뵨사마·욘사마도 ‘애니팡’ 삼매경
▲ 왼쪽부터 이병헌, 배용준 |
대기 시간이 유독 긴 음악프로그램의 생방송 대기실은 다양한 놀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드라이 리허설과 카메라 리허설에 이어 생방송 무대에 서기까지 통상 5~6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가수들은 각 대기실에서 팬들이 전달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돌 가수들은 대기실에 게임기를 가져와 동료 가수들과 경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하지만 요즘은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소셜 게임에 빠진 가수들은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채 점수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은 장시간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돌 그룹 BAP와 빅스 등은 가수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스마트폰 게임 마니아이자 고수로 알려져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젊은 아이돌 가수들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집단이다. 이들의 요즘 큰 관심사는 스마트폰 게임 점수 올리기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 서로의 점수가 비교되기 때문에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타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녹화 시간이 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휴식 시간마다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곤 한다. 얼마 전에는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출연 중인 성시경과 차태현이 동물 그림을 맞춰 없애는 게임인 ‘애니팡’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성시경과 차태현은 각각 약 28만 점과 13만 점을 보유한 실력자들이다.
MBC <무한도전>의 주역인 하하 역시 애니팡 마니아다. 그는 “시간이 아까워 잠을 잔 적이 없다. 그 시간에 노력을 한다”며 “애니팡 끝판까지 간다. 하트 날리는 소리들은 날 자극시킨다. 잠 못 이루게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게임은 연예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 되고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점수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대중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같은 게임을 공유하고 있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의외의 연예인이 스마트폰을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우 이정진은 주연을 맡은 영화 <피에타>와 관련된 행사에 참여했다가 스마트폰 게임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선배 배우 배용준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애니팡을 안 하는데 다른 사람의 점수는 볼 수 있더라”며 “내 지인들 중 배용준 형이 단연 1등이다. 20만 점이 넘는다”고 깜짝 폭로했다.
배용준과 쌍벽을 이루는 한류스타인 이병헌 역시 애니팡을 즐긴다. 그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촬영 당시에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애니팡 삼매경에 빠졌다. 이병헌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무대 인사에서 “오늘 끝나고 뭐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애니팡”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내 애니팡 점수는 7만 7000점인데 신세대 류승룡은 20만 점”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연예계에는 대단한 실력자도 숨어 있다. 걸그룹 카라의 멤버들이 대표적이다. 박규리는 무려 70만 점이 넘는 점수를 보유해 상위 1%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인 니콜 역시 60만 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기록했다. 점수를 공개한 웬만한 연예인들이 20만 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카라의 남다른 게임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는 애니팡보다는 날아다니는 용을 조작하는 게임인 ‘드래곤 플라이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승기의 애니팡 점수는 28만점. 굉장히 높은 점수지만 카라의 멤버들에 비하면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승기의 드래곤 플라이트 점수는 무려 11만 점. 애니팡보다 점수가 짠 드래곤 플라이트의 경우 이승기가 보유한 점수면 톱클래스다. 이승기는 “이 게임은 어느 핸드폰을 봐도 내가 무조건 1~2등”이라며 “시력은 좀 잃었지만 고득점이라 뿌듯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요즘은 간단한 게임 5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모두의게임’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드래곤 플라이트가 제한 시간 없이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모두의게임은 45초 내에 점수를 내야 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 짬을 내 즐기기에 적합하다. 방송인 겸 배우 안혜경이 500만 점이 넘는 점수를 보유한 실력자이고 박은혜와 지석진 등도 이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하트와 날개 등 아이템을 받기 위해 연예인을 사칭하는 이들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에일리는 얼마 전 트위터 해킹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에일리의 트위터에 ‘드래곤 플라이트 ○○점 기록을 깼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실제 에일리는 이 게임을 하지 않는다. 에일리는 “해킹당한 것 같다. 드래곤 플라이트에 대한 트윗은 올린 적이 없다.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며 트위터의 패스워드를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하트와 날개는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고급 아이템의 경우 돈을 지불해야 살 수 있다. 연예인을 사칭해 일반인들에게 고급 아이템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게임을 통해서나마 대중들과 연결고리를 찾았던 연예인들이 다시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