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인기 불구 대중 공감 얻기엔 너무 ‘장르적’…캐릭터 설정 바꿔 ‘원작 팬덤’ 자발적 홍보도 못 이끌어내

‘전지적 독자 시점’은 수억 뷰의 조회수를 기록한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슈퍼 IP를 넘어선 ‘메가 IP’로 꼽힌다. 이미 막강한 원작 팬덤이 구축돼 있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겐 더없이 탐나는 ‘먹거리’일 수밖에 없었고, 아직 본편 연재가 진행 중이던 2019년부터 실사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 5편 제작의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에는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와 리얼라이즈픽쳐스가 함께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화를 위한 합작법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 본격적인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원작 웹툰 ‘신과 함께’ 팬들의 반발은 다소 있었어도 쌍천만 관객 기록을 세우며 웹툰의 영상화를 성공해 냈던 리얼라이즈픽쳐스와 게임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의 확장을 꿈꾸는 스마일게이트가 손잡고 내놓는 첫 대작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주목도 이어졌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무엇보다 원작의 양이 어느 하나를 끊어서 영상화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는 점이 지적됐고, 여기에 일반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작품 자체가 너무 ‘장르적’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로 지목됐다.

일반 관객들이 수월하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작품은 최근 국내 영화계에서 흥행의 필수 요소인 ‘입소문’을 타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엔 결국 단단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원작 팬덤이 흥행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아쉽게도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제작 소식이 들려온 시점부터 팬들의 우려가 있었던 데다 이후에도 기대보다는 반발이 컸다.
소설이나 만화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설정과 일부 서사의 변경은 불가피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주요 캐릭터 가운데 이순신을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이지혜(지수 분)가 칼이 아닌 총을 쓰고, 주인공 김독자(안효섭 분)가 10년 넘게 애독해 온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결말을 두고 작가에게 “이 소설은 최악”이라며 악평한 뒤 소설 세계의 결말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식으로 설정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런 변경들이 원래의 캐릭터성을 뒤집는다는 이유로 원작 팬들의 반감을 강하게 사면서 흥행에 ‘팬덤 찬스’를 전혀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앞서 같은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했던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원작 설정의 일부 삭제, 변경으로 팬덤의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잡는 것에 성공해 흥행 신화를 이뤄냈었다. ‘신과 함께’의 경우 한국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한 저승 세계를 현대 판타지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일반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원작의 웹소설과 파생된 웹툰 모두 어마어마한 팬덤이 구축돼 있어 팬들의 만족도만 높았어도 이들을 통한 자발적인 홍보와 그에 따른 연쇄 입소문 흥행 가능성도 높았을 터다. 그런 만큼 ‘전지적 독자 시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흥행 성적을 두고 영화계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영화 투자가 매우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수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거액을 쏟은 작품마저 흥행에 실패한다면 차기작들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사실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를 제작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건 원작 팬들의 반응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처럼 긴 호흡에 다양한 서사를 보여주면서 고정 시청 층을 만들어나갈 수 없고, 입소문으로 흥행 판가름이 나다 보니 아무래도 개봉 1~2주 사이엔 원작 팬들의 보증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계 보릿고개가 계속 되면서 최근 수년 사이 100% 오리지널 작품보단 원작 IP를 다양하게 이용한 영상화가 각광받고 있는데 결국 인기와 팬덤이 보장된 작품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흥행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만큼 원작을 지금보다 좀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팬들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