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전 세계서 온 3만 명이 공연장 가득 메워…내년까지 홍콩 등 16개 지역 ‘월드투어’로 이어져

슈퍼주니어에는 유쾌한 멤버들이 가득하다. 이특, 김희철, 신동 등은 이미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멤버들 모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본래 모습인 아이돌로 돌아왔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그들의 등장을 알린 데뷔곡 ‘트윈스(Twins)’로 포문을 열었고, ‘유’(U), ‘너라고’, ‘블랙 수트(Black Suit)’, ‘마마시타(MAMACITA)’ 등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지난 7월 발매한 정규 12집 수록곡 ‘익스프레스 모드(Express Mode)’를 포함해 ‘헤어컷(Haircut)’, ‘세이 레스(Say Less)’, ‘딜라이트(Delight)’ 등도 연이어 부르며 슈퍼주니어가 과거의 영광에 머문 그룹이 아니라, 끊임없이 신곡을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룹임을 강조했다.
김희철은 “아이돌 모드로 돌아가야 하므로 방송인 모드는 접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아예 모든 방송을 그만두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멤버들과 ‘엘프’(공식 팬덤)의 속을 많이 섞였는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슈퍼주니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난 20년의 세월동안 많은 부침을 겪었다. 13명의 멤버로 시작했으나 20주년 공연에 오른 멤버는 9명이었다. 슈퍼주니어의 핵심 멤버였으나 연이어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2019년 그룹을 탈퇴했던 강인은 객석에 앉아 슈퍼주니어를 응원했다. 강인은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대외적인 활동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동료들을 응원해주는 모습으로 주위에 앉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슈퍼주니어는 무대 위 열정과 체력으로 그들의 이 같은 발언이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멤버들은 고 유재하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우리들의 사랑’을 시작으로 객석들을 뛰어다니며 관객들과 함께 ‘너 같은 사람 또 없어’, ‘너로부터’를 함께 불렀다. ‘D.N.A.’, ‘록스타(Rockstar)’, ‘A-CHA’에 이어 김희철의 드럼 퍼포먼스와 어우러진 ‘쏘리 쏘리’와 ‘미스터 심플(Mr. Simple)’, ‘미인아’, ‘돈 돈!’ 등의 히트곡도 선사했다.
완급 조절도 빼어났다. 그들과 함께 나이 먹어 온 팬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잠들고 싶어’, ‘도로시’ 등 잔잔하고 감성적인 무드의 발라드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추억 여행에 빠지며 체력을 비축했고, 앙코르 구간에서는 ‘메리 유(Marry U)’, ‘행복’, ‘피날레(Finale)’까지 총 31곡을 선사했다. 공연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 30분이었다. 막내 규현은 “이 콘서트를 위해 일주일간 금주했다. 마지막 공연이니 체력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쏟고 가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슈퍼주니어는 “저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공연이다. 앞으로 20년, 30년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는 ‘현재진행형’ 팀이라는 걸 보여드리겠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건 여러분의 사랑이다.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시고 20주년 같이 추억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여러분께서 슈퍼주니어를 아끼시는 만큼 저희도 슈퍼주니어를 아낀다. 계속 멤버들 믿고 따라와 주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