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1000억 ↑
▲ 조양호 회장 | ||
장학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21세기한국연구재단은 대한항공 지분 0.33%를 보유하고 있어 그룹 내 인하학원 정석학원 등 다른 공익법인에 비해 지분구조상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 재단은 엄청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재단들과 대조를 이룬다.
이 재단이 보유한 부동산은 다름 아닌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제동목장 부지다. 원래 한진 계열 제동흥산의 자산이었던 제동목장은 제동흥산이 지난 1995년 한진의 또 다른 계열사인 한국공항에 흡수되면서 등기부상 폐쇄법인이 됐다. 그런데 제동목장 부지의 토지 등기부에는 소유자가 한국공항이 아닌 21세기한국연구재단으로 명시돼 있다. 목장 사업은 한국공항에 편입됐지만 제동목장 부지는 재단으로 ‘증여’된 것이다. 재단 등기부엔 장학금 연구비 지급사업 외에도 부동산 임대업이 사업 목적란에 표기돼 있다. 제동목장 부지는 1300만 ㎡(약 400만 평)에 이른다.
지난 1995년 재단이 증여받은 제동목장 부지의 가치는 상당히 뛰었다. 현재 교래리 일대 목장용지 공시지가는 비싼 곳은 1㎡당 1만 원을 상회한다. 10년 전 이 일대 공시지가는 4000원 선이었다. 공시지가 변화만 놓고 봐도 이 땅은 10년 만에 무려 780억 원 이상 뛴 셈이다.
이 일대의 땅값이 이렇게 오르는 데는 한진의 리조트 개발 계획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 지역에 ‘한진이 목장 내 정석비행장과 미래항공관, 인근 제주민속촌박물관 등을 연결하는 대규모 관광레저벨트 사업을 구상 중’이란 소문이 떠돌다가 지난해 10월 한진 계열사인 제동레저가 제동리조트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이 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인근 부지엔 다른 기업이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재단 측은 이 땅의 매각 계획이 없다지만 공시지가보다 실거래가가 더 높다는 점과 향후 개발가치를 고려할 경우 이 땅의 시세차익은 족히 1000억 원대는 넘고도 남을 전망이다.
천우진 기자 wjc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