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부동파·진성파 등 재건 시도 잇따라…SNS·유튜브 통한 조폭 영향력 확대가 한몫
8월 14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활동한 ‘신남부동파’ 부두목 A 씨(45)와 조직원, 그리고 추종세력 등 3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보도방(미등록 직업소개소) 업주 등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매달 20만∼150만 원씩 총 1억 원가량을 갈취하고 폭행한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신남부동파는 명확한 서열 체계를 갖춘 전통형 조폭의 행태를 보였다. 이들은 경쟁 관계의 주차 대행업체에 조직원을 동원해 영업을 방해하거나, 특정 회사의 주주총회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신규 조직원은 3개월 동안 합숙하며 ‘형님’을 만나면 90도로 인사하는 등 일종의 처세 교육을 받았다. 조직을 이탈하거나 명령에 불복하면 집단 폭행을 가하는 방식으로 내부 질서를 유지했다.
이번 신남부동파 사건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2000년대 초 명맥이 끊긴 것으로 여겨진 전통 조폭이 젊은 세대 유입을 통해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남부동파는 1980년대 영등포구를 근거지로 세를 불린 ‘남부동파’의 후신으로, 2003년 두목이 검거되며 와해됐다가 최근 다시 세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신남부동파 정식 조직원 37명 가운데 16명(약 43%)이 최근 5년 사이 합류했는데 대부분은 무직이거나 일용직에 종사하는 20대였다. 심지어 ‘형님 문화’에 동경을 품고 가입한 10대 청소년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남부동파는 금품 갈취와 이권 다툼에 폭력을 수반하는 전형적인 전통형 조폭”으로 “노쇠화된 조직이 젊은 세대를 유입해 재건을 시도하는 세대교체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새 화제가 됐던 소위 ‘MZ조폭’과는 또 다른 행보다. MZ조폭은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폭행이나 범법 행위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곤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등장한 MZ세대 조폭은 대체로 점조직 형태라 법률상 조직범죄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데 반해, 이번에는 전통 조직이 MZ세대 등 젊은 세대를 유입해 다시 세를 불린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MZ조폭은 주로 친구 중심의 소규모 점조직이라 법적으로 ‘조직범죄’로 규정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신남부동파처럼 전통적 조직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젊은 세대를 끌어들여 재건하려는 전통 조폭이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서울 서남권을 기반으로 활동한 조직폭력단체 ‘진성파’ 조직원 39명이 경찰에 검거된 사건도 같은 흐름이다. 서울에서 조직범죄 형태의 폭력조직이 적발된 것은 2004년 ‘연합새마을파’ 이후 21년 만이다. 이들은 집단으로 흉기 훈련을 하고 위계와 강령을 따르는 등 운영 방식에서 전통적인 조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로 광주·전남지역 대규모 폭력조직 국제PJ파의 한 조직원은 인스타그램에 외제차·명품·문신 사진을 올리며 ‘스타 조폭’처럼 활동하다가 광주의 한 중학교 일진 학생들에게 직접 연락해 조직 가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운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과거 조폭들은 신원 노출을 꺼려 SNS 활동은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SNS에 공개된 조폭들의 화려한 삶을 동경 및 추종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조직도 이를 영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