠바움을 담보로 쌍방울그룹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했다. 쌍방울그룹이 골프장 사업을 위해 만든 법인 화현관광개발은 정 씨 소유 논현 아펠바움에 2024년 10월 10일 채권최고액 9억 3600만 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배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KH그룹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도 연루됐다. KH그룹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였던 2018년~2019년 경기도 대북사업 창구였던 아태평화교류협회를 쌍방울그룹과 함께 후원했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은 대북송금 등 혐의로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당초 대법원 판결은 지난 7월 17일 선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새로운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H그룹은 “북측에 단 1원도 송금하거나 송금하기로 한 적이 없다”며 “아태평화교류협회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유해 송환 사업 등 좋은 일에 동참하라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정상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2022년 11월 해명한 바 있다.

배 회장은 추징보전 인용 결정에 대해 항고하면서 김희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를 선임했다. 김희준 변호사는 KH그룹 계열사 장원테크 사외이사로 2019년 2월 선임됐다. 장원테크는 2019년 1월 KH그룹에 인수된 뒤 이사회를 새로 꾸리면서 김희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김 변호사는 2022년 3월 장원테크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2023년 6월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 김 변호사는 엘케이비앤파트너스 홈페이지에 삼본정밀전자(현 KH미래물산) 자문변호사를 경력으로 적어두기도 했다.
배 회장 두 번째 부인 정 씨 이름은 배 회장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H그룹 총괄부회장 우 아무개 씨와 수행팀장 이 아무개 씨 판결문에도 나온다. 우 씨와 이 씨는 2023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3월과 징역 1년이 각각 확정됐다. 1심 판결문에서 정 씨는 배 회장 내연녀로 적시됐다. 수행팀장 이 씨는 배 회장으로부터 정 씨에게 생활비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2023년 3월 현금 1억 5000만 원을 건네줬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씨가 서울남부지검에 조사받기 위해 2023년 4월 출석할 때 배 회장 수행팀 소속 직원들은 검찰청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배 회장은 해외 도피 중임에도 도박, 골프, 여행 등을 즐기며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 회장은 추징보전 항고 기각 이틀 전인 지난 6월 24일 보도된 SBS 인터뷰에서 늦어도 8월 중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배 회장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하고 경기도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