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김예성이 투자한 KBS 오페라 무산돼 김건희 반사이익…“조영탁 당시 실무 역할” 증언도
KBS미디어의 오페라 공연 투자 논의가 오갔던 2013년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결혼한 후였다. 윤석열-김건희 결혼식은 2012년 3월 11일. 2013년은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였다.
#코바나컨텐츠 유명세, 오페라 공연 실패 덕?

김건희 씨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선 김예성과 김건희, 그리고 조영탁 세 사람이 함께 한 사업을 살펴봐야 한다. 일요신문은 집사 김 씨가 운영한 투자 법인과 김건희 씨의 전시 사업, IMS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과거 김 씨와 함께 문화 사업을 했던 인사를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이른바 ‘오페라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이다.
오페라 게이트는 KBS 자회사 KBS미디어가 오페라 ‘아이다(AIDA)’ 공연 유치를 추진했다가 40억 원에 이르는 투자 손실을 입었던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 발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BS미디어는 세계적 오페라 ‘아이다’ 공연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다. 대규모 제작비 충당을 위해선 민간 투자자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김예성 씨가 운영하던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로버스트)를 투자사로 만났다.
같은 해인 2013년 4월 12일, 로버스트와 KBS미디어는 총 12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두 회사가 작성한 합의서엔 ‘로버스트가 오페라 아이다에 투자하면, 투자 원금에 대해 KBS미디어가 지급보증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버스트가 50억 원, KBS미디어가 70억 원을 각각 투자하되 공연이 무산됐을 경우 KBS 측이 투자 원금과 연 7% 이자까지 로버스트에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KBS미디어는 약속한 투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했다. 오페라 공연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로버스트로부터 투자사 지위를 승계받은 인터베일리는 2013년 9월 KBS미디어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김 씨 역시 손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공연이 무산됨에 따라 투자 원금과 이자까지 전부 배상하게 된 KBS미디어는 김 씨 측과 또 다른 사업을 도모하는 등 합의점을 찾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KBS미디어에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점핑위드러브 사진전’의 공통투자를 제안했다. 김 씨가 소송을 잠시 멈추는 대신 KBS미디어가 2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 사진전의 주최사로 이름을 올리는 조건이었다.
결국 KBS미디어는 2013년 1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점핑위드러브 사진전’을 공동 주최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코바나컨텐츠는 이 전시를 계기로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코바나컨텐츠 대표였던 김건희 씨는 2015년 마크로스코전과 2016년 르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7년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등 유명 전시를 연달아 기획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오페라 공연 무산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사실상 김건희 씨가 누린 셈이다.
#‘오페라 게이트’ 계약 당시 김건희 직접 미팅 자리에 나와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씨가 자기는 업무를 대행해주는 사람이고 실제 쩐주(돈 주인)는 우리 누나라면서 미팅 자리에 김건희 씨를 데리고 왔다. 당시 김건희 씨가 내게 ‘사주를 좀 줘보세요’라고 하면서 ‘관상을 보니 나중에라도 크게 되실 분’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김 씨 소개로 김건희 씨를 만난 적이 있다는 또 다른 인사 역시 “김 씨가 직접 사촌누나와 동생 사이라고 했고, 사업은 누나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씨가 기업 회장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의 인사는 “미팅 자리에서 만난 김건희 씨가 ‘내가 기업 회장님들과 친하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회장님들이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그걸 관리해주고 돈 관리도 하고 있다’면서 오페라 사업도 그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중에 보니 신안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것 같더라”고 했다.
비마이카(IMS모빌리티 전신)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예성 씨(로버스트)는 오페라 사업에 대한 투자금 50억 원 가운데 첫 번째 10억 원을 투자한 다음 날인 2013년 4월 24일 비마이카를 설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씨가 비마이카라는 회사를 차렸는데 이사는 자신의 누나(김건희)고, 곧 BMW 50대로 렌터카 사업을 할 예정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김 씨의 초대로 비마이카 사무실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공동 투자 계약을 맺은 지 닷새 만인 2013년 4월 17일에 투자사가 로버스트에서 인터베일리로 변경된 배경 역시 드러났다. 어느 날 갑자기 김 씨가 찾아와 “로버스트의 모든 권리를 인터베일리에 승계했으니 투자사를 바꿔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인터베일리의 대표고 (로버스트와 인터베일리가) 같은 회사이니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했다고 한다.
김 씨로부터 “인터베일리는 우리 회사 직원이 차린 회사이기 때문에 권리를 승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인터베일리는 김건희 씨 모친 최은순 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 연루된 회사다. 그동안 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조영탁, 서류 가방 들고 다니며 문서 작업”

조 대표를 여러 번 봤다는 문화 사업계 인사는 “두 사람이 친한 형과 동생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씨는 주로 말을 했고 조 대표가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문서 작업이나 서류 주고받는 일을 했다”며 “김건희 씨와 김예성 씨 그리고 조 대표 간 수직 관계가 명확해 보였다”고 말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김범수 전 SBS아나운서와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던 유경옥 전 행정관도 만났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조 대표 측에 오페라 사업의 실무를 맡은 것이 사실인지 물었으나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 했다. 다만 조 대표는 지난 8월 2일과 20일 두 차례 특검에 출석해 “IMS가 받은 184억 원 투자엔 그 어떤 외부 개입이 없었다”며 “모든 투자는 IMS 기술력과 150여 명의 젊은 임직원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KBS미디어의 전시 후원으로 소송 절차를 잠시 중단했던 인터베일리는 2014년 10월 KBS미디어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오페라 사업에 투자한 31억 900만 원과 그에 따른 이자를 KBS미디어가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1심 법원은 2015년 5월 인터베일리에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KBS미디어는 항소하지 않았다. 김 씨가 당시 반환 받은 30억 원의 투자금과 이자가 누구에게로 갔는지, 어디에 쓰였는지는 미지수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