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불효자로 몰아가나”
▲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 김 부회장은 아버지인 고 김성수 회장과 불화가 있었다는 소문에 대해 그런 적 없다고 일축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사태의 장본인이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이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끝까지 경영권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더 내밀한 얘기를 듣기 위해 기자간담회 후 고 김성수 회장이 쓰던 사무실에서 김명환 부회장을 따로 만나 단독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는 서건정 부사장과 김기석 상임고문이 배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명예훼손 등의 문제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아는데 아까 기자간담회 때 발언은 거침없었다. 법률검토를 했나.
▲사실대로 말하는 데 누가 뭐라 하나.
―기자간담회 때 지금까지의 사태에 대해 사죄했는데 유가족들도 그 대상에 해당되는가.
▲그들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당연히 그건 아니다.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다면 다른 유가족과 관계회복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9재 때 다른 유가족들을 만났을 텐데.
▲49재에 한두 명 왔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회사를 팔아넘기려 했던 사람들이 무슨 말이 있겠나. 인사도 있을 수 없다. 관계개선은 가능성이 있다면 하겠다는 얘기다.
―김성수 회장과 사이가 틀어진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진 적은 없었다.
―그럼 어떤 계기 때문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나.
▲지난 2003년 셋째 사위가 사장에서 물러나면서부터다. 아틱스톰(미국합작법인) 문제와 당시 어머니가 법인도장을 뺏어가는 등 격화됐다.
―‘아버지는 아들을 버려도 어머니는 아들을 못 버린다’는 말을 들어 당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아들이 아니다. 계모다’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 사실무근이다.
―큰며느리가 병든 시아버지를 모시지 않겠다고 해서 사단이 났다는 얘기도 있다.
▲아버지의 병을 가장 헌신적으로 수발들었던 내 아내에게 가장 상처를 준 이 부분만큼은 강하게 말하고 싶다. 집사람은 아버지께서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간병인과 함께 식사를 비롯, 목욕이나 화장실 이용 등을 모두 맡아 했다. 그런데 2002년부터 다른 가족들로부터 갖은 폄훼와 비난을 받으면서 쫓겨났고 출입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80~90년대 경영수업을 하면서 부산공장에 10년간 가 있을 때 횡령사건을 일으켜 선친과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 건 없었다. 그랬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나.
―고 김성수 회장이 당신의 경영능력을 의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는 적자투성이다.
▲그렇지 않다. 2002년 15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내가 두 번째로 대표이사를 맡은 후인 2003년에는 적자규모를 47억 원으로 줄였고 2004년엔 흑자로 전환, 13억 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이후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며 회사를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없었다.
―사조CS가 인수한 지분에 대해 법원에 ‘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중요한 근거가 위임장 위조 의혹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충정의 장용국 대표변호사는 “위임장은 내가 직접 받았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위조를 했겠느냐”고 반박한다.
▲글쎄…. 저희가 볼 때는 그게 회장님의 글씨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거기에 대한 모든 법적 대응을 확실하게 할 것이다(인터뷰 사흘 뒤인 16일, 김명환 부회장 측은 ‘고 김성수 회장의 위임장이 위조 작성되었다’며 위임장 내 수임인으로 되어 있는 두 명의 법무법인 변호사에 대해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남대문경찰서에 정식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의결권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주총 표대결에서 질 게 뻔하다. ‘다른 대책’이 있나.
▲(김기석 고문) 불행히 그렇게 된다 해도 정당한 주주총회를 훼손할 수는 없다. 주주분포에선 절대적으로 열세지만 위임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 정기주총 때 우호지분이 42%를 넘었다.
―오양수산 보유 부동산에 김 부회장 앞으로 145억 원 근저당이 설정돼 있던데.
▲(김기석 고문) 2003년 이후 회장님이 엄연히 살아계신데 저쪽(다른 가족)이 회장님 명의의 재산을 꽁꽁 묶어놓으며 분배를 서두르자 근저당을 설정하게 됐다. 일종의 자위수단이다.
―고 김성수 회장과 사조산업 주진우 회장 선친이 상당히 친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그렇다.
―그래서 김 회장이 나중에 매각 대상이 사조산업인 것을 알았을 때 좋았다는데.
▲허허허(어이없는 듯), 아니 40년 회사를 하신 분이 ‘아 사조산업 그거 좋다 빨리 갖다 줘라’ 이럴 분이 있겠느냐. 말도 안 된다. 이건 처음부터 계획적인 작전하에 이뤄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