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회장 빗썸 관여” 강종현 진술 주효 분석…‘하얏트호텔 난동’ 수노아파 기소하며 ‘조폭 규정’
자본시장에서 ‘쩐주(자금을 대는 인물)’ 역할을 했던 1세대들이 일제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6월 29일에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구속됐고, 30일에는 서울중앙지검이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회장 관련 사건을 처리하며 배 회장 엄벌 의지를 시사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배 회장 소유의 하얏트호텔에서 벌어진 조폭 난동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배 회장을 ‘조폭’으로 분류했다. 법조계에서는 “배 회장을 ‘조폭 출신’으로 만들어 향후 배 회장 수사 때 쉽게 풀어가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 안 좋다” 호소 안 통한 원영식
과거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구치소 신세를 겪은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6년여 만에 다시 구속됐다. 이번에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관계사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의혹 관련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채희만)는 6월 27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원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29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원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공시 등을 종합하면 초록뱀그룹은 빗썸의 최대 주주사인 비덴트와 비덴트 관계사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1000억 원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강종현 씨가 배우 박민영 씨와 열애설이 불거지자, CB 대부분을 처분하며 ‘거리두기’를 했지만 검찰 수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강 씨는 허위 공시 등을 통해 고의적으로 비덴트 등의 주가를 띄웠고, 이 과정에서 원 회장 등은 CB를 통해 수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빗썸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종현 씨의 ‘진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강종현 씨가 매일 검찰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빗썸 관련 사안에 ‘원 회장이 관여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강 씨는 “원 회장이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회장은 검찰 수사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강 씨가 횡령한 사실도 몰랐다”면서 자신은 윗선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의 주요 부분이 자본시장법 위반(주가조작 등)이었던 탓에 다퉈볼 만하다는 해석도 있었다. 원 회장을 잘 아는 지인은 “원 회장이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며 “그렇게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호텔 난동 사건 기소와 검찰의 ‘셈법’
원 회장이 구속된 다음날인 6월 30일,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이 배상윤 KH그룹 관련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020년 발생했던 그랜드하얏트서울 난동 사건 관련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신준호)가 기소한 쪽은 배 회장 소유의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39명의 수노아파 조직원이다. 배 회장이 2019년 12월 사모펀드를 통해 그랜드하얏트서울을 6000억 원가량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노아파 부두목 등 2명이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보자 손실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호텔에 보낸 조직원 10여 명이 난동을 피웠다고 봤다.
실제로 이들은 3박 4일 동안 호텔을 점거하며 호텔 로비 등에서 호텔 직원 및 고객들을 상대로 위협하는 듯한 행위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죄질이 안 좋은 9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에서 배상윤 회장은 피해자에 해당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설명은 다소 달랐다. 배 회장을 피해자로 보기보다는 ‘폭력조직 간의 이권 다툼’으로 규정했다. 배 회장 역시 조폭 신영광파 부두목 출신으로 1990년대까지 채권자의 사주를 받고 채무자를 납치·강도 하는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폭 간 갈등’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전관 변호사는 “배 회장을 피해자로 보지 않고 조폭 간 갈등으로 규정하는 것을 보면서 ‘다음 수사를 위한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상윤 회장도 조폭으로 규정한 것은 향후 이뤄질 KH그룹의 각종 사건들도 ‘조폭이 불법적으로 만든 돈으로 시작해 주가조작까지 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용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 같았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는 KH그룹 알펜시아 입찰 특혜 의혹과 배 회장 KH그룹 횡령·배임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KH필룩스에 4000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와 회사 돈 60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를 받는다. 또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수노아파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5월 말까지 베트남에 있다는 것은 확인했고 (현재는) 동남아에 있는 것 같다”며 “대검에서 직접 출장을 가는 등 추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배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를 내렸다. 외교부도 검찰의 요청을 받아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다.
지속적으로 해외 도피 중인 배 회장을 돕는 측근들도 수사해 재판에 넘기고 있다. 우 아무개 총괄부회장과 이 아무개 수행팀장은 이미 검찰 추적 등 수사 상황을 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등지에 도박자금 수십억 원과 차명 휴대전화를 전달하고, 배 회장의 가족뿐 아니라 내연녀의 생활비 1억 원가량을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원 회장의 지인은 “지속적으로 검찰에 불려가 대북송금 및 쌍방울그룹 관련 수사를 받은 김성태 전 회장까지 자본시장업계를 대표하는 ‘쩐주’들이 대거 검찰에 붙들리면서 최근 자본시장도 많이 얼어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