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논란·측근 요직 배치 등 뒷말, 노조 등 비판 목소리…농협중앙회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

지난해 1월 진행된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호동 회장은 선거자금으로 유통업자로부터 1억 원가량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강 회장의 금품 수수 첩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강호동 회장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 내부에서도 강호동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 우진하 위원장은 “210만 농민을 대표하는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강제수사는 영장을 청구하는 수사기관이나 승인하는 법원도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강호동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이 추가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호동 회장은 △농협재단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지역 조합에 뻥튀기 기계를 제공하면서 그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회장 취임 1주년 기념 모 지역 조합장모임에서 공금으로 황금열쇠를 상납받은 의혹 △선거공신 일자리 제공과 농협중앙회 모 부서를 통한 계열사 일자리 매매 의혹 △회장선거 스폰서 업체에 일감 제공 의혹 △농협 계열사 20억 원 사은품 부당 제조 및 회장 측근 비자금 제공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이다.
강호동 회장은 취임 첫해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셀프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회장직은 4년 단임제다. 2009년까지 중임이 가능했지만, 회장 비리가 만연하자 단임제로 바뀌었다.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이었던 강호동 회장은 지난해 1월 농협중앙회의 제2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8월부터 ‘농정협력위원회’라는 내부 조직을 통해 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농협법 개정 추진 회의를 진행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실제 당시 회의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강호동 회장은 “회장 연임 이런 것도 물론 포함돼 있지만, 그보다 우리 농협이 처한 많은 부분을 주제로 다룬다”며 “아직 그 부분(셀프 연임)을 고민해 본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일각에선 1회 연임을 허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농협법 개정에 있어서 농협 운영의 자율과 자치를 존중하고 협동조합기본원칙 존중, 타 협동조합과의 형평성, 타 법률과의 관계, 외국 협동조합법과의 균형성, 임원선거의 민주성·공명성 제고, 지배구조 구성과 운영 등이 고려돼야 한다”며 “법리적 관점에서 중앙회장 단임제는 타 협동조합법과의 형평성, 기본권 제약, 민주적 선거원리 위배, 협동조합의 자율성 제약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1회 연임 허용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임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농협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농협중앙회는 농협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 곳인데 회장 선출 과정이 ‘깜깜이’ 시스템”이라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호동 회장은 광폭 행보를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종합경영분석회의에 참석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총회에 참석해 ‘서울 선언문(Seoul Declaration)’을 선포하기도 했다.
강호동 회장은 취임 이후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주요 계열사 요직에 잇달아 배치하며 조직 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022년 말 NH농협무역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준섭 전 대표는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강호동 회장을 지원한 핵심 인사로 꼽힌다. 강 회장 취임 이후 그는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재등용돼 경영 핵심 라인에 다시 합류했다.
농협네트웍스를 이끌었던 여영현 전 대표 역시 비슷한 시기 임기를 마친 뒤 강 회장의 선거 조직에 참여했다. 이후 올해 초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요직에 복귀했다. 박서홍 현 농업경제 대표이사도 지난해까지 농협경제지주 상무로 재직하다 물러난 뒤 강호동 회장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농협경제지주 산하 남해화학의 강남경 부사장은 과거 농협물류 대표를 지내다 2022년 말 사임한 인물로, 조영철 전 농협홍삼 대표 역시 같은 해 회사를 떠났다가 올해 농협에코아그로 대표이사로 재기용됐다.

인사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지난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 되자 강호동 회장의 농협중앙회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했다가 당시 회장이었던 NH농협금융지주 이석준 회장이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반발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강호동 회장이 경영권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강호동 회장은 10월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국정감사에서 금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 국민과 206만 조합원, 12만 임직원, 1100명의 조합장에게 진심으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호동 회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용역업체를 만났느냐고 물었다. 강 회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 경찰에서 소상히 말하겠다”고만 말했다. 임 의원은 농협유통이 지난해 10월 24일 나라장터에 경비·미화 관련 입찰을 공고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강 회장 측에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용역업체 대표가 입찰 공고를 보고 화가 나 강 회장에게 “저는 잃을 게 없지만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죠”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제보도 소개했다. 또 해당 용역업체가 올해 농협에서 39억 670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입찰을 취소했으면 다시 공고하는 게 맞을 텐데 재공고 없이 돈 건넨 업체가 수의계약을 했다. 이러니 의심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용역업체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의 대화 녹음까지 제시하면서 강 회장 측이 이 용역업체 대한 회유를 시도했으며 농협유통의 나라장터 입찰 공고 이후 용역업체 측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입찰을 취소했다는 제보 내용도 전했다.
이와는 별개로 국회 농해수위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및 농민신문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호동 회장은 2024년 3월 21일 농민신문사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0월 1일까지 총 560일 중 농민신문사에 출근한 날은 총 40일에 불과했다. 강 회장은 취임 이후 지난 8월까지 약 1년 6개월여 동안 총 4억 7304만 원의 급여를 수령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진하 위원장은 “농협그룹이 휘청거릴 만한 부끄러운 제보와 정황들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강호동 회장과 사측은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소명하며 누명을 벗고, 죄가 있다면 깨끗하게 처벌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금품 수수 수사에 대해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