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뒤통수친 ‘반전드라마’ 종결
▲ 경기도 용인에 있는 레이크사이드CC 골프장. 윤익성 회장이 죽은 후 차남 윤맹철 회장과 삼남 윤대일 회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능원리에 위치한 레이크사이드CC는 국내 최대, 최고가 골프장 중 하나다. 1986년 재일교포였던 고 윤익성 회장이 일본에서 번 돈을 가져와 골프장을 짓기 시작했고 4년간의 공사를 거쳐 1990년 36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 최초의 18홀짜리 대중 골프장이었다. 퍼블릭 골프장이었지만 회원제 골프장 못잖은 코스와 시설로 단번에 골퍼들의 사랑을 받았다. 판교 IC에서 15㎞ 떨어져 있어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고 3개 코스 모두 국제대회 유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시설 또한 훌륭해 지금도 이 골프장의 회원권은 18홀짜리가 10억 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1997년 9월에는 회원제 18홀인 서코스를 추가 개장하면서 당시로선 국내 최대 규모였던 54홀로 몸집을 키웠고 덕분에 한동안 최고의 골프장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윤익성 회장 작고 후 이 골프장은 정상의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골프장의 경영권을 놓고 고 윤 회장의 자식들 간에 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1998년 지분 배분 비율을 놓고 시작된 싸움은 5년 동안 얼굴을 붉힌 뒤 법원의 개입으로 1라운드가 끝났다. 2002년 법원이 윤맹철(차남) 36.5%, 김어고(고 윤익성 회장의 일본인 처) 20%, 윤광자(장녀) 14.5%, 윤대일(3남) 14.5%, 석진순(장남 고 윤맹진의 처) 및 윤용훈(손자) 14.5%로 교통정리를 한 것.
이렇게 해서 레이크사이드CC의 경영권은 차남인 윤맹철 회장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평화는 별로 오래가지 못했다. 2년 뒤인 2004년 3월 레이크사이드CC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 윤맹철 회장은 당시로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모종의 이유로 갑자기 셋째 윤대일 회장에게 자신의 지분 9%를 넘겨줬다. 윤대일 회장은 이 주식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누나, 형수와 각각 3%씩을 나눠가졌다.
1년 뒤 윤대일 회장은 이 9%의 지분을 바탕으로 누나, 형수와 힘을 합쳐 형을 밀어내고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 윤 회장은 큰누나 윤광자 씨와 작고한 큰형 윤맹진 씨의 유족들이 가진 14.5%씩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해둔 상태였다. 자신의 지분을 포함해 43.5%의 우호지분에다 윤맹철 회장에게서 넘겨받은 9%를 더해 총 52.5%의 지분을 확보한 윤대일 회장은 2005년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권 확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졸지에 경영권을 빼앗긴 형 윤맹철 회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인 ‘마르스2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 27.5%를 모두 넘겨줬다. 여기에 일본에 거주하는 윤 회장의 이복누이들도 보유 중이던 지분 20%를 마르스2호에 넘겨주며 윤대일 회장을 압박했다. 마르스2호는 이들로부터 47.5%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지난 8월 13일 주주총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마르스2호는 경영권을 접수한 뒤 곧바로 신영칠 대표이사 및 임원진 5명을 레이크사이드CC에 파견했다.
윤맹철 회장과 마르스2호 간의 관계는 아직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정황상 밀착관계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마르스2호 측은 “윤맹철 씨는 우리와 지분을 사고 판 관계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마르스2호 측은 윤맹철 씨의 자금이 들어가 있다는 얘기에 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르스2호 측은 윤맹철 회장과의 정확한 거래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3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대일 회장 측이 마르스2호보다 많은 52.5%의 지분을 갖고도 경영권을 뺏긴 것은 형에게서 넘겨받은 9%의 지분이 결국 문제의 불씨가 됐기 때문이다. 윤맹철 회장이 “동생에게 넘어간 9%는 협박 때문에 강제로 빼앗긴 것”이라며 소송을 낸 것. 협박에 관해서는 형사소송을, 9%의 지분에 관해서는 주권반환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이 제기됐다.
윤맹철 씨는 9%의 지분에 관해 “그동안 윤대일 회장 측이 갖은 협박과 소송을 해 가족 간 불협화음이 잦았다. 사후 또는 5년 후에 회사 경영권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차원에서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윤대일 회장 측은 “윤맹철 측이 처음의 약속을 어기고 명의개서를 거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법원은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앞서 주식 소유권에 관해서 법원은 지난해 7월 “소송이 끝날 때까지 의결권을 정지한다”는 조정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결국 8월 13일 주총에서 윤대일 회장은 9%를 제외한 43.5%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47.5%를 확보한 마르스2호에게 경영권을 뺏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반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윤대일 회장은 주주총회가 끝나자마자 마르스2호의 경영권 행사를 중단시키는 소송과 함께 “마르스2호 측이 별도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 선임안을 등기한 것을 말소해 달라”고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마르스2호 측도 즉시 “윤대일 회장이 제기한 등기말소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돼 10일 만인 8월 22일 마르스2호의 경영권 행사를 중단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31일에는 마르스2호가 제기한 ‘등기말소 집행정지 신청’도 “이유 없다”며 기각됐다. 법원이 윤대일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윤 회장은 열흘 만에 잃었던 경영권을 되찾아왔다.
여기에 지난 14일 법원이 주권반환소송에 관해서도 윤 사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번 분쟁의 무게 추는 윤대일 사장 쪽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윤 사장은 법원의 판결로 9%의 소유권을 인정받아 52.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마르스2호 측이 판결 직후 “상고할 것”이라고 공언한 데다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마르스2호 측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윤대일 씨 측의 주주권 행사(임시주총 의결)의 적법성 여부며, 현재 이에 대한 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에 있어 결론을 속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