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는 장면 미디어 노출 사실상 방치…연예인들 취한 모습 탓 음주 경각심 낮아져

가수 성시경은 ‘발라드 왕자’에서 요즘은 ‘막걸리의 왕’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했다.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로 21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평소 음악과 술을 즐기는 주당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성시경이 출시한 ‘경탁주 12도’는 연이은 품절 사태를 거듭하며 상시 판매로 전환됐고 면세점에도 입점됐다.

이외에도 가수 지드래곤은 BGF리테일와 협업해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을 출시했고, 가수 박재범은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 아울러 가수 김재중은 지난 4월 전통주 브랜드 ‘압구정 막걸리’와 손잡고 막걸리 ‘류’를 선보였다.
유명 연예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주류 마케팅은 ‘소맥’(소주+맥주) 중심의 폭탄주 문화를 개선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무조건 많이 마시고 취하는 과거 술 문화와 달리 취향에 따라 주류를 선택할 수 있는 ‘가치 소비’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은 술 마시는 것을 미화하고,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크게 히트한 뒤 작품 속 주인공 천송이가 즐기는 치맥(치킨+맥주) 소비가 크게 늘었듯, 미디어나 유명 연예인을 통해 술 마시는 장면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술 소비도 늘고 음주에 대한 경각심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중적 노출이 높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유튜브 콘텐츠 속에서 출연자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는 통계 조사도 있다. 2024년 10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개한 ‘TV 방송에서의 음주 장면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시청률 상위 556개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중 무려 88%(488개)에 음주 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8조는 ‘방송은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적발한 건수는 86건에 불과하고, 이 중 제재를 받은 사례는 8건뿐이다. 사실상 음주 장면의 미디어 노출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194만 구독자를 보유한 방송인 신동엽의 유튜브 채널 ‘짠한형’의 콘셉트는 ‘음주 토크쇼’다. 연예계 대표적 주당인 신동엽이 ‘사심을 채우는 방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실제 술을 마시고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곤 한다.
이달 초 ‘짠한형’에 출연한 배우 이영애는 음주가 방송에 노출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방송에서 “최초로 여자 소주 모델도 했다”고 말한 이영애는 ‘짠한형’ 속 자신의 음주 모습을 쌍둥이 남매가 볼까 걱정된다며 “애들이 저를 보고 ‘나도 한번 술을 마셔볼까?’ (하면) 어쩌나 싶다. 방송 화면 하단에 자막이라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음주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과 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술에 취한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고, 법적으로 음주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술스라이팅’(술+가스라이팅)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