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악화 속 KH 계열사 지분 매각 “유동성 확보 차원”…패션·광고 등 신사업 내부 검토 중
#아이오케이의 어제와 오늘
아이오케이는 2010년 배우 고현정 씨가 설립한 연예기획사다. 아이오케이는 2015년 코스닥 상장사인 IT 업체 포인트아이와 합병했고, 2020년에는 쌍방울그룹에 인수됐다. 아이오케이에는 고현정, 조인성, 구혜선, 김하늘, 김태우, 데니안 등 유명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아이오케이는 현재 IT 사업은 영위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오케이는 2019년 매출 487억 원, 영업이익 6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에 인수된 2020년에는 매출 210억 원, 영업손실 30억 원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아이오케이는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84억 원, 10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폭이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가 축소됐고, 아이오케이 자회사인 아이오케이스튜디오·아이오케이아카데미·아이오케이엠 등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오케이는 그간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재무 악화를 막았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뜻한다. 아이오케이는 2021년 총 3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데 이어 2022년에는 200억 원 이상의 CB를 발행했다. 아이오케이 CB는 주로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비비안과 미래산업 등이 매입했다.
하지만 아이오케이는 향후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계열사 간 교류가 예전 같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오케이를 주로 지원했던 비비안과 미래산업은 올해 상반기 각각 44억 원, 13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쌍방울그룹 핵심 계열사인 (주)쌍방울과 광림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아직 상장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쌍방울그룹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이의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다.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이 아이오케이를 지원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아이오케이는 올해 들어서는 CB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아이오케이는 연이은 적자에 CB 발행도 하지 못하면서 재무가 악화되고 있다. 아이오케이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6월 말 1377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64억 원으로 44.49% 감소했고,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01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86.14% 줄었다. 그나마 아이오케이의 부채는 상대적으로 적어 부채비율은 높지 않다. 하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아이오케이의 보유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아이오케이로서는 흑자전환이 쉽지 않다. 삼일PwC는 보고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전망 2023–2027’에서 향후 5년 동안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일PwC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초래된 피로감, 전쟁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불안정한 상황 등이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를 유발하고 있다”며 “E&M 관련 소비자 지출은 2022년과 2027년 사이에 연평균 성장률 2.4%의 저조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아이오케이의 미래는?
아이오케이로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아이오케이는 지난 10월 16일 95%의 비율로 무상감자를 진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아이오케이는 오는 11월 24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무상감자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무상감자는 결정된 감자 비율만큼 주식수를 감소시키는 것을 뜻한다. 통상 결손금으로 인해 이익배당을 할 수 없을 때 시행된다. 아이오케이도 무상감자 이유에 대해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아이오케이는 무상감자 외에도 자산 매각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오케이는 지난해 보유 중인 장원테크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장원테크 주식 202만 202주(지분율 9.23%)를 확보했다. 하지만 아이오케이는 몇 차례에 걸쳐 장원테크 주식을 매각해 현재는 장원테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아이오케이는 앞서 2021년에도 CB 전환을 통해 KH필룩스 주식 806만 161주(1.76%)를 취득했다. 하지만 아이오케이는 올해 들어 KH필룩스 지분을 매각했고, 현재는 100만 주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장원테크와 KH필룩스는 모두 KH그룹 계열사다. 아이오케이가 KH그룹 계열사의 CB를 인수한 것도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이 사실상 ‘경제공동체’였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은 과거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두 기업의 친분은 재계에 널리 알려졌다(관련기사 ‘CB로 야금야금…’ 아이오케이, KH그룹 계열사 지분 확보 내막).
하지만 현재는 쌍방울그룹과 KH그룹의 교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수장인 김성태 전 회장은 구속됐고,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를 받으면서 해외 도피 중이다. 아이오케이가 KH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 것도 KH그룹과의 관계보다 당장의 재무를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아이오케이는 자회사 콘텐츠랩스도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오케이는 콘텐츠 사업을 위해 2021년 콘텐츠랩스를 설립했지만 눈에 띄는 사업을 진행하지는 못했다. 결국 콘텐츠랩스는 이렇다 할 실적도 내지 못한 채 연간 수천만 원의 적자만 기록했다.
아이오케이는 신사업도 준비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아이오케이가 추진하는 신사업은 패션과 광고 사업이다. 패션 사업의 경우 아이오케이는 이미 생산·유통 채널 등 공급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오케이 소속 유명 연예인을 활용하면 패션이나 광고 사업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패션과 광고 모두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수많은 경쟁사들이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와 관련, 아이오케이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고, 콘텐츠랩스의 경우 사업목적상 불필요하게 돼 청산했다”며 “아이오케이는 제작사로서 내년 상반기 ‘정보원’ 등 영화 개봉과 드라마 방송을 앞두고 있으며 내부 조직개편을 병행하는 등 흑자전환을 달성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면서도 “(패션·광고 사업은) 현재 내부 검토 단계로 차후 자료 등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