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봐야할 압도적 스케일이 백미, 과거현재 오가는 정신 사나운 전개는 NG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투 신은 '귀멸의 칼날 시리즈' 특유의 강렬한 음악 활용과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3D로 구축된 무한성은 상하좌우 무한대로 늘어나는 듯 하지만 이동하거나 싸우는 귀살대원 캐릭터들을 클로즈업하는 신에서는 압박이 느껴질 정도로 좁고 세밀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2D 애니메이션 속 이질적인 배경으로 여겨지곤 했던 대다수의 3D와 달리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무한성은 캐릭터들만큼이나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이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액션 신은 그간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함과 웅장함을 갖추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전투는 △도우마 vs 시노부 전 △카이가쿠 vs 젠이츠 전 △아카자 vs 기유, 탄지로 전 순서대로 세 번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클라이맥스와 결말까지 이어지는 아카자 전이 백미다. 앞선 두 전투가 액션신 안에 각 캐릭터들의 배경 설명이 섞이는 탓에 액션의 맛이 조금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면, 아카자 전은 후반부 서사가 풀리기 직전까지 액션 자체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통해 관객들이 몇십 분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전작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에서 렌고쿠 쿄쥬로와의 전투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의 아카자 전은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액션이라는 것이 스크린 밖에서까지 느껴진다. 특히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무한성이라는 배경을 십분 활용해 광활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메인 전투는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 스케일의 액션을 완성해냈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드시 스크린으로 감상해야만 하는 작품'이라는 말이 비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한정되는 헌사가 아니라는 것을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한두 명의 캐릭터들의 특별한 과거사가 풀리고 현재 시점에서는 여전히 싸움이 이어지는 식이라면 받아들이기 편할 터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모든 캐릭터들이 순서대로 한 명씩 과거를 이야기하고, 싸우고, 같은 시간 다른 한 명도 과거를 이야기 하고, 회상이 끝나면 싸우는 식의 무한반복이다. 이런 탓에 서사가 설명되는 신과 액션 신이 완전히 별개의 것처럼 뚝뚝 끊기게 된다.
결말부에 나오는 아카자의 과거 역시 이렇게 펼쳐지는데 워낙 앞에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 보니 그가 가진 처절함도 다소 퇴색된 것처럼 느껴진다. 아카자의 경우 전작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최종보스로 시리즈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인데다, 이번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부제가 '아카자 재래(再来)'였던 만큼 아카자의 마지막 무대가 좀 더 빛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전작 이상의 흥행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귀멸의 칼날'은 주인공인 탄지로부터가 욱일기 모양의 귀걸이를 달고 있는데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가 막 시작된 다이쇼 시대를 다루고 있다 보니 국내에선 '일본 우익 작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런 시선과는 별개로 영화는 2021년 개봉 당시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성공적인 흥행 성적표를 받았었다.

물론 일본에서도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올렸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400억 엔(약 3748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흥행 수익으로 역대 일본 영화 흥행 수입 1위를 차지했다. 작품 속 캐릭터인 렌고쿠 쿄쥬로에게 '400억 엔의 남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이번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도 지난 7월 18일 일본 개봉 후 8일차 만에 전작이 세운 100억 엔 돌파 최단 기록(개봉 10일차)을 2일 앞당겼으며, 개봉 17일차 1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로 흥행 신기록을 갱신하는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주역 렌고쿠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이 N차 관람과 흥행으로 이어졌던 만큼 그가 등장하지 않는 후속작에도 같은 양의 애정이 쏟아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인기 캐릭터가 사망 등으로 중도 하차한 애니메이션 작품은 작품 자체의 팬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겐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탓이다.
반대로 '400억 엔의 남자'가 없어도 흥행에 성공한다면 이는 곧 '귀멸의 칼날'이라는 작품 자체가 국내에서도 흥행 보장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는 말이 된다. 남은 두 편의 성패도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성적에 달려 있는 셈이다. 8월 22일 개봉. 155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