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삶을 맹세한 처녀들
분명 여자는 여자인데 평생 남자로 사는 여자들이 있다. 그렇다고 성전환을 했거나 동성애자인 것도 아니다.
바로 알바니아의 오랜 전통 가운데 하나인 ‘카눈’에 따라 남자로 사는 삶을 택한 경우가 그렇다. 알바니아 일부 지역에서 내려오는 전통인 ‘카눈’은 부계 중심 사회가 낳은 일종의 폐단이다. 여자들이 가축과 다를 바 없이 취급받던 과거에는 모든 부가 아들에게만 상속됐으며, 여자들은 남자의 부속물로 간주된 채 오로지 육아와 살림만 하도록 사회활동도 제한되어 있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집에 남자가 없는 경우, 혹은 미치도록 자유를 갈망하는 여자들의 경우에 한해서만 평생 남자로 사는 것을 허용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이른바 ‘맹세한 처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그들이다. 이렇게 남자로 사는 삶을 택한 여자들은 죽을 때까지 결혼은 하지 않은 채 혼자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다 옛날이야기다. 오늘날 알바니아는 개방의 물결로 남녀가 평등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로써 ‘맹세한 처녀들’은 이제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됐다. 현재 남아있는 ‘맹세한 처녀들’이 70~80대 노인들뿐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60년 전 남자로 살기 시작한 파셰 케키(78)는 “요즘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착잡해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